정부 ‘6조원 민생대책’ 살펴보니

[기자의눈] 지원 확대는 ‘자연증가분’일뿐 근로능력 없으면 지원 없어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120만 가구(260만 명)에 대한 생계 지원에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추경 편성 5조7천376억원 등 기초생활수급자 등 서민 생계지원에 모두 6조989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1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한시적 지원인데다가 추가 편성된 예산도 악화된 경제 상황에 따른 자연증가분에 불과하다. 법과 제도로 정부가 확고한 철학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다. 따라서 지속성이 없는 한시적 땜질 처방에 그친다.

수급자 20만 명 "확대"라지만 알고보면 "자연증가분"

정부는 우선 기존 기초생활수급자와 긴급복지 지원 대상자를 각각 7만 가구(12만 명), 3만 가구(8만 명)씩 늘려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긴급복지 대상자 확대에 각각 3천억 원, 1천573억 원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는 정부가 수급자 '선정 기준'을 완화시켜서 추가하는 게 아니다. 이날 대책을 발표한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기초생활수급자 추가 확대 규모와 관련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현재 기준에 따라서 경제여건이 나빠지기 때문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숫자"라고 인정했다. 나빠진 경제여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사람을 기존의 법과 기준대로 지원할 뿐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이번 정부의 대책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정부의 복지정책의 철학은 다른 데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할때 기초생활수급자 수를 전년 보다 2만명 줄인 157만6천 명으로 잡았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매년 3만4천447명 꼴로 증가했다. 그러나 앞선 10년의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02년 135만명을 넘었지만 정부는 자연증가분만을 줄곧 반영해왔다.

  2005년 기초생활법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 [출처: 참세상 자료]

지난해 말 올 예산을 제출했을 때부터 정부의 복지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있어왔다. 정부가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 예산을 낮게 책정해 놓고 이제 와서 추경으로 빈 부분을 메우며 생색을 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근로능력 없으면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이라도 지원 못 받아

정부는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이고 근로능력이 없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포함 안 된 50만 가구(110만 명)엔 6개월 동안 평균 2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최저생계비 이하이면서 동시에 근로무능력자라면 당연히 기초생활수급자여야 한다. 그러나 이 110만 명은 부양의무자 기준 등 까다로운 수급자 선정 기준에 걸려 그간 공적부조제도에서 배제됐던 사람들이다.

정부는 최저생계비 120% 이하 소득 계층(차상위계층) 중 근로능력이 있는 40만 가구(86만 명)에 대해선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 월 83만 원(현금 50%, 상품권 등 50%)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이로써 IMF 이후 반짝 도입됐다 사라진 '공공근로사업'(희망근로프로젝트)이 공식 부활했다. 그러나 정작 근로능력이 없어 '공공근로'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 120% 이하 계층엔 아무런 지원대책이 없다. 이용걸 재정부 차관은 "최저생계비 120% 이하 근로무능력자는 돈을 못 받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재산(8천~2억원)이 있는 20만 가구(44만명)에겐 재산을 담보로 최고 1천만원을 '연 3% 2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 3천억원 등 총 8천102억원을 취약계층에 대한 생업안정자금으로 투입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을 현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무담보 소액대출 예산도 130억에서 330억 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이 같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서민 생계지원 분야에 총 5조2천31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재정부 "추경안 4월 통과하도록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이번 긴급대책에는 교육비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47억 원을 편성해 학생들의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학자금 대출 이자율이 평균 0.3%~0.8%포인트 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학자금 대출자 중 저소득층 미취업자의 원리금 납부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영구임대주택 입주 예정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연 4.5%에서 2%로 인하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1년 간 한시적으로 2%에서 1%로 내렸다. 이와 함께 주거 취약계층에게 임대주택 1천500호를 추가 지원하고, 다가구주택 매입.임대를 현 7천 호에서 7천500호로 확대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번 추경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해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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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 , 기초생활수급자 , 기획재정부 , 생계지원 , 민생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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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hd

    흠, 그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