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던 곳 내려다보며 목숨 끊은 우권이...포스코가 죽였다”

양우권 열사 사망 10일, 36명 노동자 서울 상경...포스코센터 앞 분향소 설치

  19일 오전 11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강남 포스코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김용욱 기자]

동지의 장례를 치를 때까지 울지 않겠다던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인 EG테크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0일째. 아직 ‘양우권 열사’라는 호칭이 입에 붙지 않은 듯, 양 지회장은 그를 여전히 ‘우권이’라고 불렀다. 양우권 열사가 사망한 뒤, 36명의 노동자들이 서울로 상경해 강남 EG테크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청와대와 국회, 박지만 EG테크 회장 자택, EG테크 본사, 그리고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매일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내몬 회사는 지금껏 말이 없다.

19일 오전 11시에는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십 명의 경찰 병력은 질서유지선을 치고 포스코센터를 둘러쌌다. 건물에 진입하려면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했다. 또 다시 노동자들은 상복을 입을 채 포스코센터 앞에 주저앉았다. 올려다보기조차 힘든 거대한 포스코센터 빌딩 앞에 조그마한 양우권 열사 분향소가 차려졌다. 이조차 언제 철거당할지 몰라 노동자와 연대단위들은 번갈아가며 분향소를 지키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포스코센터 1인 시위와 분향소 지키미 운영, 타격 투쟁 등을 준비하고 있다.

  동지의 장례를 치를 때 까지 울지 않겠다던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 김용욱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양우권 열사가 고문 끝에 사망한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열사는 생전에 회사로부터 일터를 빼앗기고, 왕따를 당했다.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그를 또 다시 부당하게 해고했다. 연이은 부당해고 판정에 회사는 마지못해 복직을 통보했지만, 회사는 현장에서 그를 배제했다. 양우권 열사는 광양제철소 앞 사무실 책상에 앉아 감시를 당했다. 그의 머리 위로 온종일 CCTV가 돌아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양우권 열사는 타살됐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고문치사다. 회사가 그를 고문해 죽게 만들었다. 고문치사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주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공동대표도 “학생들 사이에서도 왕따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양우권 열사는 사측이 주도한 왕따를 당했다. 견디기 힘든 고문이고, 살인이다. 간접적인 살인도 살인이다.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은 “삼성만이 무노조 경영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삼성 못지않게 반노조 경영을 하는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의 파렴치한 민주노조 무력화 방침으로 노동자가 죽었다. 그리고 양우권 열사의 죽음은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하는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양우권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EG테크의 배후에는 포스코가 있었다. 포스코는 하청업체와의 위수탁 계약 과정에서 핵심평가지표 중 20%를 노사관계로 책정했다. 양동은 지회장은 “포스코는 사내하청사 평가에서 민주노조가 있는 업체에 최하위점수를 매겼다. EG테크 자본은 양우권 열사에게 ‘너 때문에 포스코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다’고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양우권 열사는 수년간의 탄압과 괴롭힘에도 자신이 일하던 현장을 그리워했다. 그가 목숨을 끊은 곳은 그가 일했던 광양제철소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공원이었다. 지난 9일, 6명의 동료와 함께 박지막 회장을 만나러 금산으로 향했던 양우권 열사는 결국 박 회장을 만나지 못 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가야산로에 내렸다. 밤새 광양제철소가 내려다보이는 그 곳에서 서성이던 그는 결국 다음 날 목숨을 끊었다.

“10일 아침 7시 26분에 우권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권이는 너무 힘들다고 했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습니다. 설득도 하고, 욕도 해 봤지만,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그와 전화를 마친 양동은 지회장은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걸친 양복을 벗어 던지고, 양우권 열사를 찾으러 나갔다. 하지만 그는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된 유서에는 “양동운 지회장을 위시해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십시오. 멀리 하늘에서 연대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꼭 승리해 달라는 열사의 유언에 따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상복을 입고 회사와 마주섰다. 이들은 포스코와 EG그룹의 사과를 받아내고, 노조탄압 및 불법파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동자들의 기약 없는 싸움이 또 다시 이어지고 있다.

  [사진/ 김용욱 기자]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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