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극복, 소통과 연대로 대안 창출해야

[신간안내] 글로벌 슬럼프(데이비드 맥낼리, 그린비, 2011)

“이러한 저항들의 정기적인 분출과 혁명의 유령은 실은 글로벌 슬럼프 때문에 촉발된 어떤 질적인 구조 변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도전은 어리한 시대의 임무를 완수할 능력과 결단을 갖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도전은 정말 오랜만에 급진적이고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운동을 조직하화 함으로써 이 국면에 대응하는 것이다.(312쪽)”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대중들은 크게 네 가지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첫째,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 위기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자본주의 위기인가. 둘째,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셋째, 위기가 지속되면 비정규직을 비롯한 약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넷째, 자본주의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투쟁하고 저항해야 하나 등이다.

캐나다의 대표적 진보학자인 맥낼리가 세계경제위기의 성격을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 『글로벌 슬럼프』를 발간했는데, 이를 강수돌/김낙중 두 분이 친절하게 번역을 하면서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맥낼리는 이번 경제위기가 곧 극복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상당히 오래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2차대전 이후 등장한 케인즈주의가 60년대의 베트남전쟁과 70년대의 오일쇼크로 인해서 균열되기 시작하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80년대에 등장한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인해 다시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이를 ‘글로벌 슬럼프’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도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라 별로 새로운 것은 없다. 그래서 자본은 항상 경제위기시 나타나는 자본의 위기를 민중의 위기로 전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중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의식에 대해서 저자는 크게 세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서’ 위기에 빠진 정치경제 체제를 자본의 입장에서 구출하는 것이다. 일종의 ‘신-신자유주의’가 나올수 있겠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이 방법은 심할 경우 극우 민족주의나 파시즘이 부활할 수도 있으며, 동원메카니즘과 착취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본에게 이 방법을 민중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만들려고 왜곡·조작하고 있으며, 실제 그러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착실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던 사람들이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라고 외치면서 어느 정도 노동의 입장에서 기존 정치경제 체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공생을 추구하는 일종의 ‘신케인즈주의’를 말한다. 이러한 입장도 현재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셋째, 첫 번째의 ‘신-신자유주의’도 두 번째의 ‘신케인즈주의’도 아닌 완전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다. 역자는 이 길을 어떻게 호명할지 모르지만 현실 자본주의나 현실사회주의를 모두 극복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길도 역시 세 번째 길이며, 이 책을 통해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30년대의 세계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흐름을 쉽게 정리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체제의 일반적 위기’가 아닌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라고 단호히 주장하고 있다. 물론 문제의 근원이 자본과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국가권력이나 자본에 의한 소외감과 두려움을 깨고 아래부터의 변화가 모색되어져야 한다. 성찰과 연대를 통한 대중운동의 조직역량과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 부문운동사이의 활발한 소통과 연대가 이뤄져 저항을 넘은 대안의 창출까지 건강한 논의와 역량을 계속 이어 가야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반자본주의 및 인간적 자유를 향한 대의가 바로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배경이며, 이런 희망을 안고 우리는 일상적 조직화 작업과 함께 다양한 이의 제기, 선전선동, 저항운동을 엮어내 필요가 있다”(315쪽)고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의 좌파들도 그렇게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운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굶주림과 배고픔이 인내력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목 차

지은이 서문 5
옮긴이 서문 _ 글로벌 슬럼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7

들어가며 _ 세계 자본주의의 변형된 위기 18
1장 _ 2008년 대공황 35
2장 _ 신자유주의 30년, 그 음악이 멈추던 날 53
3장 _ 조울증에 빠진 자본주의: 위기의 재발 102
4장 _ 금융 대혼란: 후기 자본주의에서의 화폐, 신용, 불안정성 140
5장 _ 채무, 규율과 처벌, 박탈: 인종, 계급 및 글로벌 슬럼프 189
6장 _ 거대한 저항의 물결로 235
결론 _ 글로벌 슬럼프를 넘어 희망의 미래로 296

후주 317 | 용어 해설 351
특별 부록 _ 저자 데이비드 맥낼리 인터뷰 354
옮긴이 해제 378 | 찾아보기 388
태그

신-신자유주의 , 신케인즈주의 , 글로벌 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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