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브릿지 사태, 빼돌린 300억은 어디서 나왔나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27) 경제민주화 구호 뒤 금융자본의 횡포

회삿돈 빼돌려 계열사 부실 돌려막기, 300억은 어디에?

오는 28일(금) 금융공공성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사법 판결이 열립니다. 이상준 (주)골든브릿지 회장과 남궁정 전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사 대표는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계열사 불법지원)과 부당노동행위(창조컨설팅을 동원한 노조와해공작)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로서 첫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측의 기형적이고 불법적인 경영행태와 노조탄압에 맞서 일 년이 넘도록 싸워온 골든브릿지투자증권노조의 이 싸움은 박근혜 정부를 집권 이후 금융공공성 관련 첫 시험대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대주주인 골든브릿지는 퇴출위기에 몰린 자회사인 골든브릿지 저축은행(여수에 본점, 순천, 광주에 각각 한 곳씩 지점 보유)을 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우량 자회사인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이해관계자인 노마즈를 동원하여 임대보증금을 올리는 방법까지 썼습니다.

대주주인 골든브릿지는 2009년 6월에 ‘상업저축은행’을 150억 원 정도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증권사, 캐피털, 자산운용사 등을 가진 골든브릿지 입장에서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주식매입자금 대출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도 갖출 것으로 전망되기에 의욕적으로 인수했던 것이죠. 그러나 다음해 2010년부터 터지기 시작한 PF부실대출 문제가 저축은행 전반으로 퍼졌고, 골든브릿지 저축은행 역시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2012년 9월 28일 자본금 220억 원 전액 잠식). 이런 와중에 대주주인 골든브릿지는 자회사인 이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4년간 315억 원의 유상증자(자본금 확충)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금의 일부(주주배정)인 200억 원을 조달하느라 많은 부채를 지게 되었고, 수년간 순수익도 급감했습니다. 결국 4년 동안 300억 원 넘는 부채가 더 생기면서 부채 비율이 자본금 대비 7.9배에 이르렀고 금융투자업의 대주주 자격요건인 2배를 훨씬 초과하게 된 것이죠.(2012년 말 기준)

그래서 심각한 부채에 잠식된 골든브릿지는 올해 6월 저축은행 대주주 자격심사요건을 통과하기 위해 다른 자회사의 돈에 손을 대게 된 것입니다. 이미 지난 2월엔 골든브릿지 자산운용사를 150억에 매각하려 하였지만, 결국 최종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대주주의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그 후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10개 중 6개의 점포를 폐쇄시키면서 임차보증금 수십억 원을 회수하였고, 급기야 현금성 자산의 82%에 해당하는 300억 원 유상감자(이중 140억은 대주주인 골든브릿지에게 지급)를 진행해 거의 빈털터리로 전락시켰습니다.

정리하면 골든브릿지의 이 모든 탈법적 행태들의 목적은 오로지 저축은행의 대주주 자격요건을 통과하기 위한 ‘300억 원대 자금돌려막기’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습니다. 과연 이렇게까지 하면서 다른 자회사들을 황폐화시킬 이유가 있을까요? 너무나 납득할 수 없는 사태입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회삿돈을 빼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회사를 위기로 몰아 노조를 와해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노조파괴 용역업체인 창조컨설팅까지 동원하여 노조를 탄압했고 현재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위반)로 인해 기소된 상태입니다.

‘먹튀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유상감자,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경악스러운 점은, 일반적 상식으론 납득되지 않으나 법리적으로는 버젓이 자행된 300억 유상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감자(자본감축)를 하는 경우는 자본잠식 등으로 기업의 가치가 떨어져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되었을 때, 기업 가치에 맞게 주식가치를 감축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여기서 주식가치 감축을 무상으로 하면(무상감자) 주주들만 손해 보는 것이기에 웬만해선 주주들이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죠.

그런데 만약 유상으로 그 감축분을 보전해 주면 당연히 주주들은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매우 커집니다. 어차피 회사의 미래가 어두운 마당에 들고 있는 주식의 일부라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돈은 회삿돈으로 지급됩니다. 그리고 회사는 이 주식을 날려버리는 것입니다.(유상감자)

감자가 진행되면 모든 주식이 동일한 비율로 줄어들기 때문에 대주주의 지분비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주주는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점이 유상감자가 ‘먹튀자본’의 도구로 자주 활용되는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회삿돈을 빼먹어도 경영권은 유지할 수 있으니 이후에도 회사를 자기 맘대로 부릴 수 있고, 여차하면 또 이런 방법을 밀어붙여 회삿돈을 합법적으로 빼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문제가 된 300억 유상감자도 이러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더구나 유상감자 바로 직전에 무상증자(회삿돈을 주식으로 전환)를 하면서 이미 주주들에게 배당된 주식의 양을 늘려준 상태였습니다. 말 그대로 회삿돈을 빼돌리기 위한 치밀한 각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파렴치한 행태는 비단 골든브릿지가 처음이 아닙니다. 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영국계 투기자본인 BIH가 대유증권과 일은증권을 사들여 만든 브릿지증권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6500억이었던 자산은 1600억 원으로 줄었고, 브릿지증권은 (주)골든브릿지에 매각되는데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의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입니다. 이들의 비극의 역사는 이미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죠.

이밖에도 크고 작은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위니아 만도에서는 2006년 단독주주인 CVC라는 사모펀드가 유상감자를 실시하여 529억 원을 챙겼습니다. 투기자본으로 유명한 론스타에서도 2003년 극동건설에서 유상감자를 실시하여 650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형제간 재산다툼으로 유명했던 금호그룹은 2008년 대한통운에서 1조 5238억 원을 빼내갔습니다.(골든브릿지 투자증권 공대위 기자회견문)

이러한 투기자본에 의한 부당한 유상감자의 폐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2009년부터 법제화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엔 유상감자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할까요. 이미 수천억대의 돈을 들고 튄 해외투기자본에 대해선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계속되는 금융부실 후폭풍, 골든브릿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상 살펴보았듯, 현재 골든브릿지 사태에는 수많은 갈등과 원인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수년째 진행되는 PF 부실대출의 문제, 이를 메우기 위해 금융 자회사를 자신의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대주주의 행태, 그리고 십 년 전부터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크고 작은 투기자본의 먹튀문제, 금융자본의 이동에 한없이 관대한 금융당국... 골든브릿지 사태는 우리에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줍니다.

과연 금융감독의 범위와 역할을 어디까지 확장해야 할 것인가? 감독부실로 인한 2차적 손실의 피해는 어디까지 나눠야 하는가? 누구의 호주머니로 메워야 하는가? 그리고 그 부실은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방향으로 관리해야 할 것인가? 수없이 예상되는 질문들과 갈등 속에서 아직 우리는 제대로 된 갈 길을 못 잡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1~3년 전 터져 나온 저축은행 사태로 한바탕 금융대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예금자들의 고통과 부실전가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만을 남기고 마는 사후약방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금융민주화라는 말은 요란했지만,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노조가 1년 넘게 대주주와 싸우는 동안 이것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습니다. 금융자본의 횡포는 그대로였습니다. 이제 말뿐이 아닌 실제 작동할 수 있는 ‘사전약방문’이 절실하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이제 ‘금융공공성’의 원칙과 민주적 통제방향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갈 때입니다. 골든브릿지 사태를 올바로 다스리고,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이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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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공성 , 먹튀자본 , 이상준 , 유상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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