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라주쿠에서 “코르트, 코르텍”을 외치다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3) NOVOX, 부시 반대 집회 참가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 이곳이 일본임을 자각하기 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한 원정투쟁 5일째, 오늘도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바지런히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여전히 입에 맞지 않은 음식과 편치 않은 잠자리, 그리고 꽤나 빡빡한 일정들은 원정단의 아침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다. 밤새 준비한 선전물들을 챙겨들고 복잡하기로 소문난 도쿄 전철에 몸을 맡긴다.

오늘은 하라주쿠에서 열릴 NOVOX 집회를 참가하고 수이도바시에서 열릴 부시의 방일행사 반대 집회에 참가할 일정이다. 큰 집회를 두개나 참석하니 원정단의 짐 역시 챙길 것이 많다. 짤랑거리는 소리부터 비닐봉투들이 한참은 바스락 거리고서야 간신히 시간 맞추어 출발했다. 머리엔 No Cort! 머리띠를 한 원정단은 낯선 일본거리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골목을 돌아 돌아 집회가 열리는 행사 장소에 도착하니 한눈에 척 보아도(제복을 입지 않고 있음에도) 경찰임이 확실한 사람들이 경계태세를 갖춘다. 그래, 당신들 눈에도 우리는 꽤나 생경한 존재들일 것이다. 머리띠와 탬버린으로 무장한 시위대라니, 일본경찰들의 분주함이 꽤나 우습다.

일본에서는 특이하게도 집회가 실내에서 진행된다. 이후 행진이 있지만 그 전에는 강당내부에서 진행되는 행사가 한국 원정단의 눈에는 낯설기만 하다. 차례차례 발언들이 진행되고 콜트콜텍 원정단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행사 시작 전부터 우리의 운동에 관심을 표명한 일본인들의 가슴엔 콜트, 콜텍을 지지하는 버튼이 반짝거리고 장석천 단장의 발언에 귀 기울이는 일본인들 앞에서 괜스레 가슴이 뜨거워진다.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으며 우리의 연대 앞에 장애물은 없으므로.


타국에서 날아온 우리에게 행진의 앞자리가 주어지고, 평생을 살며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이국사람들이 우리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일본 하라주쿠 거리를 행진하는 기분이란... “빈곤을 없애라!”라는 구호를 “킹콩 카메라~”라고 따라하는 우리지만 우리의 연대는 공간을 넘어 반짝였다.

한참을 그렇게 들뜬 기분으로 행진하는데 어디선가 불쾌한(비록 이해할 순 없었지만) 목소리가 들여오는 곳을 보니 “삐까 뻔쩍한” 방송차를 타고 나타난 일본의 우익단체 사람들이 집회를 방해하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에 계신 분들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공권력의 보호를 받는지 일본경찰들은 그들의 방송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독일을 넘어 일본까지 날아온 배짱 좋은 한국의 콜트.콜텍 원정투쟁단이 아니겠는가. 우익들의 방해공작에 우리의 깃발은 더 힘차게 나부끼고 우리의 악기들은 신나게 움직였다. 오히려 조금은 정적인 집회를 신나게 해준 오른쪽에 계신 분들에게 감사할 정도로 말이다.


NOVOX 집회가 끝나고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NOVOX 집회가 전형적인 집회라면 이 집회는 조금 더 자유분방하고 젊은 에너지들이 가득했다.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고 삐에로가 춤을 추며 부시가면에 신발을 든 젊은이들이 가득한 집회대오는 우리가 등장하자 큰소리로 우리를 환영하며 우리의 구호를 따라하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개 글이며 버튼을 앞 다투어 받아갔다. 집회가 끝난 공원에서도 쉽게 헤어지지 못하며 궁금증을 쏟아내는 사람들 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 원정단은 힘든 하루지만 발걸음만은 가볍게 귀가할 수 있었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귀가하려는데 우리의 앞길을 막아서는 일본의 경찰님하들!! 우리가 머리띠와 깃발, 몸자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길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부시가 지나가는데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게다가 일본 활동가들을 몰래 감시하는 경찰들까지!! 공권력은 언제나 구린 구석을 감추느라 올바름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라는 한 일본 활동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린 끝까지 “No Workers, No Music!!) 을 외치며 귀가했다.

일본의 집회를 참가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 온다면 "어이구, 똑같아" 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마음과 "응, 똑같아" 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전자가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공권력에 대한 마음이라면 후자는 국경을 넘어선 노동의 신성함과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연대함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일본에서도 노동의 신성함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한 반짝거림으로 서로 연대하고 있다고...

하라주쿠 거리에서 "코르트 코르텍 노도샤"(콜트 콜텍 노동자)가 외쳐지는 한 우리의 연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기타는 다시 시민에게, 공장은 노동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글 : 정소연/문화연대 활동가, 콜트콜텍 일본 원정투쟁단 참가자
사진 : 임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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