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부정 선거의 뒷맛

[참세상 논평]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배우는 교훈

닉슨 미국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좀도둑들의 절도 미수 사건으로 보이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1972년 6월 어느 날 새벽,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들어서 있었던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쿠바인 3명과 미국인 등 5명으로 구성된 도둑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처음에 이들은 단순한 건물털이범이나 좀도둑으로 보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들은 도청장치를 갖고 있었다.

닉슨 재선운동본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민주당 선거캠프를 놔두고 별 들을 것도 없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뭐하러 도청하겠냐며 웃었다고 한다. 게다가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 맥거번 후보보다 19%나 앞서고 있었고, 무리할 필요도 없어 별 일 아닌 것처럼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도둑들 중 한 명이 전직 CIA요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FBI 수사과정에서 이들과 닉슨 선거캠프와의 관련성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닉슨 재선운동본부에서 이들의 계좌로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것까지 확인되면서 이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도청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과 재선운동본부는 이 사건이 쿠바인들과 몇몇이 벌인 절도 미수 사건일 뿐이며, 재선운동본부와도 무관하고 사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발뺌했다. <워싱턴 포스트>를 제외한 여론의 무관심 속에서 이 사건은 잠잠해졌고 1972년 11월, 닉슨 대통령은 예상대로 민주당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닉슨의 재선 이후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닉슨 캠프의 선거부정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당시 장관들까지 부정선거에 연루되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이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사건을 맡은 특임검사를 해임하기에 이르렀고 여론의 역풍을 맞아 1974년 7월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달 후, 닉슨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을 앞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전교조 선거 안내 배너 [출처: 전교조 홈페이지]

전교조 위원장 선거과정에서 심각한 선거부정이 발생했다. 기호1번 황호영 후보 측의 선거운동원이 상대후보의 공보물이 담긴 컴퓨터 파일을 지인을 통해 사전입수해서 이를 선거운동원들끼리 돌려보았다는 것이다. 이 공보물이 드러난 장소도 기호1번 황호영 후보의 공보물을 제작하고 있던 기획사였다.

그러나 이 공보물을 황호영 후보 선거운동원에 최초로 건넨 지인이 누구인지, 또 정확히 어떤 경로로 입수하게 되었는지에 관해 전교조 선관위도, 해당 후보 측도 밝혀내지 못했다. 묵비권도 권리라면서 공보 파일을 입수한 선거운동원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더 밝혀낼게 없다는 게 선관위와 황호영 후보 측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전교조 중앙선관위와 기호1번 후보 측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의 발생 원인과 실체에 대해 규명하지도 못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관위 상임집행위에서 최고수위의 징계를 결정한 것을 다시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뒤집어 공개 사과 수준으로 징계수위를 낮추었다. 게다가 사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황호영 후보자 측은 이 사건을 ‘비신사적인 행위’ 정도로 치부하며, “선거운동원의 과욕이 불러온 실책이라는 보고를 받아 관련자를 해촉”했다며 선거부정이 아니라 개인적인 실책으로 문제를 은폐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적인 실수로 볼 수 있는가? 현재로서는 공보를 빼내기 위해 상대후보 측을 해킹했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 입수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의 성격은 명백하다. 상대 후보의 공보물을 사전에 입수한 행위 자체가 심각한 선거부정행위이며, 다름 아닌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선거부정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라면 이 공보물이 기호1번 후보의 공보물을 만드는 기획사에 보관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미수’사건이지만 이번 사건은 해킹이 의심되는 행위가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처럼 “도청 시도”만으로도 대통령에 당선돼도 물러나야 한다. 선거부정은 행위의 결과는 물론 행위의 시도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하물며 선거운동원이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이를 시인까지 했는데도 한마디 사과로 덮을 수 있는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선거를 치르는 이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다. 학생들에게 앞으로 공정선거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이며, 역사 시간에 교사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전교조 위원장 선거는 교사들의 선거로서 ‘선거의 전범’을 보여주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한 수기에서, 이 사건을 두고 닉슨 대통령은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라며 부르짖곤 했다고 한다. 황호영 후보가 이런 우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

전교조 , 부정선거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참세상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