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제는 우리가 ‘의제’를 이야기하자

[국제민중회의] ‘금융개혁’과 ‘개발의제’에 관한 시민사회의 요구

G20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질 금융개혁과 개발에 관한 의제들에 대해 국제 시민사회가 비판하고 나섰다.

G7에서의 금융정책은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를 전혀 이뤄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세계경제가 악화일로로 가는 것을 방기했음에도 G20정상회의는 여전히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의장국인 한국이 제기한 개발의제들 역시 개도국을 신자유주의로 밀어넣으려는 정책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7일 개막식을 마친 서울국제민중회의는 8일, G20 대응기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포럼을 개최했다. 그 중 ‘금융규제강화 및 투기 자본과 제세를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등은 ‘금융규제와 개발 세계의 경제의 대안 찾기’라는 주제로 G20정상회의의 의제와 관련한 포럼을 진행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G20 금융개혁 논의의 한계와 시민사회의 요구, 그리고 개발의제에 관한 시민사회의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G20 금융개혁, 국제 시민사회 요구를 들어라

2008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경제위기는 분명 시스템으로부터 도래한 문제였다. 미국달러가 ‘글로벌 준비통화’가 되며, 각국의 달러 의존도가 상승했으며, 이것이 세계경제를 위협에 몰아넣었다. 금융 투기꾼 역시 전혀 규제받지 않는 형태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결국 왜곡된 세계경제를 재편해 놓았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G7은 왜곡된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했으며, G20역시 G7의 왜곡된 신자유주의 해결에 대한 해법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시민사회단체들은 G20의 금융개혁 의제들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번 민중회의에 발제자로 나선 페테 발(Peter Wahl) 독일 세계경제환경개발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획기적인 매커니즘으로 ‘금융거래세’를 꼽았다. 금융거래세는 세금, 금융자산 거래에 매기는 세금으로, 자산, 주식, 채권, 파생상품, 통화가 거래될 시 조세를 실시하는 정책이다.

페테 발 연구원은 “금융거래세는 투기에 대한 조세를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환율 변동을 보며 수익을 창출하는 투기는 하루에 수천 번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요소와 거품을 만들어내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거래세의 경우, 거래발생에서 나오는 수익이 발생하지만 납세의 과정을 거치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세후 수입이 줄어드는 이상, 투기꾼들이 이러한 투기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주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투기자본은 ‘금융자본주의’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의 자본주의와의 가장 큰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때문에 금융개혁에 있어, 투기와 과잉유동성을 축소함과 동시에 세수입 역시 발생시키는 금융거래세 도입은 왜곡된 금융자본주의를 바꾸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터 웰 연구원은 “주류의 금융개혁안은 현재의 카지노 식 자본주의에 경비를 더 세우는 것이라면, 금융거래세는 그 카지노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화전쟁의 종식을 통한 세계적인 금융안정화 방안 역시 제기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미국과 중국의 통화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지난 9월, 지구적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의 적자가 심해지고,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흑자가 늘어가면서 신흥국들의 달러보유고는 늘어가고 있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준비금 확보는 지난 10년간 전세계적으로 3배가 늘어났다.

유연하고, 가치 있고,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 준비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는 각국의 쟁탈전으로 통화전쟁을 유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통화전쟁의 부담은 고스란히 민중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소랜 암브로스(Soren Ambrose) 개발금융분야 코디네이터는 “통화전쟁은 다른 나라에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소비에트의 무기전쟁과는 또 다른 양상”이라며 “보유고의 확대는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각국은 사회나 복지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대신, 보유고나 준비금에 더 많은 돈은 쏟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통화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소랜 암브로스는 공동의 환율관리(상시적 실질 환율)도입과 IMF주도하에 조건 없는 신용라인 가동, 지역적 장치, 방코르(BANCOR)특별인출권 등을 주장했다. 그는 “상시적 실질 환율과 같은 중립적인 거버넌스가 도입되면, 인플레이션이 도래하더라도 환율이 조정되고, 불균형, 투기예방에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이는 너무도 큰 도전이기 때문에, 경제국들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적 장치의 경우, 국가에 통화위기가 도래했을 경우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IMF가 들어오기 전, 지역 차원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소랜 암브로스는 “지역적 장치가 가동회면, IMF 원조와는 다르게 조건이 많이 없기 때문에 달러 의존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특별인출권의 경우, 이미 1940년대에 케인즈가 제시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파운드, 통화 등의 통화바스킷을 활용하는 것으로, 중립적인 글로벌 준비통화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개발의제? 원조의 사슬을 끊기 위한 꼼수

한국은 이번 ,G20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를 포함시켰다. 이는 옛것과 새것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지난 6월 토론토에서 개발에 대한 실무그룹이 발족한 이후 7월과 10월 두 차례의 만남을 가졌다.


현재 G20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개발 의제로 △생산기반(인프라) △교역 △인적자원 개발 △민간투자 △식량안보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금융, 경제, 안보 등의 의제를 다뤘던 G20정상회의였기 때문에, 개발의제를 갑작스레 제시한 것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시민사회단체들은 저개발국가와 선진국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시된 개발 의제가, 실제로는 원조의 사슬을 끊기 위한 원조라며 비판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부자국가 클럽’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개발의제를 제시하면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성훈 참여연대 국제연대 위원장은 “개발의제는 그 정당성을 저개발국가에서 찾으려 한다”면서 “이는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과 같은 시장이 더 이상 팽창 가능성이 없어지자,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시장 창출을 시도하며 정당성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발의제에서는 원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개도국의 생산기반 구축을 민간 차원의 금융투자 방식을 전파하면서, 원조의 사슬을 끊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성훈 위원장은 “이제 G20국가들은 개도국에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서 결국 개발의제 역시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개발의제는 당사자인 개도국을 배제한 채, G20국가사이에서만 일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개도국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Edward Oyugi 사회개발 네트워크 활동가는 “G8 개발의제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G20 개발의제 역시 G8과 다르지 않다”면서 “또한 아프리카의 상황에서 G20의 개발의제 논리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의 촉진을 약속했던 G8정상회의가 약속했던 것처럼 경제회복을 이루지 못했으며, 오히려 아프리카에서는 경제 상황이 악화 돼 왔다는 것이다. Edward Oyugi는 “타국에서 보내오는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송금액이 추락하고 있으며, 관광 산업역시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G20이 내놓은 금융기관 선진화 방안 등의 조치는 예전 내용과 다를게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한 협력과 참여 역시 배재돼 있어, 개발의제에 대한 회의적, 비관적 시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dward Oyugi는 “G20이 약속한 일을 과연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구속력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또한 투명하지 않고 배타적이고, 그 어떤 신뢰감도 주지 않는 부자클럽에서 실효성 있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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