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치러진 독일 선거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유권자 참여율의 엄청난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뮌헨에서 부통령이 그린 왜곡된 그림과는 달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다. 억압적인 자유주의 엘리트에 의해 공적 생활에서 배제된 채 분개하는 ‘침묵하는 다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개하는 소수는 선거 제도를 통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21%를 넘지 못했지만 가장 큰 득표를 한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다. 그러나 독일의 상당히 정교한 민주주의 시스템은 그 소수가 미국에서 MAGA가 해온 방식대로 국가 정부를 장악하는 것을 막고 있다.
AfD는 모든 정당에서 표를 가져갔으며, 특히 메르츠의 기독민주연합(CDU), 침몰하는 자유민주당(FDP), 그리고 숄츠 총리 아래에서 활력을 잃은 사회민주당(SPD)으로부터 표를 얻었다. 그러나 AfD의 신규 득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전에는 투표하지 않았던 180만 명의 유권자들이었다. 보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비투표자층을 대거 동원한 또 다른 정당들은 CDU과 바겐크네히트(Wagenknecht)의 신당이었다.
지역별 투표 분포를 볼 때, 지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독일은 다당제 국가이므로 특정 지역에서 "선두 정당"을 표시하는 지도는 미국의 빨강-파랑 지도와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독일에서 한 선거구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해서 5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1위를 했다는 의미일 뿐이며, 득표율이 20% 미만이어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독일에는 단일 정당이 51%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선거구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AfD는 가장 강세를 보이는 선거구에서 44~47%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장 강세를 보이는 주에서는 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 독일 정치 체제에서 보면, 동독 지역에서 AfD가 얻은 득표율은 독일 전역의 어떤 정당도 특정 지역에서 기록한 적 없는 수준이다. 이는 과거 서독에서 CDU와 SPD가 누렸던 지역적 우위를 방불케 한다. 현재 작센주에서 AfD가 차지하는 위치에 가장 근접한 정당은 바이에른주에서 여전히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독사회연합(CSU, 전국 정당인 CDU의 자매 정당)이다. 다만 CSU 역시 과거처럼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과거 바이에른 정치를 대표했던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Franz-Joseph Strauss)는 "우리 오른쪽에는 아무도 없다"며 보수 정당으로서의 CSU의 위치를 강조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AfD는 CSU가 가장 강세를 보이는 보수적 가톨릭 지역에서도 17%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정치 지형이 분열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동독 지역에서는 AfD가 선두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를 다른 방식으로 보면, 사회경제적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분석은 AfD가 한때 독일에서 "대중 계급"이라고 불렸을 계층을 대변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AfD는 독일 내에서도 특히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가장 큰 득표 증가를 보였다. 반면, 한때 노동자 계급 정당이었던 SPD는 빈곤한 선거구에서 가장 큰 패배를 겪었으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두었다.
직업을 기준으로 한 거친 계급 분석을 적용하면, 사회경제적 정체성의 재편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AfD는 자신을 ‘노동자’(Arbeiter)로 규정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Angestellte)층에서도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자영업자’(Selbstständige) 사이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반면, 예상과 달리 ‘퇴직자’(Renter)층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실업자(Arbeitslose)층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전 선거와 비교하면, ’노동자‘ 계층에서 CDU/SPD에서 AfD로의 뚜렷한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TV 분석가들이 어제 가볍게 언급했듯이, ’노동자‘ 계층은 이제 전체 유권자의 단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너무나도 주변화되어 관련 데이터 표의 제목조차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독일 연방선거, 사무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누구를 선택했는가?
중요한 것은 사무직 노동자, 자영업자, 그리고 퇴직자의 투표 성향이다.
지역 외에 이번 독일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분열선은 연령대일 가능성이 크다. 독일 전체 유권자의 40%가 60세 이상이며, 57%가 50세 이상이다. 반면 30세 미만 유권자는 단 14.5%에 불과하다. 새롭게 선거권을 얻은 유권자는 전체의 3.4%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유권자들은 무엇보다도 독일 정치 체제에서 주변화된 정당들, 즉 AfD와 좌파당(Die Linke)에 투표했다.
반면, 콘라드 아데나워(Konrad Adenauer) 시대를 기억하는 연령대(1940~50년대에 정치적 경험을 형성한 노년층, 주로 1930년대 이전 출생자들을 의미)의 유권자 중 43%가 CDU에 투표했다.
숄츠 총리의 SPD는 퇴직자층에서 노동자층의 두 배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성별 차이도 있다. 존 번머독(John Burn-Murdoch)은 전 세계적인 성별 분극화에 대한 뛰어난 그래픽을 업데이트했다.
최신 독일 선거 데이터가 반영된 결과를 보면, 젊은 독일 남성들은 약간 다시 중도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젊은 독일 여성들은 계속해서 강하게 좌파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이제 30포인트에 달한다. 존 번머독이 나와의 개인적 대화에서 확인해 준 바에 따르면, 이 격차는 무엇보다도 좌파당의 약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Die Grünen)과 좌파당(Die Linke)에 대한 투표는 인종차별에 대한 강경하고 단호한 저항, 그리고 사회적 정의 및 ESG 규범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거리 시위부터 현대적 소셜미디어까지) 수호하려는 의지를 의미했다. 이는 진보적인 투표였다. 하지만 이 진보 정치가 처한 현실은 방어적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이다.
젊은 유권자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이뤄온 평등과 기회의 진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더 나은 세상이 트랜스-대서양적 반(反)‘깨어있음’ 기치(the flag of trans-Atlantic anti-woke, 미국과 유럽의 보수·극우 세력이 페미니즘, LGBTQ+ 권리, 반인종차별 운동 등의 '진보적 가치'를 반대하는 정치적 캠페인을 주도하는 현상) 아래 벌어지는 여성 혐오적 반동에 의해 되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출처] Chartbook 356: Deutschland 2025 - A live (and complicated) democrac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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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