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본, 한미FTA 원천무효...“비준저지 사생결단”

야당 및 시민단체, FTA 비준저지 움직임 확산

지난 5일,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4개월 전,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밝히면서 시작된 다사다난한 협상의 결과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정부는 ‘재협상을 없다’며 단언했지만, 결국 재협상은 굴욕적 매국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마무리 됐다.

이번 재협상의 쟁점은 자동차 부문의 관세 문제였다. 결론적으로, 양국은 미국의 자동차 수출은 늘리고, 한국의 자동차 수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쳤다. 한국 승용차에 대한 미국 측 관세 2.5%는 5년 이후에 철폐하기로 했으며, 미국 측의 요구로 신설된 세이프가드나, 기존의 스냅백 조항을 통해 5년 이후에도 한국의 자동차 수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픽업트럭의 경우 7년 이후로 관세 철폐가 미뤄졌다.

또한 양국은 미국측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와 안전규제 완화까지 합의했다. 따라서 미국차 안전기준 예외도 1년에 65000대에서 2만 5000대로 확대 됐다. 연 4500대 이하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료소비효율,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도 19% 완화했다.

하지만 김종훈 본부장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른 분야의 우리 요구를 반영해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확보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록 자동차 부문은 내 줬지만, 미국산 돼지고기나 의약품 부문에서 성과를 남겼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번 재협상을 통해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 철폐 2년 유예와,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의무는 협정 발효 후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미국 현지 투자기업에 파견된 한국 근로자의 미국비자 유효기간도1,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한국정부, 수치심이 없나”...범국본 FTA 원천 무효 주장

정부는 이번 재협상 결과를 놓고 ‘균형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퍼주기 협상’, ‘굴욕 협상’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부가 애초에 FTA를 체결할 당시,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면피용으로 내놓은 것이 자동차 부문의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재협상으로 자동차 부문까지 미국에 넘겨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제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돼지고기 관세 2년 유예나 의약품 허가, 특허연계 제도의 3년 유예는 구색맞추기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돼지고기 관세 유예는 전체 농산물 개방의 극히 일부분이며, 한-EU FTA가 체결된 상태에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2년간 관세철폐 유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의약품 부문 역시 미국이 파마나와 콜롬비아와의 FTA재협상에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조치를 삭제했기 때문에, 한국과의 조항 삭제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대해만 이 조항을 삭제하지 않았으며, 3년으로 유예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때문에 범국본은 6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무엇으로 협상의 성과를 말하려는가”라며 한미 FTA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국민을 기만하는 대정부 사기극”이라고 평하며 “2006년과 2007년에 있었던 1차 FTA반대투쟁, 그리고 2008년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2차 반대투쟁에 이어, 이번에는 FTA 전면재검토 혹은 전면 폐기를 위한 반대투쟁의 막이 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상복을 차려입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번 FTA는 농업계 전반에 걸친 구제역”이라며 “350만 농민들은 비준 저지를 위해 사생결단하고 달려들 것이며, 우리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 비준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한미 양국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합의서한을 교환한 후 60일 이후에 발효된다. 김종훈 본부장은 “합의 문서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협상에 대해 미국 의회는 대부분 ‘환영한다’는 입장이며, 내년 1월말부터 비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야당은 국회비준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어, 내년 2월로 예상되는 한미 FTA 국회 비준 동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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