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기고] 공적연금제도 포기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하기로 결정했다며 연금학회와 정부시안보다 후퇴된 안을 10월 27일 발표했다. 요즘 언론을 보면 정부와 여당은 정부와 여당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국가재정 악화의 주범이 공무원연금인양 앞 다퉈 물어뜯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의 발의 안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의 기조 속에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국가 재정적자를 감축한다 △하위직급 현장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고 상위직급이 고통을 분담하는 하후상박의 소득 재분배 기능 도입한다 △일반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신규임용 공무원부터 국민연금과 동일한 기여율∙지급율 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거기엔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이나 정부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공적연금의 필요성과 기능에 대한 얘기는 들어갈 틈이 없다. 너도나도 악의 축인 공무원연금을 향한 돌팔매질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마치 공무원연금만 개혁하면 국가의 재정이 안정되고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것처럼 얘기하며, 미래세대와 국가경제를 지키기 위한 애국지사라도 된 것처럼 공무원연금 공격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는 호랑이의 생니를 뽑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그 호랑이가 민가를 덮치게 될 것이라고 국민을 향해 공갈과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미래 세대에 빚 떠넘기지 않겠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공적연금 지출비용을 축소, 국가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83년까지 2,000조원을 국가재정에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한다. 공무원연금은 어느덧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에게 감당키 어려운 빚을 안겨주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여당 방식대로 국민연금의 재정추계를 살펴보면 2083년까지 대략 1경6,530조2,97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춘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얘기하는 재정적자 문제는 해소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이상일 뿐 현실에서 실현이 불가능한 사회보장제도일까? 소위 선진국이라는 다른 나라들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소득대체율이 높은 공적연금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와 새누리당, 연금학회 등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보다 수 십 년 앞서서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했고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그 나라들은 이미 망해도 예전에 망했어야하는데 대한민국보다 잘살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여기에 미래세대 부담전가와 2,000조의 함정이 있다.

공적연금은 자본의 확장 속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국가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즉, 공적연금은 내가 내는 만큼 받아가는 적금이나 사보험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마친 이들을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도록 하는 사회적 부양제도인 것이다. 공적연금은 단순히 수입과 지출을 숫자화해서 흑자와 적자를 구분하는 민간보험과 혼동해선 안 된다. 공적연금은 제도가 성숙하면 필연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회적 부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변할 수가 없다.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2,000조 적자 또한 60여 년간 들어가는 재정부담의 단순 합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매년 해당국가의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비율을 따져야하며, 공적연금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인지를 추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도 정부보전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부족분에 대한 정부 보전금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 및 사회발전에 따른 복지비용의 증가는 앞선 나라들이 경험하고 극복해간 필연의 과정인 것이다.

공적연금을 비롯한 사회복지비용은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부자감세, 도로포장 등 기간시설에 대한 투자비용, 국방비 등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예산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국가유지 비용인 것이지 국가재정을 악화시키는 사회악이 아니다. 공적연금의 축소를 얘기하려면 GDP 대비 0.9%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공적연금 지출을 OECD 평균인 9.4%에 근접하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와 여당이 자본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계를 팔아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자감세와 전기 등 에너지에 대한 각종 정부지원, 비정규직 확대로 절감되는 인건비 등으로 이루어진 600조원에 달하는 1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국가경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잠자는 재화이지만 연금에 지출되는 복지비용은 시장에서 소비되어 국가경제의 윤활유로 작용한다. 공적연금 지출을 비롯한 복지지출은 적자가 아니라 국가가 유지되도록 하는 공적지출인 것이다.

또한 후세대가 앞 세대를 부양하는 것은 앞 세대가 후세대의 양육을 책임지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당연함이 비용을 이유로 죄악시되고,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의 결실을 가장 많이 챙겨간 이들에게 비용부담의 책임을 묻지 않고 개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사회적 패륜을 조장하는 것과 같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래 사는 것이 죄인이 되는 사회,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부담이고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면 자식에게 짐이 되기에 맘대로 자식을 갖지 못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하후상박 연금개혁의 진실

기준소득 상한을 전체 공무원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8배인 804만원에서 1.5배인 670만원으로 인하하고, 고액연금 수급자의 추가적인 비용분담을 위하여 월 평균연금액 219만원의 2배 이상 수급자(438만원)의 연금액을 10년간 동결한다고 한다. 그리고 2016년도 입직하는 신규공무원부터는 국민연금과 같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득재분배를 위해 인하한 상한액 67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 이들은 누구이며, 향후 10년씩이나 연금액을 동결하는 소득재분배 조치의 희생자는 누구인가. 또한 국민연금보다 더 내고 국민연금만큼 받는 소득재분배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438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이들은 그 연금이 없어도 넘치도록 삶이 윤택한 판검사요, 장차관이요, 고위공무원, 고위 경찰들, 사학연금의 교수님들, 군인연금의 똥별님 들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하위직 현장 공무원들은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하후상박 연금개혁의 진실이다.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형평성 이유로 공무원연금 개악...공적연금 포기와 같아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형평성은, 현재 소득대체율 40%로써 용돈수준의 급여액을 보장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연금으로써 국민들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제도라는 전제하에서 출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유로폴리틱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모델로 제시한 독일, 오스트리아의 공적연금 현황을 살펴보자.

독일은 1998년 가입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연금 신청 연령도 62세에서 63세로 늦추는 등 더 내고 늦게 받는 식의 개편을 했다. 하지만 독일 공무원연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박대통령과 다른 의미에서의 모범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독일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은 단돈 1원도 납부하지 않고 국가가 세금으로 전액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런 개혁에도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다른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인 70%이상으로 보장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며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2005년 독립형 공무원연금제도를 일반 국민연금에 통합하면서 연금 수령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 최대 액수를 받을 수 있는 재직 기간도 40년에서 50년으로 올렸으며, 연금 산정 시 기준이 되는 소득도 직전 소득에서 전체 평균 소득으로 바꿨다. 오스트리아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유럽의 연금개혁 중 가장 혁명적인 조치라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식 접근방식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수치와 자료만 보고 다른 내용은 간과했거나 무시한 결과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가입기간 45년인 공무원이 65세에 퇴직했을 때의 소득대체율은 80%로 민간연금의 소득대체율 70%보다 10%가 높다는 것이 진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눈에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숫자만 보이고 연금의 기본기능인 노후소득 안정화의 기준인 소득대체율은 보이지 않는가 보다. 그에 대한 비교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박 대통령이 모범사례로 언급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우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이상이며, 공무원연금은 이보다 높게 보장하고 있음에도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 최대 63%, 국민연금 40%인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을 그 나라들처럼 개혁하라고 한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한국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수준으로 보장한다면 누구도 연금개혁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연금은 연금다워야 한다. 국민연금이 연금으로서 제대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도록 개악해 놓고서 형평성을 이유로 국민연금에 맞춰 공무원연금을 개악한다면 제대로 자리도 잡지 않은 공적연금제도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연금을 핑계 삼아 공적연금제도 자체를 붕괴시켜 사적연금 시장으로 편입시키려는 자본의 음모에 정부와 새누리당이 앞장서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반증이다.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공무원연금 넘어 공적연금 논의해야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문제와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면 공무원 대부분은 개혁 과정에 동참할 것이다. 하지만 2,000조원이라는 6-70년 후의 추정적자를 무기로 공적연금의 기능을 상실한 국민연금으로의 하향평준화를 추진한다면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의 공적연금으로서의 기능을 살려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몇 가지 특수성을 전제하고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이란 직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서 기인한 보상적 성격과 정부가 사용자인 특별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재정의 공공적 성격 등 공무원 연금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은 신분상 제약 즉, 정치적 중립의무, 겸직금지와 퇴직후 취업제한과 재산등록 및 업무와 관련된 공무원사적정보 공개 등 사생활보호 제한, 노동기본권 박탈, 근로기준법 미적용 등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공무원연금이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가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국가로서의 책임이 이중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국가경제의 상황에 따라 1960년 공무원연금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수 십 년간 국가발전과 국민의 봉사자라는 기치아래 저임금을 강요하며 그에 따른 보상으로 후불임금이 가미된 공무원연금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셋째로 사용자인 정부가 책임져야할 부분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져야 한다. 정부책임준비금, 퇴직금에 대한 사용자 책임 등 지금까지 책임지지 않은 정부가 부담해야할 금액은 현재가치로 32조3,613억 원에 이른다. 정부의 부담금만 책임진다면 최소 7~8년은 재정적자를 걱정하지 않고 공무원 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 그동안 방기한 정부의 책임을 다한다면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이러한 전제 아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졸속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적정한 노후소득이 얼마인지,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무원들 또한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공적연금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과 행동에 먼저 나서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공적연금은 별개의 영역이 아닌 한 몸임을 인식하고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젠 한국사회의 가장 큰 수혜자들에게 ‘너희들이 책임져!’라고 요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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