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첫 여성 총장의 일갈 “가부장제 일소”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인터뷰] “4월, 선제적 총파업 일궈낼 것”

민주노총 20년 만에 여성노동자가 처음으로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민주노총의 첫 임원직선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노동운동진영의 남성 가부장주의는 꽤 오랫동안 노동운동이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지점이었다. 남성 중심의 문화, 수직적 위계질서, 조직의 관료체계는 여성노동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을 낳기도 했다. 자연스레 새로운 상상력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 조직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참세상>과 만나 그간의 가부장적 사무총장의 모습과 결별하고, 새로운 조직운영 방식에 기반을 둔 자신만의 사무총장을 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전교조 출신인 이 사무총장은 2008년 전교조 성폭력 사건의 사건처리 과정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성폭력 등 여러 조직 갈등 문제에서 드러난 ‘조직보위’의 사고가 진보성과 운동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이 사무총장은 “박근혜와 맞짱 뜰 수 있는, 총파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조합원이 준 기회와 행운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영주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사진=김용욱 기자

민주노조운동 25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간선제였으면 ‘여성 사무총장’은 불가능했다. 간선제는 한국노동운동 내 남성 중심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활동가의 대부분의 남성이고, 남성 활동가가 선호하고 추천하는 인물도 남성일 수밖에 없었다. 여성 사무총장의 당선 배경은 직선제다. 직선제의 효과 중 하나는 기존의 남성 중심 문화를 일정부분 깼다는 데 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보다는 정치적 지향이나 관점으로 투표를 하게 됐다.

아직도 민주노총이 남성중심성의 문화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새로운 조직운영의 감수성과 구상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 관심 분야가 협력적 조직운영 시스템이다. 노동자 개개인을 분열시키는 자본과 정권의 통제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어떤 조직을 가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은 정권, 자본의 조직운영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들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폐해를 비난해 왔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건강한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효율성 중심의 조직운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자본과 정권에 맞서는 노동조합 조직은 저들과 다르다는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단결과 협력, 소통이라는 조직운영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자본과 정권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우리가 지향하는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시스템은 작은 노력에서부터 만들어진다. 머릿속으로는 운동, 혁명을 생각하지만 내 노동현장은 자본가들의 운영방식 그대로 통제되고 있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만들어질 수 없다. 민주노총이 동지들에게 운동적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사무총장은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 계시는 동지들의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을 배격해 나가는 것이 사무총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첫 사무총국회의 날, 운동의 기본인 자발성과 도덕성으로 본인 스스로가 모든 근무를 통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사무총장이 통제하고 관리하는 관료적 행태는 없을 것이라 했다. 실별로 업무형태가 다른 만큼, 실 단위로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업무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다. 직접 실무를 담당하는 책임자로서의 민주노총의 사무총국의 모습은 어떤가.

사실 당선 이후 많은 분들이 우려를 하셨다. 사무총국이 운동 공간이 아닌 직장이 됐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비판 지점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자신의 운동이면서 동시에 직장이라면 좋은 것 아닌가. 이는 보장해야 하는 영역이자 소통해 나가야 할 문제다. 사무총국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총국 밖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신의 운동으로 돌아오게 하는 지원 방법에 대한 고민을 원칙으로 삼았다. 민주노총 사무총국 성원들과도 어색함이 없다. 위원장이나 나나 워낙 스스럼없이 돌아다녀서 강경파라는 이미지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웃음)

‘세심하고 꼼꼼한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있다. 본인의 업무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꼼꼼하다’는 뒷소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회계 처리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 것은 관여하지 않지만 회계 결제서류는 꼼꼼하게 본다. 노동조합의 운영비는 조합비다. 비리나 부정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노조 돈을 사용할 때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전교조가 이 부분에 대해 엄격했기 때문에 습관이 됐다. 다른 분들께는 제가 ‘공무원’이라서 그렇다고 농담을 한다. 총무실에는 한 달만 그럴 것이라 말했다. 연초에 기본과 체계가 잡혀야 운영이 된다.

2008년 전교조 김00 성폭력 사건 당시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사건 은폐 및 축소 논란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반여성적 문제가 드러났다. 조직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어떤 원칙을 지켜나갈 생각인가.

사건과 관련해 조직은 한 번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전교조는 분명 책임을 져야 했다. 재작년 집행부가 된 후, 피해자 치유 지원비 예산을 책정했다. 지지모임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황미선 선생님이 전교조 여성위원장을 맡고, 지지모임의 백서제작과 배포를 지원했다. 우려도 있었다.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지지를 할 경우, 전교조 내 정파적 비판과 분열이 따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 때 ‘그러한 비판이 온다면 이 집행부가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또한 2차, 3차 가해자가 집회 등의 공식 행사 자리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작년 초에 가해자들에게 공식행사의 초대장을 보내거나 구두로 초대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세웠다.

이렇게 오래 된 사건인데 언제까지 피해자 우선 원칙을 가져 갈 것이냐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 피해자에 대해 유일하게 지원한 시기는 작년과 재작년 딱 2년 뿐 이었다. 조직이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진 게 단 2년뿐이라는 거다. 그동안 한 번도 피해자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백서가 편찬된 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장소에서 백서를 판매했을 때 처음으로 웃더라.

  사진=김용욱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조직보위다. 조직보위로 사고가 전환되는 순간, 이 조직은 진보성과 운동성을 모두 잃는다.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되겠지만, 만약 재발한다면 조직보위가 아닌 인간 평등과 우리 운동의 지향에 맞춰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노조는 더 이상 노동조합으로서 존재할 필요가 없다. 모든 문제에 있어 조직보위 관점이 엮어드는 순간 노동조합 운동의 정신은 잃어버리게 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현 집행부를 믿으셔도 된다.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악과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 저지를 놓고 공공부문 노동자 총파업을 내걸었다. 상반기 공공부문 총파업 계획을 말해 달라.

공무원 연금개악저지 투쟁은 공적연금 전반의 민영화 저지 투쟁이라고 봐야 한다. 공적연금의 민영화는 국가 전체를 흔드는 사안이며, 사회 전체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문제다. 정권은 공무원을 적으로 돌리며 공적연금 민영화 시도를 꾀하고 있다. 공적연금 민영화는 모든 민영화의 끝이다.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우리가 내건 것은 1~2월 희망연대노조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투쟁과 3~4월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투쟁이었다.

현재 시기적으로 투쟁 사안들이 계속 나열돼 있다. 4월에는 대국회투쟁, 4월 말 금속노조 파업, 6~7월 임단투, 6월 말 사내하청 총파업 등 1년간 각 산별과 지역 현안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어느 시기를 잡아도 총파업이 불가능하다. 이전 집행부도 총파업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기의 불일치와 산발적인 의제로 10년 동안 힘 있는 투쟁을 못했다. 죽은 자식 끌어안고 울어봐야 무슨 소용 있나. 우리는 정권과 자본이 결정하고 나면 그제 서야 푸념하듯 집회를 한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총파업은 자본과 정권이 일으킨 문제를 뒤치다꺼리하는 투쟁이 아니라, 먼저 우리가 선언하고 경고하는 선제 파업이다. 상황이 모두 저질러지고 난 후 11월에 모든 사안을 묶어서 하는 투쟁이 아니다. 4월에 선제적, 공격적 총파업을 하겠다. 인간보다 이윤을 추구했던 천박한 자본주의로 발생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시기를 맞아, 노동자의 이름으로 전면적인 반격을 시작하겠다.

현재까지의 총파업 준비상황을 듣고 싶다.

몇몇 산별, 지역 본부장을 만나서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내건 의제가 당장 현안과 연관성이 없더라도 함께하겠다고 결의하는 분도 있다. 현장에서는 지난 2년간 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안 했을까, 왜 각개전으로 싸워야 하느냐는 고민이 많다. 흩어진 투쟁이 아닌 중앙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투쟁을 원하고 있다. 아직도 총파업이 잘 될까 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총파업은 작년 선거를 통한 조합원의 명령이다. 더 늦출 필요가 없다. 총파업 집행부는 조합원들이 선택한 즉각적인 총파업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조직하고 완수하는 임무를 갖고 있을 뿐이다.

조직할 수 있는 최대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 2월 12일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진행하면 늦는다. 당장 다음 주부터 위원장과 임원이 각 산별과 지역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지역본부별로 대의원 간담회를 열어 1차적 학습과 사전토론을 진행한 뒤, 대의원대회에서 힘 있게 총파업을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대의원대회 이후에는 중앙에 ‘총파업승리실천단’을, 산별과 지역본부에 ‘현장총파업승리실천단’ 조직토록 하겠다. 이 분들이 모든 사업장을 방문해 교육 선전을 담당하고 파업대오 참가 권유와 총파업 기금 1인당 1만원 조직 등의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최근 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비지회 간의 조직 갈등이 일어났다. 민주노총도 24일 입장을 발표했는데, 조직 갈등이 일어났을 때 상급단체는 어떤 원칙과 입장을 견지해야 하나.

여태까지 산별노조에서 일어난 조직 갈등에 민주노총이 관여한 사례는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간선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금속노조에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고 했을 때, 과연 민주노총이 산별 조직문제에 관여해도 되는가는 문제제기를 들었다. 간선제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 모르나, 직선제에서는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저희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나. 그 요구를 받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여하고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단결을 위해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논의의 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금속노조 내부에 큰 갈등이 있고, 이 부분이 총파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말씀 드렸다시피 어떠한 문제에 있어 조직보위가, 혹은 특정 사업의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순간 운동의 원칙이 훼손되고 운동은 힘을 받지 못하게 된다. 운동의 원칙을 잡는 것이 조직이 힘을 가지는 동력이다.

금속노조 건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금속노조를 믿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조직이거나 활동가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민주노조의 입장을 견지해 나가면서 충분히 협의해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상급단체로서 판결하고 지시하는 관점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자의 역할을 하겠다.

  사진=김용욱 기자

위원장-사무총장-수석부위원장 모두 대공장 정규직 또는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다. 비정규직 투쟁이나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 등에 대한 경험과 공감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지 않나.

선거운동 시기에도 비정규직 동지를 후보로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분열적 사고라고 본다. 정권과 자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분리하는 정책을 써 왔다. 어느새 정규직이면 비정규직을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노동자는 분절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융합돼 있다. 가정에서도 엄마가 공무원, 아빠가 정규직 회사원, 아들이 비정규직이지 않나. 정권은 우리를 분열시켰고 우리는 정권에 세뇌 당했다. 대공장 정규직이 현재 민주노총의 중심이라면, 대공장 정규직이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서야 한다. 공무원, 공공부문의 투쟁이 성공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달라붙어야 한다. 또한 3~4월 이후에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노동자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민주노총이 가장 큰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조직확대라고 본다. 1백만 명을 조직하기 위한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겠다. 민주노총을 특별한 경로로 가입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아무 때나 쉬운 경로로 가입할 수 있다. 특정한 사업장에 포함돼 있지 않아도 민주노총을 지지하고, 내가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총파업 대오에 함께 하고 싶은 모든 분들이 민주노총에 바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노동조합은 시민단체, 구직자, 과거의 노동자, 미래의 노동자 등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힘이 모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한국사회가 노동조합 가입을 폐쇄적으로 막고 있던 것도 정권과 자본의 논리다. 노동조합 가입이 얼마나 쉬운지 알려내겠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요새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면서도 미안하다, 고생하겠다는 우려의 말씀을 한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조합원 동지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 시기에 이렇게 모든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집행부를 할 수 있는 활동가가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한다. 요새도 한상균 위원장과 ‘우리가 굉장한 행운을 얻은 것 같다’고 얘기라곤 한다. 박근혜 정권과 맞짱 뜰 수 있는 기회, 총파업을 할 수 있는 기회,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민주노총을 한국사회의 중심이 되는 변혁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조합원들이 주셨다. 여러분이 주신 기회와 행운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 조합원의 명령을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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