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할하고 아름다운 수평선이 보이는 곳

[방방곡곡99절절](4) 브라질 벨로 호리존티

일단 이곳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은 참 멀었다. 25시간. 그나마 갈 때는 이틀이지만 돌아올 때는 3일이 걸렸다. 휴우, 정말 먼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당당함과 따뜻한 미소를 생각하면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특히 올 겨울 한국의 날씨를 생각하면, 따뜻한 겨울의 그곳이 벌써 그립다.

벨로 호리존티(Belo Horizonte)는 수평선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다. 미나스 제라이스(Minas Gerais) 주, 즉 다양한 종류의 광물들이 매우 많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주(브라질은 행정구역상 26개의 주와 1개의 연방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나스 제라이스는 26개 주 중 하나다)의 중심도시인 이곳은 브라질 전체 땅의 축소판이라고 흔히 설명되기도 한다. 북쪽은 경제적으로 덜 발달되어 있고 남동쪽에 사업지구와 금융, 번창한 곳이 밀집되어 있는 지형이다. 브라질 전체적으로 잘 알려진 사웅파울로, 리우데자네이루도 남동쪽에 밀집되어 있다. 벨로 호리존티에서는 실감을 덜했지만 사웅파울로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도심 내 빈부 양극화가 큰 문제라고 했다.

  벨로 호리존티 광물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광물들

미나스 제라이스는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다양한 광물 채취를 통해 제국에 ‘부’를 제공해 발달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광물들이 한편으로는 도시의 발달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착취의 슬픈 역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특히 이곳의 여러 도시 중 흔히, ‘검은 금’(black gold)으로 알려진 아우로 프레토(Ouro Preto)에는 제국의 역사와 더불어 가톨릭의 역사가 뿌리내린 곳으로 조그만 도시에 성당이 22개가 넘게 건축되어 있다. 이 중에서 당시 흑인들이 다닐 수 있는 성당은 오직 한 곳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도시는 빈부 격차를 반영해 양분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식민의 역사를 지켜내야 하는 빈촌

  제국의 부유함을 자랑하는 부촌

오른쪽으로는 제국의 부유함을 자랑하는 부촌과 중간 중간 성당 건물, 왼쪽으로는 식민의 역사를 지켜내야 하는 빈촌. 지금은 그 격차가 많이 줄어 리우데자네이로에서처럼 극단적인 양극화는 없다고 설명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지붕의 규모가 차이가 나 보인다.

  과거에 노예 감옥이었던 식당. 쇠고랑과 바나나가 함께 있다.

가이드가 안내한 식당은 예전에 노예를 감금하고 벌했던 감옥이었다고 한다. 몇백년이 지난 뒤 동일한 장소에서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과거를 잊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극복되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브라질의 면적은 남아메리카 최대 나라로서 대륙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날씨가 맑은 날 하늘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수평선이 정말로 끝없이 펼쳐져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곳의 하늘은 정말 넓고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건네지만 정작 이곳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인다. 한국이라는 정말 좁은 땅덩어리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바라보는 그 하늘과는 정말 규모에서 너무도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벨로 호리존티의 아름다운 수평선(좌) 드넓게 펼쳐진 열대 식물 정원(우)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포르투갈어 사용국가로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가진 나라라고 한다. 엇? 이렇게 광활한 브라질을 식민화한 조그마한 포르투갈은? 브라질과 포르투갈을 떠올려보면 제국과 식민의 역사가 새삼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21세기 시점에서 브라질은 브릭스(BRICs)로 떠오르고 포르투갈은 경제위기로 신문지상에서 오르내리는 걸 보면, 역사의 변화가 실감나기도 한다.

물론 브릭스의 일원이 되기까지는 ‘노동자’ 출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 최근의 역사도 중요한 핵심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도 다니다가 만 룰라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빈곤퇴치에 집중해, 특히 극빈층의 인구를 1/3 이상 줄인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에 물러난 지금에도 인기도는 80%를 상회하고 있다니. 이런 인기 덕분인지, 음악이 있고 술과 가벼운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노천 주점인 “하늘의 작은 평화(Pecacinhos do Céu)”라 불리는 곳에서 룰라 대통령과 음악 연주가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음악과 더불어 브라질 특유의 칵테일 칼피린냐(Caipirinha)를 마시며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곳에서 대통령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니, 멋진 일이지 않은가?

  노천 주점 “하늘의 작은 평화”에서 만난 룰라와 음악 연주가들이 함께 찍은 사진

공항과 도심이 연결되는 도로 주변이나 버스터미널 주변으로는 노숙인들이 제법 눈에 뜨이고 브라질의 빈민거주구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파벨라(Favela)’도 사웅파울로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드문드문 눈에 뜨인다. 브라질의 빈부격차는 역시 인종차이와 맞물려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토요일 아침에 도심을 걸을 때면 피부 빛이 상대적으로 검어 보이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갈 길을 재촉하는 것이 눈에 뜨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날에 여전히 일해야 하는 서비스직이나 비정규 노동자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의 백화점 주변이나 도심에는 피부 빛이 주로 밝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브릭스를 모두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물가가 매우 비싸 한국에서의 수준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런 물가가 국내 빈부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는 것일까? 21세기 지구촌, 자본주의가 남겨두고 있는 ‘빈부격차’의 문제는 브라질에서도 중요하게 해결되어야 할 난관으로 남아있는 듯 했다. 최근 당선된 브라질의 여성대통령 지마 후세프(Dilma Rousseff)도 여성 정치인이 중심이 되는 정부 구성과 더불어 중심 해결 과제로 ‘빈곤극복과 불평등 해결’을 내걸었다고 한다.

삼바나 축구로 너무 익히 알려져 있는 나라, 동시에 세계사회포럼(WSF)의 개최지로서 스위스의 다보스와 대척 지점에 있는 포르투알레그레를 통해 좀 더 익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축구로 유명한 나라의 명성에 걸맞게 조만간 개최할 월드컵을 위한 준비들이 분주하다고 한다. 식민지 역사의 특징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듯, 사회 기반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월드컵 개최와 연동하여 철도를 새로 개통하고 도로 확장 계획이 한창이라고 한다.

기후온난화의 영향인 듯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장마로 인한 산사태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기도 한 나라. 이곳에서 새로운 월드컵을 향한 열기가 녹색건설, 녹색 에너지를 내걸고 친환경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기회로 열릴지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당분간은 좌파 여성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여성들의 활약, 기층 여성들을 향한 무한 정책도 기대해볼 일이다.
덧붙이는 말

* 노명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팀(지구지역거점팀)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쉬고 다른 일을 꿈꿔보는 중이다.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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