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800만 금융채무자 숨통 조이기

[기고] 금융자본 대변 말고 사회적 책임져야

이명박 정권은 대선 당시 720만(7~10등급) 금융채무자를 위한다는 4대 신용회복정책을 주장했지만 공염불이 되었다. 오히려 1년 사이 800만(7~10등급)명으로 금융채무자의 숫자는 껑충 뛰었다. 세계적으로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돌리겠지만 정확하게 이러한 결과는 이명박 정권의 금융채무자보다는 금융자본을 우선하는 정책에서 기인한다. 옆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신용자의 신용등급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작년 초 개인워크아웃 2년이상 변제시 신용불량기록 삭제, 국민연금으로 채무변제정책, 9월 신용회복기금 건설에 이어 올해도 800만 금융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모든 정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채무변제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모든 정책에 빠지지 않는 이가 있으니 2002년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그 때 은행연합회가 야심차게 만든 신용회복위원회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2004년 신청자가 30만 명에 달하며 정점을 이루다 2007년 6만 명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올초 프리워크아웃이라는 3개월 미만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채무변제제도를 앞세우며 신용회복위원회의 문턱이 다시 바빠졌다. 5월말 현재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는 4만188명으로 작년 연간 신청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두 달여 동안 개인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개인워크아웃은 이자를 제외한 원금을 8년으로 나누어 갚는 제도인데, 8년이라는 노예기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채무를 변제한다는 것이 대부분이 절대빈곤층인 800만 금융채무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채무변제를 하다가 1년도 채 못되어 다시 연체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올해 정부와 금융사의 대대적인 선전에 힘입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위해 다시 신용회복위원회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연합회가 만든 민간기구인 신용회복위원회는 무료법률구조기구인 법률구조공단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용회복위원회를 정부기구인 것으로 알고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번 달 12일까지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5000명 중 채무재조정 안에 대해 채권 금융사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람은 884명, 개인 프리워크아웃 대상자로 확정된 사람은 89명 수준으로 시행 두 달여 만에 폐지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파산신청을 위해 해오름을 찾은 이들에게서도 이런 제도들의 한계들은 직접 들을 수 있다. 어떻게든 신용불량을 면해보고자, 어떻게든 일부라도 빚을 갚아보고자 큰 맘 먹고 신청했던 개인워크아웃은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만 원씩 매월 갚아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보니 임금도 턱없이 낮고, 그 돈으로 가족들과 생계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 몇십만 원의 채무변제는 지속될 수 없었다.

해오름을 찾은 이들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연체가 되었고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가정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결과 2004년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던 신용회복위원회가 작년까지 파리채만 들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회생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최저생계비의 150%를 제외한 가용소득으로 5년간 채무변제를 하는 개인회생도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사치였다.

다른 한편 정부에서는 개인파산 신청자 줄이기에 노력한 결과, 실제 작년 개인파산 신청은 18% 줄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신용불량자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2007년 15만 명을 넘으며 증가추세에 있던 개인파산 신청자는 2008년 11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파산신청자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이다. 올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지만 파산신청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들은 도덕적 해이자로 몰아가며 파산신청의 벽은 높아만 가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앞으로도 더욱 증가추세를 보일 것이다. 이는 IMF 이후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결과이며, 때문에 금융채무는 빈곤의 또 다른 얼굴이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설문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채무발생의 원인이 ‘사업실패’가 44.7%, 생활비 부족이 19.6%로 생계형 채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채무(자)에 대해 낡은 잣대인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는 것은 800만 금융채무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라는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800만 금융채무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짊어졌어야 할 사회적 빈곤을 개인의 몫으로만 전가한 것에 대해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재 금융자본들은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들을 내놓기에 바쁘다. 그러나 빈곤은 개인이 빚을 내어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해 공적 구조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800만 금융채무자를 기만하며 뼈밖에 남지 않은 이들에게 금융자본에게로 더욱 수혈할 것만을 요구한다면 문제는 더욱 곪아져 갈 것이다. 800만 금융채무자들의 문제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바라볼 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