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마트에 저항하는 99%의 투쟁, 미국 창고노동자

[투쟁하는 세계노동자](1) 미국 월마트 창고노동자 투쟁

[편집자주]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환으로 초국적 자본이 거대한 힘을 갖게 되고, 그 지배력을 키웠다. 이러한 자본은 생산지의 해외이동, 투기, 오프쇼링(해외 아웃소싱), 노동유연화 전략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동시에 노조를 약화시키고 노동자에게 바닥치기경쟁을 강요했다.

반면에 노동자는 아직까지 일국적 차원에서 조직되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초국적 자본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조직과 공동행동이 필요하며, 이는 서로를 모르면 불가능한 일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투쟁하는 세계노동자>는 초국적 자본의 생산전략, 공급망 관리, 투기, 노동유연화 등 파괴적인 전략에 맞선 투쟁에 초점을 두고 매 회 투쟁지역을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최근에 미국 월마트 창고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물류센터와 캘리포니아 주의 인랜드 엠파이어 창고단지 두 곳에서 일하는 창고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과 안전한 노동환경이라는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섰다.

파견업체로 고용된 이 노동자들은 10월에 최저임금기준 위반, 임금 미지급 등에 대한 소송을 걸자 해고위협에 처하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투쟁을 지속하여 현재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

시카고에서 지난 2월 16일에 지역사회단체와 일반시민들이 노동자 65명을 해고한 월마트 창고 앞에 모여 연대집회를 벌였다. 2월 29일에는 점령운동의 ‘기업을 봉쇄하라’ 전국행동의 날의 일환으로 점령운동 참가자 수백 명이 인랜드 엠파이어에 위치한 월마트 창고 앞길을 봉쇄하여 5시간 동안 창고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 외에도 창고노동자의 처지와 활동은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 등의 언론사를 통해서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창고노동자 투쟁이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로 그들의 턱없이 열악한 노동환경, 그들의 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최근 법원 판결과 미국에서 고조되는 기업 ‘1%’에 대한 분노를 꼽을 수 있다.

간접고용 창고노동자의 노동환경

인랜드 엠파이어와 시카고 창고노동자들은 해외수출물량을 취급하는 수백만 평의 물류단지에서 일한다. 짧은 시간 안에 컨테이너트럭에서 화물을 내려서 분류, 포장하고 다시 트럭이나 화물기차에 실어 월마트와 같은 미국 대형소매업체에서 팔릴 수 있도록 발송한다.

노동자들은 포크리프트 등 위험한 기계와 무거운 상자를 다루어야 할뿐 아니라 화물 인수자인 소매업체의 ‘보다 적은 물량, 보다 잦은 납품’ 요구에 따라 매우 빠르게 일해야 한다. 따라서 항상 사고, 추락, 떨어진 물품으로 인한 상처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창고에는 제대로 된 난방시설이나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에는 지나치게 덥고 겨울에는 지나치게 춥다. 게다가 많은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주 6~7일 하루 15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하며 최저임금(캘리포니아 $8, 일리노이 $8.25)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의료보험 등 후생복지가 없다.

창고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심각한 착취는 그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와 고용형태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남미 출신 무등록 이주노동자다. 노동조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순간, 관리자들에게 출입국에 연락하겠다는 위협을 받는다.

이들은 또한 간접고용 파견노동자이다. 초국적 소매기업의 물량을 다루고 초국적기업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 기업에 고용되지 않는다. 창고 자체가 소매기업과 계약된 물류용역업체에 의해 운영된다. 그리고 노동자는 물류회사가 아니라 인력을 공급하는 파견업체에 고용된다.

간접고용관계 때문에 원청 유통기업이나 물류용역업체는 노동기준 위반에 대한 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현재 투쟁 중인 노동자는 월마트의 물량을 다루고 있는 Schneider Logistic이라는 물류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창고들에서 일하며 Premier Warehousing Ventures, Eclipse Advantage 등 여러 파견업체에 고용되어있다.

이 노동자들은 시급이 아니라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하역한 컨테이너 당 임금을 지급받으며 잔업수당은 아예 받지 못한다. 월급 명세서를 받지 못해 정확한 체불임금 계산도 어렵다. 문제가 제기되자 때 쉬네이데르 로지스틱스와 월마트는 자신들은 사용자가 아니며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작된 노조 탄압과 해고정지 가처분결정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기기 위해서 두 월마트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작년부터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하였다. 조직단계에서 이들은 여러 한계에 처했다.

미국노동법 하에서 한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 50% 이상이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실시한 노조대표권승인투표에 찬성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할 의무가 없다. 노동관계위원회 선거는 절차가 복잡하고 공개적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방해할 기회가 많아 직접고용상황에서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월마트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공식적인 고용주는 여러 파견업체이며 그 파견업체들이 여러 다른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노동관계위원회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노조가 아니라 창고노동자협의회 형태로 모여 싸우기로 했다.

인랜드 엠파이어 노동자협의회는 미국 제2노총인 승리혁신동맹의 지원을 받는 창고노동자연합(Warehouse Workers United, WWU)에 속해 있으며, 시카고에서는 무소속 전기라디오기계노동자연합노조의 지원을 받는 창고노동자를위한정의(Warehouse Workers for Justice, WWJ)(시카고)가 있다. 두 조직은 서로 간의 연대와 교류가 깊다. WWU와 WWJ는 노조설립을 시도하기 전에 먼저 실질적인 교섭력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국화물연대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창고노동자 대부분은 미등록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투쟁방식에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단체와 진보적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집회나 행동을 하며 많은 연대를 호소한다. 또한 WWU와 WWJ을 통해서 법적인 투쟁을 벌인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노동청에 수많은 진정을 내어 작년 여름에 수차례 현장수색을 유도하였다. 이 결과, 쉬네이데르 로지스틱스(Schneider Logistics)와 파견업체 2개에 대해 노동기준 위반에 관한 수십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이어서 10월에 WWU와 WWJ 양쪽은 로지스틱스와 파견업체에 대해 체불임금을 묻는 소송을 걸었다.

소송을 걸자 로지스틱스와 파견업체인 프리미어창고벤처(Premier Warehousing Ventures), 이클립스 어드벤처(Eclipse Advantage)가 탄압에 나섰다. 작년 말에 시카고창고에서 로지스틱스는 이클립스 어드벤처의 계약을 갑작스럽게 해지해, 12월 29일에 노동자 65명이 사전 통보 없이 해고되었다.

인랜드 엠파이어에서는 프리미어창고벤처가 로지스틱스와의 계약을 스스로 해지할 것을 발표하여 100명의 노동자가 2월 24일자로 해고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WWU는 해고조치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고, 해고 대상노동자들은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2월 초에 법원이 가처분을 승인하여 쉬네이데르 로지스틱스에 대해 해고절차정지 명령을 내렸다. 가처분결정의 근거는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였다는 시실이 입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한 법원은 로지스틱스가 창고노동자를 직접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파견업체와 함께 공공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임시적인 조치이지만 가처분결정은 법원이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요구뿐 아니라 로지스틱스의 사용자성과 노동자들의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한 셈이다.

1%에 속한 월마트

창고노동자의 투쟁 대상은 창고운영회사 쉬네이데르 로지스틱스에만 그치지 않다. 낮은 비용에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빠른 물류를 요구하는 월마트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자세히 말하면 월마트에 대해서 ‘계약자책임정책’(Responsible Contractors Policy, RCP)을 요구하고 있다. RCP는 원청인이 ‘책임성 있는’ 공급업체와 도급업체만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즉, RCP가 도입되면 월마트에 물류서비스, 노동력, 판매물품 등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는 기본노동조건 보장, 생활임금지급과 노동3권 인정을 의무화하고 월마트는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WWU와 WWJ는 공문발송과 서명운동을 통해서 RCP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된 투쟁을 강화할 기획이 있다.

세계노동자의 투쟁

여기에서 국제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월마트의 공급사슬은 아시아, 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월마트의 물품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여러 나라 노동자들은 RCP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WWU의 상급조직인 승리혁신동맹은 칠레 창고노동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 캄보디아 의류공장노동자, 태국 의류와 수산가공 노동자, 한국의 물류노동자와의 국제연대와 공동행동을 위한 기반을 구축 중이다. 일환으로 한국에 들어와 있는 CTW와 WWU대표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임원들이 3월 9일 금요일 오전에 서울에 있는 월마트구매사무소에 RCP요구안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노조기업인 월마트

월마트 창고노동자의 투쟁은 그들만을 위한 투쟁은 아니다. 세계 수천만 명 노동자와 관련한 투쟁이다. 미국 매점노동자도 포함된다. 미국에는 3800개의 월마트 매점이 있는데 100% 무노조다. 이는 월마트가 한국의 대표적인 무노조 기업 삼성과 비슷하게 확고한 무노조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노조를 이야기하는 순간에 월마트관리자의 압박, 해고 위협 등을 당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텍사스 주 잭슨빌시 매점 미트커터(월마트매점에서 고기를 썰어 포장하는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시도이다. 사측은 잭슨빌 미트커터 노동자 전체를 해고시켰을 뿐만 아니라 모든 매점에서 육류코너를 아예 없애고 사전에 포장된 고기만 팔기로 했다. 승리혁신동맹은 창고노동자들의 RCP 투쟁이 강화되면 매점 노동자의 조직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창고노동자들의 투쟁

창고노동자는 파견업체와 창고운영업체뿐 아니라 진짜 사용자인 월마트를 대상으로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 점령운동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초국적 기업인 월마트는 미국에서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1%에 속하기 때문이다. WWU는 2월 29일 점령운동의 월마트 창고 앞 행동을 호소하지 않았고 이 둘은 사실 아무런 직접적 관계가 없었다. 점령운동 참가자들이 창고노동자의 월마트 투쟁 상징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직한 것이다.

창고노동자 투쟁의 끝은 아직 멀다.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유리한 가처분결정을 쟁취했지만 시카고의 노동자들은 아직 복직하지 못했다. 또한 쉬네이데르 로지스틱스 상대 소송의 최종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직화와 조직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보다 많은 노동자를 노동자협의회에 가입시켜 힘을 합쳐야만 파견업체, 쉬네이데르 로지스틱스, 원청인 월마트에 대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따라서 창고노동자들과 그들의 산하조직인 승리혁신동맹은 미조직 창고노동자를 계속 만나서 가입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조직을 확대해 하반기에 월마트를 상대로 다면적이고 포괄적인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창고노동자의 투쟁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사례이며 간접고용노동자의 투쟁사례이다.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운동이며, 시민사회와 국제노동운동과의 공동 활동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 때문에 한국노동운동이 앞으로 계속 주목하고 연대해야 할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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