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 접수하라

[칼럼] 노동자 민중의 무대를 만들자

싸이의 말춤이 8억 뷰를 이루며 유투브 1위로 유튜브를 평정했다. 강남이 한국 사회를 평정한 것처럼 싸이는 유튜브를 점령한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싸이의 말춤에 동참했다. 싸이의 노래는 애초에 속물근성의 강남 생활 스타일을 풍자한 것이지만 내용은 오리무중 간 데 없고 말춤이 강남 스타일이 되어 버렸고 노래 가사보다는 흥겨운 박자가 강남 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강남은 강남 좌파들이 비판하듯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부와 권력이 집중된 곳이다. 강남 좌파들의 비판은 딱 거기까지이지만 강남은 애초부터 노동자 민중의 땅이었다. 강남이 투기와 투기자본들의 공간으로 변하는 동안 노동자 민중은 그 땅을 빼앗기고 주변으로 밀려 났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상징적으로 증언하는 것과 달리 강남은 실제로 난장이들이 공을 쏘아 올릴 수 없는 곳이었다. 난장이들은 타워팰리스가 은폐하는 포이동에나 숨어 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386세대들의 투기 광풍이 점령한 강남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유튜브를 평정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사건이지만 주변으로 밀려난 노동자 민중들은 이제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다. 노동자들이 살을 에는 바람이 부는 송전탑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이 지상에 더 이상 노동의 양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제 가야 할 곳은 싸이의 대중문화와 투기자본, 금융자본들이 공모해서 점령한 강남이다. 거기서 노동자 민중은 빼앗긴 자신들의 공간을 되찾고 약탈당한 자신들의 부를 환수해야 한다.

강남을 접수하라고 하니 작년에 서유럽, 미국을 휩쓴 아큐파이 운동이나 모방하자는 것이냐 라는 비아냥이 있을 수 있겠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절절히 요구되는 이 시점에 경박하게 싸이 타령한다고 윽박지르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이 어디 임금만 착취당했던가. 서울이 지방의 땅을 독점하고 강남이 강북의 땅을 약탈하는 사이 노동자 민중은 자신들의 정당한 부를 약탈당하며 살아 왔다. 공장 안에서는 착취로 공장 바깥에서는 약탈로 살에 뼈다귀만 남는 사이 노동자를 기다리는 것은 쌍용차 학살 같은 죽음뿐이었다.

강남은 서초동 삼성 본사만이 아니라 제조업 자본과 결탁한 금융 자본들이 즐비한 곳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고 일어난 촛불집회는 국가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 때 쌓았던 명박산성을 강남으로 옮겨야 한다. 2013년 새롭게 태어날 정부는 강남에 지어질 새로운 산성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아니라 자본들이 즐비한 곳에서 반자본 산성들이 구축될 것이다. 안철수나 문재인 같은 대선 후보들의 문제는 지나친 정치 과잉, 국가 과잉의 상태에서 빚어진 문제다. 대선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 세력화는 그 과잉 상태에 불을 놓는 기름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자본의 힘을 블랙홀로 빨아들인 서울, 그리고 강남이 노동자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위한 상징공간이 되어야 한다. 자본의 상징 공간인 강남의 이미지에 싸이 대중문화의 이미지가 공모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정치에도 이미지 정치가 필요한 시대다.

강남이 대중문화만 무대에 오르는 곳일 이유는 없다. 강남이 자본들만 무대에 오르는 공간일 이유 또한 없다. 강남의 집값이 폭등할 때 주식시장이 덩달아 뛰면서 부자와 자본가들이 시세차익에 희희낙락하는 사이 노동자 민중은 포이동으로 비닐하우스로 돼지우리 같은 시멘트 집으로 내몰렸다. 그 강남의 무대에 이제 노동자 민중의 깃발이 휘날려야 한다. 멜로드라마를 찍는 연예인들의 무대, 싸이가 말춤을 추었던 무대를 옆으로 밀어 버리고 강남의 무대에 노동자 민중의 대중 집회 무대가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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