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가 도살장인가”...하청노동자 사망 정몽준 사과 촉구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 하청노동자 한 달 반 동안 6명 사망
“안전 무시 작업, 현대중공업그룹 탐욕이 빚어낸 미필적 고의 살인”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등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에서 연이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해 정몽준 의원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또 현대중공업그룹 노동안전 근본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 그룹 최대주주다.


이들은 23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소는 도살장이 아니”라며 “정몽준이 소유주인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소에서 한 달 반 동안(3/6일∼4/21일) 5건의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6명의 하청노동자가 죽어갔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5건의 중대재해는 모두 기본적 안전이 무시된 잘못된 작업방식과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이행치 않아 발생했다”며 “최대주주인 정몽준이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현대중공업 그룹차원의 근본적인 산재사망 중대재해 예방 근본대책을 수립해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장하나 의원은 “현대중공업은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없이 돌아가셨는데 직접고용 노동자가 아니란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조선소의 안전관리 소홀로 일어난 일인데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전가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실질 소유주인 정몽준 의원이 유족과 국민을 외면하고 노동자들이 죽어가는데 눈길 한번 안주는 것은 최소한 생명에 대한 예의도 안 지키는 것”이라며 “빨리 사과와 대책을 발표하시고 예견된 죽음을 막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서쌍용 부위원장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서 한 달 반 사이 6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정몽준 의원이 사과하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지회장은 “이번 폭발사고에서 다단계 하청 물량 팀 인원이 극도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 확인됐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출입증은 고사하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 지회장은 “하청업체가 감당이 안 되면 물량 팀을 활용해 폭탄 돌리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며 “정몽준 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안전과 여가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는데 우리 하청노동자는 시민도 아닌 미개인으로 보이느냐”고 비난했다.

이날 금속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일주기업 소속 노동자 오 모씨(40세)는 야간에 크레인으로 철판 이동 중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작업지휘자와 유도자 배치가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3월 20일엔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대국ENG 소속 박 모씨(41세)는 족장 작업 도중 12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방지를 위해 법에 명시된 생명줄(라이프라인)과 추락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3월 25일엔 현대중공업 하청 선일ENG 소속 하청노동자 3명이 족장 붕괴로 30미터 바다로 추락해 그 중 김 모씨(52세)가 사망했다. 역시 잘못된 작업방식에 기인한 사고였다.

이어 4월 7일에는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세현에서 선행도장 작업에 종사하던 정 모씨(65세)가 도장 테이프 제거 작업 도중 8.6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역시 추락방지망이 없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엔 현대중공업 하청 HK ENG, 지스콥(QM) 소속 노동자들이 대형 화재발생으로 숨졌다. 현대중공업에선 이전에도 총 5번의 LPG선과 LNG선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 화재에 기본적인 화재방지를 위한 선행 안전조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속노조는 “반복되는 화재 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방치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안전관리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함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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