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30년까지 2만명 퇴직...준비는?

[기획] 은퇴 후 삶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퇴직하는 근로자는 23293명이다. 울산에 퇴직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발생하는 셈이다. 퇴직을 앞둔 현대차 근로자는 퇴직에 대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퇴직을 앞두고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 현대차 생산직 정규직, 비정규직 (예비)퇴직자와 일반직 조기퇴직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빈곤층은 적겠지만, 사회적 활동 무대 없어져
사회적 관계 단절로 우울증 오는 퇴직자 많아
“언제까지 논다, 이런 게 없으니 막연하죠"
“정년연장? 회사가 세대갈등 조장해”
인터뷰_현대자동차 생산직 정규직 예비 퇴직자 A(58)씨


- 현대차 생산직 정규직들은 퇴직 후 삶은 어떤가?

개별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성실하게 모은 사람도 있을 거고, 중간에 퇴직금마저 털어 먹은 사람도 있을 거고, 개인 땅을 사서 돈을 몇 배 불려놓은 사람도 있을 거고. 천차만별일 거다. 그런데 현대차는 연봉이 많은 편이라 전반적으로 생활하기가 아주 어려울 정도로 빈곤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 은퇴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점은 뭔가?
이제 100세 시대다. 제 2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울산에서 자동차 다니다가 나간사람들 재취업률은 10%도 안 된다. 중소기업이나 기타 사업장 고용주들이 현대차 퇴직자는 고용을 잘 안 한다. 고임금을 받던 이들을 고용하는 게 부담스러워서기도 하고, 현대차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 안 좋아서기도 하다. 배부른 노동자 취급을 한다. 또 고용주들은 현대차 사람들이 오면 조용했던 기존 노동자들이 조직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기도 한다. 정규직 퇴직자들도 고임금 받다가 저임금 받으려니 답답한 것도 있다.

- 현대차 정규직이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데, 그래도 재취업을 하려는 분들이 많은가.
매달 300-400만 원씩 벌다가 단 한 푼도 버는 것 없이 지출만 있으면 부담스럽다. 53년, 56년생 선배들은 퇴직하자마자 국민연금을 받았는데도 심적으로 힘들었다더라. 우리는 퇴직하면 국민연금받기까지 공백 기간도 2년 정도 있는데 그런 것 생각하면 더 불안하다.
그리고 퇴직을 한 뒤 우울증, 공황증이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런 분들의 경우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도 일을 나간다. 중소기업가서 일하거나, 현대차 토요일 특근 때 알바로 하루씩 일하거나 한다.

- 퇴직 후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은가.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거니까. 현대차 정규직들은 30여 년을 밤낮으로 라인에만 매달려서 살지 않았나. 주야맞교대 하면서. 돈 버는 기계처럼 살다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지면 우울증에 걸리는 거다. 나 같은 경우는 그런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퇴직을 앞둔 동료들과 동호회 같은 것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100세 시대라고 안 했다. 다들 빨리 세상을 떴다. 지인 중에도 먼저 돌아가신 분들이 엄청 많다. 그렇다 보니 퇴직 후 삶에 대해 고민하기 보단 빨리 퇴직해서 쉬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엔 나름대로 풍족해져서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니까 막연한 거다.

- 퇴직자 위해 회사나 정부에 바라는 점은?
요즘에는 옛날과 달리 60세라도 힘이 많이 남아있다. 최소한 국민연금을 받는 62세까지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부는 현대차가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으니까 겁내는 것 같다.

-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서 정년 연장하는 건 어떤가.
그건 나이대별로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당장 퇴직을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나는 57년생이라 국민연금을 62세부터 받기 때문에 정년연장을 안 해 주면 재취업을 안 하는 이상 1년 몇 개월을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는 데 부담감이 있다. 공백 기간(은퇴 크레바스)를 매울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해 준다면 임금피크제라도 감수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은 임금피크제를 한다고 하면 엄청 화낼 것이다. 여기에 세대 간의 갈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갈등은 회사가 교묘하게 갈등하도록 만들어 놓은 거라고 생각한다.

- 노후대책을 어떤 식으로 해 왔나? 퇴직 후 어떤 삶을 살고 싶나?
부동산, 저축, 주식 등 다양하게 하고 있다. 나이가 있으니까 위험부담이 큰 건 안 하려고 하는데, 금리가 요즘 1~2%밖에 안 돼서 주식을 했다. 그런데 손실을 많이 봤다.
퇴직 후엔 용돈을 벌 수 있을 정도이 간단한 소일거리를 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소일거리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막상 하려고 하면 실행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장사는 해본들 99%는 망할 것 같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퇴직 전후로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우니까 가능한 투자 안 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걸 찾고 싶다.

"우울해서 일 하냐고? 배부른 소리다”
정년 만 58세, 2~3차 하청은 더 일찍 퇴직
비정규직은 퇴직 후 울산을 떠나는 경우 많아
"국민연금 받기까지 공백기간 부담"
인터뷰_현차 생산직 비정규직 퇴직자 B(60)씨


현대차 1차 하청노동자였던 B(60)씨는 지난해 12월 말(당시 나이 만 58세) 퇴직했다. B씨는 퇴직 후 가족이 있는 대구로 돌아가 지금은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받기 까지는 2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 은퇴 후에 쉬는 이들도 많은데, 왜 재취업했는가.
비정규직의 경우 예전에는 월급이 적었다. 월급은 7-8년 전부터 조금 올랐지, 그전엔 얼마 안 됐다. 월급이 적으니 퇴직준비를 할 수 없었다. 비정규직은 월급이 전체 다 따지면 정규직의 50%밖에 안 되는 데, 학자금마저 안 나오니 생활하기 바빴다. 생활비 쓰면 저축이 안 되니까 실제 모아 놓은 돈도 없고, 퇴직연금 넣은 형편도 안 됐다. 퇴직 후에도 생활하려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또 지금 내 나이 대가 결혼식이나 상가 등 부조금이 가장 많이 들 때니까 일을 안 할 수 없다.

- 정규직의 경우 우울증에 걸려서 일부러 일 하시는 분도 있다고 하더라.
배부른 소리다. 나는 생활에 여유가 있다면 지금 이 생활도 안 했을 거다.

- 자녀들은 독립했나.
아직 대학 졸업을 안 한 아들이 한 명 있다. 한 달에 용돈을 2~30만 원 씩 준다. 대학등록금도 계속 내 줘야 한다. 아들은 군에 가려고 휴학을 해 놨는데, 군대도 마음대로 못 간다 하더라. 얼른 다녀오면 좋겠는데 부모로서 답답하다.

- 다른 일도 있는데 굳이 경비일 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 나이에는 받아주는 데가 없으니까. 직업소개소 등 오만 데 다 알아봤는데 갈 만한 곳이 없더라. 이력서도 많이 냈다. 노인일자리센터 같은 프로그램은 실제로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 조경 같은 것 교육도 하던데, 그런 건 취업이 되도 임금이 약하더라. 지금도 억지로 버티는데 120~140으로 어떻게 사나.

- 경비 일 어렵진 않나.
어려움이 많다. 임금도 약하고 잠도 많이 못 자고. 24시간 근무인데 하루 일하고 하루 쉰다. 생체리듬이 다 깨진다. 임금은 150만 원 정도 받는다. 부수적으로 받는 돈은 하나도 없어서 밥도 도시락 싸와서 먹는다. 주민들 시선도 좋지 않고, 휴일도 없다.

- 다른 비정규직들은 퇴직 후 주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나?
70~80%는 경비를 하는 것 같더라. 정규직은 쉬는 사람들이 많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평생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이 뒤늦게 장사해서 잘 되겠습니까.

- 그런데 왜 퇴직 후 울산에 남아있지 않고 대구로 돌아갔나.
현대차에서 일하는 사람 중 80~90%는 타지에서 왔는데, 정규직은 퇴직 후에도 울산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여유가 있으니 울산에 남아서 동료들과 취미생활도 하면서 사는 거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찾아 다시 고향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나도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 현대차 비정규직은 퇴직 시기가 정규직이랑 다르다고 들었다.
정규직은 정년을 조금씩 늘려 와서 지금은 만 60세에 퇴직한다. 비정규직은 여전히 만 58세에 퇴직한다. 비정규직은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의 공백 기간도 길고, 그래서 삶이 더 힘든 것 같다. 나도 국민연금 받으려면 아직도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비정규직들은 대체로 정규직과 정년이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비정규직은 그나마 정년으로 정해놓은 58세보다 일찍 퇴직하는 경우가도 많다. 주변에 55세, 57세에 나간 이들도 있다. 비정규직은 노조가 약했던 탓이 크다. 노조 가입한 사람도 많지 않았고, 노조가 취업규칙을 만들어도 회사는 거의 인정을 안 했다. 거의 업체 사장 재량에 따라 퇴직 나이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1차 하청업체에도 조기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2~3차에는 당연히 더 많이 있다.

- 정부나 회사에서 퇴직자를 위해 어떤 걸 해 주면 좋겠는가?
요즘엔 60세는 노인도 아니다. 퇴직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 줬으면 좋겠다. 정년을 더 늘려도 되고. 그런데 그러려면 단체가 있어야죠. 고령자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

- 정년연장이 세대 갈등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 안 한다. 기업들은 자기 욕심 차리지 말고 일자리를 자꾸 만들어 줘야 한다.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와 퇴직 후 모습 비슷
“2년 더 일하려다 5년 더 빨리나가는 수 있어”
인터뷰_현대차 일반직 조기퇴직자 C(56)씨


- 현대차 사무직은 퇴직 후 어떤 삶을 사나?

퇴직하고 직업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냥 벌어놓은 돈 까먹는 편이다. 그런데 벌어 놓은 돈도 운이 좋아야 있는 거고, 수입이 많아도 가족 이데올로기 안에서 부모부양의 책임 등을 하다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버는 만큼 쓰는 경우도 있고. 고위직들은 퇴직 후에도 회사 소개로 다른 일자리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는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들의 퇴직 후 삶과 비슷한 것 같다.

- 현대차 사무직은 생산직 정규직과 정년 시기도 다르다고 들었다.
생산직 정규직은 정년이 만 60세인데 사무직은 만 58세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성과고과를 명목으로 일찍 퇴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정년은 58세지만 평균 52~53세에 회사를 다 나오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이런 부분 때문에 불안했다.

- 50대 초반에 나온 사람은 퇴직 이후 어떻게 살아가나? 재취업은 잘 되나?
이공계열은 그래도 하청업체나 외국인 회사 등으로 재취업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런데 인문계열은 그렇지 않다. 주변에 보면 50대 초반에 퇴직해서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이들도 있고, 개인 사업하다가 잘 안 돼서 힘들어 하는 이들도 있다.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사서 월세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냥 집에서 놀고 있다.

- 조기퇴직한 사람들은 퇴직 준비를 하기가 더 어려웠겠다.
당연하다. 특히 자녀가 대학졸업을 안 한 상태이거나 취직을 못했으면 더 힘들다. 물론 회사에서 위로금을 줄 때 학자금 1년 치는 준다. 자녀가 2명이고, 대학 등록금이 500만원이면 조기 퇴직할 때 1000만원은 주는 식이다. 그래도 등록금 전액을 나올것이라 예상했다가 못 받게 되면 힘들어 한다. 젊은 애들이 등록금 번다고 시급 5천 원 짜리 알바 해 봤자 돈이 되겠나. 자기 용돈 겨우 하는 정도지. 그리고 또 요새는 대학 졸업한다고 해도 취직이 되는 것도 아니고. 폭격 맞은 셈이다.

- 퇴직 후 삶과 관련해 정부나 기업이 해 줬으면 좋겠는 것?
퇴직 후 인력 재활용 방안을 고안해 냈으면 좋겠다. 서양처럼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 의료 등 고령자를 위한 사회 보장제도를 강화했으면 좋겠다.

- 정년 연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년 연장,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년연장을 도입하면서 쉬운 해고를 허용하는 것이 문제다. 예전엔 회사에서 해고를 하려 하면 부당해고 소송을 하지만, 이제는 소송의 법적 근거가 약해지게 된다. 정년이 58세지만 그 전에 대부분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한 매체에서는 평균 퇴직 연령이 52.5세라고 하더라. 2년 더 일하려다가 잘못하면 5년 더 빨리 나갈 수 있다.

- 개인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개인들도 퇴직 후 삶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 나도 퇴직 준비 없이 갑자기 나오니까 힘들더라. 취업할 데도 없고 장사도 안 되고, 불경기에다 돈 쓸데는 많고, 돈 모와둔 건 없고. 배고프기 전엔 배고플 걸 모르는 것 같다. 50대가 아니라 20대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또 자기가 평생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자기가 특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퇴직 후 삶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덧붙이는 말

최나영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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