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동권익센터 개소, 박원순 “노동특별시로”

서울시와 파트너쉽 노동 허브센터 목표...취약계층 노동권익 개념 확대

24일 서울시가 서울시립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열고 취약계층 노동자 집중 지원 사업에 나섰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취약계층 노동자 권익보호와 복지증진을 목표로 서울시가 ‘서울시 근로자복지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의회 동의와 공모를 거쳤으며, (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위탁해 운영된다. 권익센터는 서울시 산하 구로, 노원, 서대문, 성동구 4개 자치구에서 운영 중인 ‘노동복지센터’의 컨트롤타워-광역 허브 역할도 맡게 된다.


서울시 차원의 노동권익센터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면 일부 자치구에서 시행하던 임금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노동 관련 상시 상담이 서울시 전체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센터엔 2명의 공인노무사가 상주하고, 필요할 경우 노동청 진정사건 대리 등 법률구제 지원도 한다. 또 노동인권노무사모임 등 노동인권법전문단체나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등과 업무협약도 체결해 상담에서 조정, 구제까지 3단계 지원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센터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존 노동 관련 지원 기관들이 사후 구제 위주였다면, 센터는 시민참여 노동 인권 캠페인, 노동환경개선 등 노동 관련 사전 예방과 교육까지 주력한다”며 “노동존중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노력을 다각도로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노동권익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선 서울시부터 잘하자는 마음으로 서울시가 고용한 비정규직과 투자출연기관부터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노동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존재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서울시에 노동정책과를 만들었고, 노동권익이 실현되도록 노력해 왔다. 서울시를 노동특별시로 함께 만들겠다”고 축하했다.

김성희 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센터는 노동에 대한 연대와 존중의 가치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16년부터 광역센터 역할을 확대하고 연구사업과 전략 의제 설정 등을 통해 취약계층 노동의 권익 개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돈문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은 “지난해 전국 광역시도의 간접고용 정책 중간 평가에서 서울시는 임시직과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며 “그래서 서울시의 노동권익센터를 신뢰하게 됐다. 서울에서 모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수탁 배경을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소식에서 축사와 함께 서울시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청소노동자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허경희 첨단산업센터 분회장은 “센터가 서울시 노동자의 삶을 더 즐겁고 일할 맛 나도록 바꾸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축하했다. 허 분회장은 “첨단센터도 서울시 산하 기관이지만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매년 재계약의 공포에 떨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경재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지부장은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생각에 기쁘다”며 “앞으로도 노동과 생존, 권리문제에 대해 더 넓고 깊은 시야로 유권자이자 동지인 서울 시민을 보듬어 달라”고 당부했다.

알바노조 소속 이가현 맥도날드 해고 노동자는 “알바노조라는 단체를 통해 제가 맥도날드와 싸웠듯이 권익센터가 알바노조처럼 많은 노동자에게 힘을 주는 단체가 됐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이나 공신력 있는 실태조사 등에서 권익센터가 분명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자의 허브센터 기능, 서울 모델 안착 의지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수탁 운영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이 사업을 통해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자의 허브센터가 된다는 계획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청년, 여성, 중소영세, 미조직, 비정규노동과 조직노동을 잇는 가교역할을 위해 노동권익센터가 서울시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시민과 가교 역할도 하겠다”며 “노동 인권 홍보와 대시민 캠페인을 통해 노동관련 이슈가 서울시 행정에도 반영되도록 하고, 시민 인식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노동의 가교 역할을 하는 허브센터로 서울 모델을 안착시켜 전국 지자체에도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애초 서울권익센터는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박원순 시장과 야권연대 정책협약을 통해 지지를 선언하면서 그 전신이 논의된 바 있다. 시장에 당선되자 박 시장이 공약 이행을 위해 2013년 노동단체 지원 사업 계획을 추진했고, 이를 받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재웅 집행부가 추진한 비정규센터 사업이 전신이 됐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15억 원의 노동단체 지원금 형태로 지원하면서 민주노조 자주성 침해 논란이 일었고, 민주노총 전체로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남신 소장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아직 이 사업을 가져가고 싶어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노동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충실한 사업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며 “오히려 시민사회네트워크 중심으로 활동해 온 비정규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노동권익센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당시 서울본부는 (노동조합) 조직화 센터로 접근했지만, 조직화 센터는 노동조합비 등으로 하는 것이 맞고, 저희는 노동복지와 노동상담, 법률구제, 시민홍보 교육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노동권익 신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미조직 서울시민들이 쉽게 넘나들 수 있는 쉼터나 노동상담소, 권리구제를 첫 번째 관문 역할로 하면서도 노조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통해 노조 조직화 지원을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노동권익센터 1년 예산은 12억 원 정도다. 일단 박원순 시장 임기인 2017년 11월까지는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지만, 다음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불안정성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 허브센터로서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담보해 수탁 단체가 바뀌어도 사업자체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남신 소장은 “욕심내지 않고 서울시와 파트너쉽으로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며 “서울 센터가 가장 규모가 크고 상징적인 모델이라 이후 다른 지자체의 선례가 되게 하는 것을 3년 사이에 이뤄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동권익센터는 종로구 율곡로(운현하늘빌딩 10층)에 있으며, 총면적 264.46㎡로 회의실, 상담실, 사무공간, 휴게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센터엔 김성희 센터장(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 심재옥 팀장(전 민주노동당 서울시 의원) 등 노동 전문가, 연구자, 공인노무사 12명이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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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12억으로 4개 지역센터 허브를 만들게 아니라,

    취약 자치구별로 1곳씩 총 12곳을 운영해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정작 서울시내 지역 현장에 사람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