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에 이어...‘서비스’도 루게릭, 백혈병 등 직업병 논란

20년 삼성전자서비스 근무한 수리기사 이현종 씨, ‘루게릭’ 얻어 산재 신청

삼성 반도체 공장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에서도 노동자들이 루게릭, 백혈병 등의 각종 희귀 난치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유해 작업환경으로 내몰았다며, 작업환경 개선과 실태조사, 재발방지대책 등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출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등은 20일 오전 11시,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일하다 루게릭병을 얻은 이현종 씨에 대한 산재신청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현종(43) 씨는 지난 1993년 삼성전자서비스(주) 동대전서비스센터에 입사해 20년간 내근직 소형가전 수리기사로 일을 해 왔다. 그는 2012년 병원으로부터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 확진 판정을 받고 퇴사할 때까지, 청소기, 선풍기, 전자레인지, 전기압력밥솥, 전화기, MP3 등의 수리 업무를 맡아 왔다.

노조에 따르면 이 씨는 창문을 열 수 없거나 환풍기가 없고, 자연환기가 충분치 못한 밀폐된 작업공간에서 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자연환기가 잘 되지 않은 공간에서 납 노출 위험이 높은 납땜업무 등의 작업을 하거나. 2007년 이전에는 세척용 유기용제로 신나를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내근 수리기사들은 작업 과정에서 잦은 감전사고와 이로 인한 전기쇼크 등에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납, 수은 등의 중금속과 농약, 유기용제, 전자기장 등을 루게릭 발병의 직업적 외부환경 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2007년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지속적으로 납에 노출돼 루게릭이 발병한 것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도 했다. 신나에서 검출된 물질들과 전자기장의 노출 등을 루게릭 발병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노조는 “사업장에서는 납과 그 부산물, 신나 등 유기용제, 전자기장 등 유해인자에 관한 안전보건교육과 노출수준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근직 노동자들은 아무런 보호장비도, 유해물질 제거 설비도 없이 맨손으로 납땜과 유기용제 사용 세척작업 등 유해작업을 하였고, 안전보건교육과 유해물질 사용에 관한 주의사항 조차 알지 못한 채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현종 씨가 소속된 동대전센터에서는 올해만 2명의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진 바 있다. 이 밖에도 부천센터에서 25년간 외근직 수리기사로 근무하던 노동자 A씨도 백혈병을 얻었으며, 광안센터 내근직 기사 B씨는 루푸스, 이천센터 내근직 기사 C씨는 백반증 등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와 같은 수리기사들은 1일 12시간, 주 6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실적 관리에 대한 압박 및 감정노동 등으로 과로와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 씨가 근무해 온 동대전서비스센터는 2~3년 전 까지 ‘미결률 제로화’, ‘미인도 제로화’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엄격한 실적 및 조직 관리를 해 왔으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중 실적률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사업장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전국 서비스센터 내근 수리공간은 환기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이윤추구에 눈이 먼 삼성전자가 제품 서비스를 외주화하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까지 외면했다. 만약 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삼성전자서비스에서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우리는 삼성전자가 조속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직업병 의심 질환에 대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며 “근로복지공단도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업재해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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