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은 비위 질환

[윤성현의 들풀의 편지](9) 긁지 않고 살 수 있다면?

호주의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서 사는 코알라의 맹장은 몸길이의 약 3배로,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길어 2.4m나 된다고 합니다. 또 젖을 뗄 무렵에는 어미의 항문에 입을 대고 반쯤 소화된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는다고 합니다. 평생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살지만, 그것을 소화시킬 능력은 처음부터 타고나지 못해서 어미의 똥을 받아먹어 그 안에 든 세균을 자신의 장에다 기르고서야 비로소 독립해서 살아갈 소화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인간의 아토피 피부염도 그것이 피부 질환이기는 하지만, 근본 원인은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해 생겨납니다. 소화를 시킨다는 것은 음식물을 위에서 소장, 방광이나 대장을 거쳐 대소변으로 내보내는 물리적인 과정만은 아닙니다. 나무나 기름이 불완전 연소될 때 그을음이 많이 나듯이 영양분은 영양분으로 되고, 찌꺼기는 찌꺼기가 되는 화학적인 반응이 원활하지 못하면, 우리가 먹은 음식물도 독소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성장을 완전히 끝마치는 시기는 사랑니가 나는 때로, 여성은 21살, 남성은 24살 즈음입니다. 코알라처럼 엄마 주머니에서 자라지는 않지만, 태생인 인류도 장기가 완전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탯줄을 끊고 젖을 먹어야 하는 때와 젖을 떼고 밥을 먹어야 하는 시기에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음식물의 일부는 독소가 되어 아토피 피부염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태열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일찍이 젖먹이 때부터 발병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사만풍’이라고도 하는데, 팔다리의 구부러진 곳에 잘생기기 때문입니다. 가려운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풍’이라 하고, 진물이 나는 것을 ‘습’이라고 하며, 붉게 되는 것을 ‘열’이라고 하니, 아토피는 풍습열의 사기가 일으키는 내상 질환이라 하겠습니다.

현대적인 도시문화에서 발병률이 더 높다고 한다면, 인스턴트 식품들, 가공과정에서 화학적인 첨가물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화학물들이 유발인자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위생적이고 정결한 생활 및 섭취로 장내 세균이 줄고 소화력이 약해졌으며, 인공 및 실내 생활로 피부의 건강성이 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항생제의 남용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토피 초기에는 백출, 탱자열매, 율무, 무씨, 엿기름, 산사, 빈랑, 치자, 황금, 대청엽, 쇠비름, 백선피, 동과피 등을 써서 소화를 돕고 열을 끄며 가려움을 없앱니다. 오래되거나 어른이 되어도 낫지 않고 피부가 건조하면 당귀, 생지황, 작약, 하수오 줄기 등을 넣어서 씁니다. ‘방풍통성산’에 황련을 더하여 쓰는 경우가 있는데,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좋고 대부분의 ‘건선’ 질환에 쓰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긁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긁지 않고 잘 수만 있다면!!

* 참고: 피부병, 인민위생출판사, 이문원, 장풍천 주편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는 필자 사정으로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감하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성현(들풀한의원 원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