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전쟁 범죄 조사해야 한다

[연재] 총살, 고문... 국제진상조사 요구 거세

눈뜨고 보기 힘든 충격적인 총살 동영상이 스리랑카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탁트인 벌판에 두손이 뒤로 묶인 나신들이 나뒹구러져 있다. 스리랑카 군복을 입은 군인이 두손이 뒤로 묶이고 발가벗겨진 타밀인을 끌고와 발로 걷어차며 주저 앉혔다. 목 뒷부분을 쏘자 뒤로 고꾸라진다.

벌건 대낮에 벌어진 ‘반인륜적인 잔혹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 영상 자료가 영국 TV 채널 4에서 8월 25일 처음으로 방영되자 미국의 CNN등 세계의 주요 매스컴들이 일제히 뒤따라서 보도했다.

  수용소에서 자행된 물고문을 재연하고 있는 타밀 청년들

컴퓨터 게임 같은 즉결 처형

그 비디오를 채널 4에 건네준 ‘스리랑카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인들’(Journalists for Democracy in Sri Lanka)은 보도 자료를 통해 “그 비디오는 2009년 1월 국내외 보도진들의 취재가 전면 금지된 교전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채널 4는 더 구체적으로 그 비디오는 “현장에 있던 군인이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그 동영상은 가짜(fake)이고 조작된(doctored)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즉결 처형’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강제 수용소의 타밀인들

스리랑카 정부의 부인

그러나 ‘해외 타밀인 의회’와 국제 인권 단체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더 스타 콤 (TheStar.Com, 8월 27일) 보도에 의하면 ‘스리랑카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인’들은 “그 동영상은 진짜(Authenticity)고 스리랑카 정부의 부인은 구태의연한 것”으로 반박하고, ‘인권 감시’(Human Rights Watch)는 “이것과 함께 다른 전쟁범죄들도 조사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카나다 타밀인 의회’는 “그 비디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리랑카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승리선언 직후 열렸던 ‘유엔 인권 협의회 특별회의’(5월 26일)에서 한국, 독일 등이 찬성한 ‘전쟁 범죄 조사’안은 부결되고 중국, 러시아, 쿠바 등이 찬성한 스리랑카 정부의 ‘주권’을 지지하는 안은 가결되었다. 특히 쿠바의 지지는 ‘타밀 해방 호랑이들’의 분리 독립 투쟁을 지지해온 호주 좌파 진영 내에 ‘사회주의 쿠바’의 정체성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타밀 엘름에게 자유를"

전쟁 범죄 조사

그 ‘특별회의’ 이후 스리랑카 정부는 전쟁 중의 인권탄압과 전쟁범죄의 숱한 의혹들을 힘있게 부인해 온 반면 해외 타밀 의회와 국제 인권 단체들이 전쟁 범죄 국제 진상 조사는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 정도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그 논쟁적인 동영상 이후 메아리가 함성으로 바뀌고 있다. 전쟁 범죄 국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측은 먼저 그 동영상의 ‘사실성’ 여부를 확인하는 공동 조사를 강력하게 제안했고 스리랑카 정부는 일단 거부한 상태다.

또한 그 동영상은 전쟁 종료 이후 지금까지 3개월 넘게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는 30만 명 타밀인 생명과 안전에 대한 관심을 폭넓게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호주 타밀 의회’는 보도 자료(8월 26일)를 통해 “그 동영상을 포함한 스리랑카 정부의 전쟁범죄”, “수용소내의 강간, 고문, 유괴”,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간 10,000명의 타밀인 생사여부 불확실” 등을 폭로하면서 “유엔, 국제 적십자사, 국제 구호 단체, 그리고 국제 언론인들의 즉각적인 활동”을 촉구했다.

점점 거세지는 국제 압력을 스리랑카 정부가 계속 무시하며 버티기에는 전쟁 범죄의 핏자국이 너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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