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학회 ‘공무원연금 토론회’, 공무원 집단 반발로 무산

공무원 500여명 몰려들어 야유, 구호, 피켓팅...새누리당 “최종안 아니다” 발 빼기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한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토론회’가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한국연금학회와 토론회 패널들은 말문 한 번 열지 못한 채 공무원들의 야유를 받으며 퇴장했다.

[출처: 김용욱 기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김용하 한국연금학회장 뒤로 토론회 축사 등을 위해 참석한 이한구(왼쪽부터),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앉아 있다. 이한구 의원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김용욱 기자]

연금학회는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방안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연금학회는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요청에 따라 공무원연금 삭감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마련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소속 공무원 5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경부터 토론회장으로 몰려들어 연금학회와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공무원들은 토론회 시작 전부터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을 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공투본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사,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토론회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연금개악 중단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공적연금 강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성광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토론회 발제자를 살펴보면 단 한 명도 공무원들의 생존권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한국연금학회는 재벌보험사와 긴밀한 관계”라며 “또한 시민단체라며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회원이 1천 명 도 안 되는 단체다. 이 사람들이 공무원의 미래를 논의할 수 없다. 토론회를 무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공투본 집행부들은 참가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단상점거 등의 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연금학회가 주체한 이번 토론회는 한국연금학회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 김태일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 송도영 공무원연금공단 GEPS 연구소 소장, 신성환 홍익대 교수,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패널로 나설 예정이었다.

[출처: 김용욱 기자]

  나성린 의원이 축사를 강행하자 강하게 비난하는 공무원들 [출처: 김용욱 기자]

하지만 오전 10시 7분 경, 토론회장에 입장한 김용하 한국연금학회장 등 패널들은 공무원들의 거센 야유와 반발에 부딪혔다. 500여 명의 공무원들은 ‘공적연금 강화하라’, ‘연금학회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켓을 들기도 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축사에 나섰지만 공무원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나성린 의원은 “여러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30초만 시간을 달라”며 여러 차례 발언을 시도했지만, 그 때 마다 공무원들은 야유를 보내거나 구호를 외쳤다. 결국 공투본 집행부가 나서 “연금학회가 마련한 개악안이 새누리당이나 정부의 안인지 확인해야 한다. 1분만 시간을 주자”며 호소하고 나섰다.

나성린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연금학회의 개혁안이 새누리당 혹은 정부의 최종안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나 의원은 “오늘 토론회 안은 새누리당 안이 아니다. 여러분이 원하지 않으면 토론회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공무원연금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이 뜨거운 감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에게 손해를 미치는 정책인 것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왜 다음 정부로 넘기지 않고 이 정부가 하려고 하겠나. 시급한 과제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제도를 개혁한다면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던지, 아니면 손해가 최소화 되어야 한다. (우리도) 절대 일방적으로 고쳐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연금학회 의견이 새누리당의 최종 안은 아니지만, 이를 기초해 새누리당은 안을 마련하고 정부도 안을 마련할 것이다. 노조도 안을 마련해 달라. 결국 최종안은 국회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성린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공무원들은 ‘새누리당 해체하라’, ‘새누리당은 세금을 반납해야 한다’며 또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주최측은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못해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토론회 발표자 및 패널들은 오전 10시 30분 경, 발언도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토론회장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공무원들은 이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으로 집결해 규탄집회에 나섰다. 공투본은 오전 11시 30분부터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과 연금학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편 연금학회는 공무원연금 부담률을 현행대비 43% 인상하고, 연금 수령액은 34%가량 삭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상태다. 개혁안에 따르면 2010년 이전 임용된 공무원의 연금 지급 시점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며, 심지어 사망 공무원의 유족에게 퇴직연금의 70%를 지급했던 유족 연금도 60%로 삭감된다.

[출처: 김용욱 기자]

[출처: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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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공무원들.. 나랏일도 저렇게 했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안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