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강남대로, 용역반100여명 또 노점상 강제철거

강남대로 다시 아수라장...노점상 분신 시도까지, 노점상들 오열

19일 오후, 강남대로에 용역반 130여 명이 또 다시 들이닥쳤다.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탄 용역반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강남대로 양 옆에서부터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일렬로 늘어서 있었던 10여 개의 노점들이 속수무책으로 대로변에 내팽개쳐졌다. 부서지고 쓰러진 마차와 갖가지 음식들이 뒤섞여 강남대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용역반들이 철수한 뒤, 노점상들이 50일 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던 농성장이 또 한바탕 울음바다가 됐다. 강남대로에서 노점을 운영하던 한 노점상이 강남구청의 행정대집행에 반발해 분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과 연대단위들의 저지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농성장 일부가 불길에 그을렸다.

비극의 강남대로, 용역반 100여명 노점상 강제철거

강남구청은 이날 오후 3시 40분경부터 강남대로 노점 강제철거를 단행했다. 100여 명의 용역반을 동원해 장사 중인 노점 마차를 밀어 쓰러뜨리는 방식이다. 강제철거를 막아서는 노점상들과의 충돌도 이어졌다. 한 노점상은 강제철거를 막다 안경이 부서져 얼굴을 다쳤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목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강남대로변에서 일어난 용역반과 노점상의 충돌은 오후 5시 10분 경 까지, 무려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약 2주 만에 또 다시 반복된 폭력적 대집행이었다.


이날은 범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노동계 등이 강남구청의 폭력적 노점 단속 중단을 요구하며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린 날이었다. 약 3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강남구청 앞에서 ‘강남대로 노점탄압 반대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구청 측에 대화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관계자 두 명이 강남구청을 방문해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끝내 대화를 거부한 강남구청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대대적인 강제철거를 단행했다.

임태완 민주노련 서강지역연합회 수석부지역장은 “민주노련 사무처장과 함께 강남구청을 방문해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자인 김 모 주임은 대화할 이유가 없다며 나가버렸다. 우리는 대화를 하자고 메모를 남겨 놓고 강남구청을 나왔다”며 “하지만 강남구청은 대화 요구를 무시해버린 채,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또한 그는 “용역반이 마차를 잡아끌어 패대기쳤고,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리어카에 있는 체인을 자르겠다며 위협적으로 연장을 들고 나왔다”며 “노점상들은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용역을 잡고 있을 뿐 때리거나 폭력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용역들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마차를 부수고 타격을 주면서 사진을 채증해 경찰에 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한 노점상 및 지도부는 20여 명에 달한다. 그 중 1명은 이미 구속됐다.

억 대에 달하는 행정대집행 비용도 노점상들에게 청구된다. 기업들이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과 비슷한 수법이다. 구청은 민주노련 강남지역장에게 3억 7천 만 원의 집행비용 청구를 통보했고, 강남지부 지부장을 상대로 2억 8천 만 원의 집행비용 청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대로 또 다시 아수라장...강남 노점상 분신 시도까지, 노점상 오열

강남구청과 용역반의 강제철거 직후, 강남대로에는 10여 개의 노점 마차가 부서지고 쓰러져 아수라장이 됐다. 채 팔지 못한 음식물들이 거리 위로 쏟아져 나왔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아수라장이 된 노점 마차를 지켜봤다. 망연자실한 노점상들은 마차 주위에서 발만 동동 굴렀고, 삼삼오오 모여 울분을 토했다.

노점상 김모(54. 여) 씨는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용역이 들이닥쳤다. 끓는 물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아랑곳 하지 않고 마차를 엎어버렸다”며 “매일 용역들이 들이 닥칠까봐 불안하고 두렵다. 언제 마차가 부서질지 몰라 매일 농성장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강남구청은 돈도 많은 것 같다. 수억의 예산을 용역을 고용하는데 쓰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거의 10년 넘게 양재동에서 노점을 운영해 오다 쫓겨났고, 강남대로로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강남대로에 노점을 펴자마자 폭력적 단속이 시작됐다. 김 씨는 “양재동에서 노점을 운영해 왔는데, 우리가 없는 새벽 시간에 그곳에 화단을 박고 용접을 해 버렸다”며 “지금까지 빼앗긴 마차만 3대다. 예전에는 벌금을 내면 마차를 돌려줬지만 이제는 돌려받지 못한다. 강남 대로로 온 지 한 달 정도가 됐는데 또 다시 폭력 단속에 시달리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청과 용역반이 철수한 후, 강남대로변에 설치된 농성장이 다시 한 번 아수라장이 됐다. 오후 7시 경, 강남대로에서 노점을 운영하던 한 노점상이 분신을 시도한 까닭이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노점상 한 분이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며 농성장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고,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이를 저지하며 그를 농성장 안에서 끄집어냈다”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상황이지만 농성장 일부가 불에 탔다”고 설명했다.

불에 탄 농성장 앞에서 동료 노점상들은 오열했다. 노점상들은 “합법적으로 노점을 운영하게 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강남구청은 우리와 대화도 하려하지 않는다”며 “제발 저희를 살게 해 달라. 없는 사람도 강남 대로에 살게 해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최오수 빈민해방 실천연대 대협국장은 “강남대로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노점상들의 목숨까지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서 단속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현재 용역 행태는 마차를 뒤집어엎고 있어 시민들 보행권에 불편을 가중하고 있다. 용역의 행태는 단속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횡포다. 노점은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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