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많아도 가난한 한국 노동자

사회공공연구소 사회임금 최초 추정...7.9% 불과해

한국가계운영비 중 사회임금은 7.9%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이 15일 발표한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한국 가계운영비 중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이는 OECD 평균 31.9%의 4분의 1, 북구 복지국가인 스웨덴 48.5%에 비해 6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스웨덴 노동자가 기업에서 얻는 시장임금 만큼을 사회에서 제공받고 있는 반면, 한국 노동자는 가계운영비를 거의 시장임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임금은 노동자가 기업에서 받는 임금(시장임금)과 대비되는 용어로 실업급여, 보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등 사회적으로 얻는 수혜를 말한다. 지금까지 기업에서 얻는 시장임금과 대비해 사회임금이 개념적으로 사용되긴 했지만, 국제통계자료를 활용하여 사회임금 수준이 추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사회임금 비율 7.9%

사회임금은 아동수당과 같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현금급여와 의료서비스와 같이 서비스로 지급되는 서비스급여, 두 형태로 구분된다. 외국 현금급여의 대표적 예는 아동수당인데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의 노동자는 정부로부터 임금의 6~7%에 해당하는 금액을 아동수당으로 받는다. 한국은 하위 70% 이하소득 가구에 영유아 1인당 최고 38만 원까지 보육료가 지원된다. 만약 노동자가 월 20만 원의 보육료를 지원받는다면 이는 시장임금이 20만 원 인상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

서비스급여는 현물 방식으로 지원되는데 가장 대표적 예는 의료서비스다. OECD 국가들이 의료서비스에 지출하는 재정은 GDP 약 6%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게 부과된 진료비 중 일부를 지불해 준다. 직접 현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서비스를 통해 동일한 금액을 지원받은 것과 같다. 건강보험의 급여 적용이 확대되어 서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10만 원을 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건강보험에 4만 원만 더 내 얻을 수 있다면 가계소득을 6만 원 늘린 것과 같다.

사회임금은 OECD 국가 중 미국과 영국이 상대적으로 낮고 유럽대륙 국가들은 높은 수준을 보인다. 비서구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일본의 사회임금 비중이 30.5%로 OECD 평균에 도달해 있다. 이는 일본이 고령화가 상당부분 진전되어 연금급여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서구 노동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그들의 임금이 많아서가 아니라 상당한 금액의 사회임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업, 의료, 주거, 보육 등을 사회임금으로 제공받다보니 경제위기 시 구조조정이 진행돼도 기본적 생활의 영위는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임금만으로 살아야 하는 한국에서 구조조정은 ‘가계파탄’을 의미하고 그만큼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임금을 늘리는 투쟁이 시급"

오건호 연구실장은 그간 “한국의 노동운동이 ‘시장임금 인상’에 치우쳤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시장임금 격차가 현격한 한국에서 사회임금 확대는 노동자내부의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만큼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사회임금을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연구실장은 “OECD 평균만큼 사회임금을 확보하는 중기 목표를 세워 이를 위한 ‘재정요구안’을 마련하고, 올해 정기국회부터 ‘진보재정요구안’을 내걸고 국가재정의 혁신과 사회임금 확대를 위한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사회임금 추정은 가처분소득 대비 현금급여 비중(OECD FACTBOOK, 2009)과 GDP 대비 현금급여 및 서비스급여 지출 비중(OECD의 StatExtracts 수치), 가처분 소득(OECD StatLink 수치), 서비스복지(OECD StatExtracts 수치 재구성)등의 자료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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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 사회공공연구소 , 사회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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