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시대, 조직된 이주노동자의 힘

[낮은목소리](7)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권리옹호 전략 국제 워크샵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일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진보운동 연구소인 INDIES(Institute for National and Democratic Studies, 전국민주주의연구소) 주최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관한 국제워크샵이 열렸다. 이 워크샵의 목표는 1)다양한 이주국(홍콩, 대만, 마카오, 말레이시아, 한국, 싱가폴 등)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단체 사이의 소통 강화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주노동자 보호 촉구 2)이주국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상황 공유를 포함하여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단체의 전략 논의 3)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단체의 경험과 정보 교류 4)이주노동자 노동조합과 단체의 역할 강화 등이었다.

[출처: 정영섭]

참가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는데,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노동조합(SBMI, 자카르타에 본부가 있으며 주로 귀환한 이주노동자 혹은 이주노동자 가족들을 조직하고 있음),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노동조합(IMWU)-마카오, 사IMWU-인도네시아, IMWU-홍콩(IMWU는 이주국에 만들어진 이주노동조합으로서 홍콩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 올 해 홍콩노총 주최 메이데이에는 전체 참가자 2천여 명 중 IMWU가 1천5백명이나 차지했다고 함), 한국의 이주노조(MTU),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협회(ATKI)-마카오, ATKI-인도네시아, ATKI-대만, ATKI-싱가폴, ATKI-홍콩(ATKI는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교육하고 행동하는 진보적 단체임), 귀환 이주노동자들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똑같은 이주노동자들의 처지

첫 날에는 각 국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상황에 대한 보고와 공유가 이어졌다.

전체 42개 나라에서 6백만 명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1년에 70만 명이 해외로 일하러 가는데(정부는 1년에 1백만 명이 목표라고 함), 1년에 약 71억 달러(약 8조원)의 송금을 보내며 이는 석유 및 가스 다음으로 제2의 외화벌이 수단이다. 하루에 약 200건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권침해,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4년에 39호 법률을 만들었는데 이는 이주노동자 보호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주노동을 촉진하기만 하는 법이고 보호는 하나도 되지 않는다.

홍콩에는 현재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1994년 1천명에서 2011년 148,800명으로 증가했으며(대부분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여성노동자임), 홍콩 갈 때 21,000홍콩달러(약 300만원)가 드는데, 저임금에 브로커가 여권과 근로계약서를 압류하고 월급 7개월 치를 받아 챙긴다고 한다. 차별이 심하고,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별로 도와주는 것도 없다. 사업장을 마음대로 옮길 수 없고, 계약이 해지되면 2주일 안에 일자리 찾아야 하며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불법이 된다. 최저임금도 내국인 노동자와 따로 적용된다. 가사노동자이기 때문에 고용주와 같이 사는데, 조건이 열악해서 개랑 같이 자기도 하고, 아기랑 자면서 돌봐야 하는 등 사실 상 24시간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마카오에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5천여 명 있는데 이주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이다. 그들 역시 브로커를 통해서 가게 되며 여권이나 비행기티켓을 브로커가 압류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대만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이주노동자가 약 15만 명, 남성이 약 2만 여명 있는데 권리는 없고, 브로커는 10개월 동안 월급에서 브로커비를 떼어 간다고 한다.

싱가폴에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가 9만 명 정도 있으며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나마 브로커비나 보험비 등으로 떼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실상 휴일도 없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단속 때문에 땅 속에서 자기도 한단다. 잡히면 태형을 당하고 추방된다. 노조 결성도 금지되어 있어서 인도네시아노조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한국도 이주노조에서 발표를 했다. 한국에 140만 이주민 가운데 인도네시아 이주민은 약 3만 2천명, 그 가운데 고용허가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는 약 2만 8천 명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고 체불임금, 인권침해, 폭행, 성희롱, 인종차별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고용허가제 역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상시적인 단속추방의 위협에 시달리며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주노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추방에 맞선 380일 간의 명동성당 농성투쟁 이후 2005년 4월에 이주노동자 독자노조로 설립되었으며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단속추방 중단, 노동허가제 쟁취 등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상황에 대한 짧은 영상도 상영되었다. 중동으로 가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에게 고용주가 학대를 하는 상황, 심지어 뜨거운 물을 끼얹어 화상을 입거나 다리미로 다리를 지져진 여성, 말레이시아에서 태형을 당해 엉덩이가 터진 남성 등의 영상이 나오자 다들 숨죽이면서 지켜보았다. 각국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였으므로 열악한 상황에 생생한 증언, 정부의 실정에 대한 규탄, 임금을 착취하는 브로커 규탄, 사실상의 무권리 상태를 방조하는 본국, 이주국의 관계 당국 규탄 등이 이어졌다.

약간 다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똑같은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오버랩되면서, 세계화 시대에 빈곤과 실업 등으로 인해 강요된 이주를 해야 하고 이주한 나라에서도 인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아프게 느껴졌다.

[출처: 정영섭]

공통의 문제, 공통의 요구와 계획

둘째 날에는 이주노동자 그룹/ 귀환 노동자와 가족 그룹으로 나눠서 이주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공통의 문제와 그 원인, 공통의 요구에 관해 토론을 진행했다. 참가자 가운데에는 ‘사조참치’에서 일했던 선원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배 위에서 일하면서 당했던 일들을 증언했다. 그 노동자들은 각종 폭력과 인권유린, 성희롱, 인격 무시로 고통 받다가 참치잡이 배가 뉴질랜드에 정박해 있었을 때 항구 밖으로 도망쳐 뉴질랜드 사회단체들의 도움으로 언론에 이를 알렸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이것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들 30여 명은 11월에 뉴질랜드 법원에 체불임금 등에 관해 소송을 냈고 내년 1월 17일 경 1차 판결이 나온다고 한다(이 사건은 국내에서도 크게 알려져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어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1월 17일에 각국 한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토론을 통해 공통의 요구로 정리된 것은 다음과 같다.

1)과도한 송출비용 축소 2)이주노동자 신분증(migrant workers card) 폐기(돈만 들고 아무 필요없는 카드라고 함. 이 카드를 소지하지 않으면 출국 못함.) 3)이주노동자 전용 터미널 폐지(공항에 이주노동자용 통로를 만들어 차별하고 있음.) 4)사형제 반대(이주국에서 사형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빈번함.) 5)여권, 서류 압류 금지 6)강제보험 반대(출국 전 들어야 하는 보험이 있으나 실제로 이주국에 가면 아무 쓸모가 없고 보상받은 이도 지금까지 없다고 함.) 7)표준근로계약서 도입 8)대사관 업무 개혁(일요일 업무, 노동사건 전담 인력, 서비스 강화 등) 9)브로커 통하지 않는 이주 보장(정부-정부 협약에 의한 이주 혹은 개별적 노동이주 보장) 10)ILO 189호 가사노동자협약 비준 11)2004년의 39호 법률 개정 12)사조산업 선원 지원 13)휴일 보장 14)노조 결성의 자유, 노조 가입의 자유 15)법률 개정 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

이러한 요구를 현실에서 공동의 행동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서 참가한 각 단체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하였고 그 수단으로 정보 공유를 위해 웹사이트(명칭: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Buruh Migran Indonesia)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 사무국은 사무국은 INDIES가 맡기로 하였다.

이에 더해 공동 행동을 위한 주요 일정을 잡았는데,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12월 18일, 12월 10일 세계 인권선언의 날, 2012년 1월 17일 사조 선원을 위한 연대 행동, 3월 8일 여성의 날, 5월 1일 국제 메이데이 등이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로

이번 행사는 처음으로 해외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조직들이 한데 모여서 서로 간의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점을 파악하여 공동의 요구를 만들고 행동계획을 논의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참가자들도 이러한 계기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대단히 고무 받았고 향후 활동을 적극적으로 결의하였다. 특히 홍콩, 마카오, 대만 등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노동조합(IMWU),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협회(ATKI) 등이 대부분 참가하였고,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로 활동하는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노동조합(SBMI) 등이 참가하여 논의를 이끌었다. 서로의 처지는 유사하고 똑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들 공감하였다. 이러한 노동조합 조직, 이주노동자 단체들의 활동이 매우 인상적이고 돋보였다.

한국 내에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대구성서공단노동조합, 금속노조 일부 지회, 이주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나 조합원 숫자는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공동체와 일부 이주민 관련 센터의 공동체들이 있으나 노조 조직화로 관심이 많거나 하지는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워크샵 참여를 계기로 향후 이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해 한국 내에서도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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