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용역노동자는 ‘실업급여’도 배제...이중 차별 심각

지난해 개정 고용보험법, 고령 노동자 제외 조항으로 ‘유명무실’

지난해 개정된 고용보험법으로 65세 이상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업급여 수급권을 박탈당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신분인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조차 차별을 두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4일 고용보험법이 개정됨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의 노동자들도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종전에는 65세 이상일 경우 실업급여 지급 혜택에서 배제 돼 왔으나, 법이 개정되면서 65세 이후에 이직을 하더라도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65세 이후에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 등은 실업급여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번 법 개정은 최근 심각해지는 고령화 및 고령 노동자의 증가에 따라, 이들에게도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하지만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적용에 있어서는 65세 이상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배제하고 있어 반발이 일고 있다. 법조문에 ‘65세 이후에 고용된 자’ 역시 실업급여 혜택에서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에 용역업체가 수시로 바뀌는 용역 노동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23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령노동자가 간접고용으로 채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용보험법 제10조 제1항의 개정은 거의 유명무실 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경지부 소속 13개 대학, 병원, 빌딩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 경비 용역노동자 중 보험료 징수자는 15명에 불과하며, 고용보험 적용 제외 조합원은 139명에 달한다. 약 88%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실업급여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고용보험법 제10조 제1호를 소극적으로 해석해 용역노동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에서 상대적 차별을 당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구권서 서경지부 지부장은 “용역노동자들은 10년, 20년을 일해도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입사원이 된다. 호봉제는 꿈도 꿀 수 없고 연차 휴가도 신입사원 기준으로 적용 받는다”며 “이제는 용역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마저 차별을 두고 있다. 용역업체가 1년마다 수시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지만, 용역 회사가 바뀌면 실업급여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해성 서경지부 조직부장도 “고용노동부에 여러 차례 문의를 한 바 있지만, 노동부는 ‘당신들이 노후 대책을 위한 것 아니냐’는 어이없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고령의 용역노동자들도 끊임없이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고, 이들에게 실업급여는 심폐소생술이나 다름없다”며 “쉽게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고령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을 때까지 생계를 이어갈만한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10조 1항에는 ‘65세 이후 고용된 자’도 고용보험 적용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바뀔 경우, 고용승계에 대한 특약 등이 있지 않는 한 신규로 고용된 것이어서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조 원청 사업장의 변경이 없는 경우, 계속고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고용승계와 동일한 법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고용노동부에 행정지침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행정지침을 마련하라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법률상으로도 명확하지 않는 부분을 지침으로 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경지부는 향후 고용노동부 지침 변경 및 법 개정 등을 위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릴레이 1인 시위와 토론회 및 공청회, 선전전 등의 투쟁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서경지부 조합원에 대한 ‘고용승계 특약’을 목표로 집단교섭을 전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노조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령노동자가 간접고용으로 채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용보험법 제10조 제1항의 개정은 거의 유명무실한 것임이 드러났다”며 “이 사안의 핵심은 노동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본질인 간접고용의 문제점이 국가 체제에 의해 더욱 심화 되고 있는 것으로 사안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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