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노예로 살 수 없다”...채무불이행 선언 준비하는 그리스

[기사로 보는 경제](11) 그리스 총선과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Syriza(시리자)’가 마주한 두 개의 전선

이번 주말 그리스 총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경제칼럼에서는 유럽경제위기국면에서 계급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 대해서 몇 가지 소개와 제언, 우리의 교훈을 짧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전선 : 트로이카와의 채무협상,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자!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대내외적 부채탕감에 대한 입장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와 갈등을 빚는 가장 커다란 대립 지점이 바로 국가채무에 관한 입장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주로 긴축정책에 대한 재협상문제만을 다뤄지고 있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안고 있는 국가채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사실 긴축을 조금 완화한다고 해서 그리스 대외부채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부채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시리자’의 공약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런 상태론 갚지 못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채권-채무 관계는 계약관계입니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는 대가로 원금은 물론이거니와 이자를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의무를 더 갖습니다. 대신 채권자는 부득이하게 돈을 받을 수 없을 확률적 상황에 따라 이에 비례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고요. 이 둘의 경제적 입장이 서로 협상과정에서 균형점을 이룰 때 채권-채무에 대한 계약관계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여건이 붕괴되면 계약은 파기되는 것이죠. 그리고 계약파기에 따른 유무형의 ‘제약’이 뒤따르는 것이고요.

‘시리자’는 지금의 그리스 상황이 더 이상 이런 계약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최근 여론에 떠밀려 “일부 긴축정책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신민주당(ND)과 사회당(PASOK)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입니다.

우리는 계약파기에 따른 도덕적 비난을 논할게 아니라, 거덜난 국가재정의 책임을 회피한 채 국외로 자본도피하고 있는 지배계급의 철면피 같은 행동을 지적해야 할 것이며, 이후 계약파기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그리스가 공멸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경계하는 국제연대에 대해 논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위기의 원흉에 대한 비이성적 인종폭력을 일삼는 극우 파시즘의 진앙지로 그리스가 퇴락해 들어가는 것을 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 전선 : 40년 양당체제에 찌들어진 기득권체제 변혁
...더 큰 좌파정치연대의 리더쉽이 필요하다


그런데 진짜 어려운 문제는 내부적 정치 갈등일 것입니다. 누가 집권하든 현재 긴축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은 너무 명확합니다. 그렇다고 긴축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며 유로존 중심국인 독일,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통큰 양보와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주체적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객관적 외부조건이 과잉된 상태에서, 피폐해진 사회를 변혁하려면 내부적 정치안정과 단결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더구나 채무불이행을 재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시리자’의 집권전략은 독자생존을 고려한 ‘비상플랜’까지도 포함해야 할 것인데, 예를 들어 국경폐쇄와 은행폐쇄, 화폐개혁과 같은 급격하면서 신속함을 요구하는 정책들 말입니다. 왜냐하면 계약파기에 따른 혹독한 ‘제약’이 자의든 타의든 따라올테니까요.

현재 사회당이 모든 정치세력들이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긴축에 대한 재협상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어느 세력도 단독과반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임을 본다면, 연정구성의 과정에서 급변사태로 인해 거국내각의 출현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리자’가 자신의 리더쉽을 유지, 관철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큰 좌파정치연대가 필요하며, 그러한 다수정치역량과 대중적 열망을 결합시켜 낼 때만이 혼란을 수습하고 정치사회변혁의 이행과제들을 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보듯 그리스 내의 정치지형은 상당한 복잡성을 갖고 있습니다. 신민주당과 사회당 양당체제가 4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소규모 좌파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생존들을 해왔는데요, 가장 전통이 있는 그리스 공산당의 ‘91년 분열’은 뼈아픈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 그리스 공산당 주류분파와 타 좌파세력간의 연대는 거의 단절된 채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한 2010년 시리자내의 일부 선배그룹이 탈퇴하여 민주좌파로 분화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좌파정치연대의 아픔일 것입니다. 아마도 ‘시리자’가 마주한 두 번째 전선에서, 넘어야 할 고비는 좌파정치연대의 리더쉽 확대를 위한 역사적 갈등과 반목의 치유일 것입니다.

[출처: 출처 : BBC 뉴스 - 2012.05.14 http://www.bbc.co.uk/news/world-europe-18056677 , 위키디피아]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아주 중요한 쟁점이 있습니다.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시리자’의 태생이 ‘그리스공산당’에서부터 시작했었던 점을 볼 때,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의 사회변혁전략에 대한 쟁점들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 공산당’의 핵심전략은 ‘유로존 이탈’ 즉 ‘delinking’전략인데, 이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있는 한, 제대로 취할 수 있는 변혁조치가 없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현재 다수의 대중적 여론은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고 있으며, 시리자도 누누이 유로존 잔류를 대중들에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런 두 변혁세력간의 입장차는 단순히 이론적 지향점에 대한 갈등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리스가 닥친 현실에서 긴급히 취해야할 행동에서 커다란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쟁점인 것입니다. 더구나 ‘트로이카’를 비롯한 유로존 주류세력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실제 그런 상황을 가정한 ‘비상플랜’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때, 그리스가 타의에 의한 유로존 이탈 현상이 벌어지면 이에 대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전략적 갈등은 단순히 감정적 대립의 치유를 넘어서는 심대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시리자’의 ‘유로존 잔류’ 전략은 유럽 내의 좌파연대를 국제적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결합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후 실질적인 변혁조치의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 공산당’의 ‘유로존 이탈’ 전략 역시 이탈 후 실제 벌어질 그리스 내의 극심한 분열과 내핍을 극복할 구체적 계획과 정치사회적 결집이 있을 때만이 변혁의 계기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전망과 우리의 교훈

최근 소식으로 볼 때, 어느 세력이 집권하든 긴축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의 긴축조건 없는 구제금융 과정을 지켜본 온 그리스 국민들이 차별적 대우에 대해 불만이 한층 더 높아졌으니까요. 신민주당마저 재협상을 공약으로 수정 제시했으니 긴축에 대한 재협상은 더욱더 현실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도 강경한 ‘트로이카’와 독일의 태도로 볼 때, 양자 모두 파국의 평행선을 끝을 모른 채 달리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위기의 불똥이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 말 그대로 유럽전체가 안개 속 혼돈의 정국에 빠져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매우 명확한 것 같습니다. 긴축 반대든, 유로존 탈퇴든 부정부패와 탈세, 신자유주의로 얼룩진 그리스 경제체제의 변혁적 개혁을 이룰 동력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현실극복도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 첫 출발이 바로 ‘빚’ 그 자체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태도입니다.

“이미 높은 이자를 물었는데 파산해서도 왜 빚을 갚아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계약을 이행해야할 의무도 있지만 파기할 권리도 있다.”
“빚을 진 부패 자본가와 권력이 빚 갚을 책임이 있다.”고 하는 외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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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 국가채무 , 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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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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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hellenicantidote.blogspot.com/2012/05/oh-my-god-syrizas-10-point-plan-to-save.html

  • 이명준

    보스코프스키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