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매일 보고를 받았다, 입건 명단에 회장은 없다

[제11호] 2026년 8월 25일(화)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N°011
2026/08/25(화)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회장이 반드시 인지하거나 의사결정할 내용을 매일 골라 올리라는 HL만도 내부 이메일이 공개된 이날까지, 중대재해 입건자 명단에 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2 “앞으로 경찰이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경고를 대통령이 직접 꺼냈지만, 그 권력을 묶을 방법은 아직 총리에게 건넨 “고민해 달라”는 한마디뿐이다.
3 현대차 노사가 111일 만에 성과금 400%에 1,270만 원, 기본급 10만 원 인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를 이룬 이날도, 하청과 부품사가 원청을 기다리는 교섭장은 비어 있었다.
4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쿠팡의 거부에 막혀 사상 처음으로 현장조사를 접고 철수했으니, 조사를 받을지 말지를 조사 대상이 고른 셈이 됐다.
5 팔레스타인의 땅과 사람을 반세기 넘게 그려 온 화가 술리만 만수르가 일흔아홉으로 떠났고, 그가 남긴 장면 하나를 아래 ‘한 장의 세계’에 담았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회장은 매일 보고를 받았다, 입건 명단에 회장은 없다
문건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금속노조가 8월 25일 공개한 HL만도 내부 이메일은 회사의 보고 체계를 이렇게 정리한다. “중요성/시급성 고려, HJN 께서 반드시 인지 or 의사결정 하실 내용”을 매일 아침 골라 올리고, 없는 날은 “금일 보고 사항 없음”으로 회신하라. HJN은 정몽원 HL그룹 회장을 가리킨다. 이메일이 오간 8월 18일부터 21일은, 7월 22일 평택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승모(28) 씨가 설비에 끼여 숨진 뒤 회사가 수사를 받던 바로 그 기간이다. 참세상이 이날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왜 이메일 몇 통이 수사를 흔드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하는 ‘경영책임자’는 직함이 아니라 실질로 정해진다. 사업을 대표하고 안전보건 체계를 좌우할 실질적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가가 기준이다. 지금까지 입건된 사람은 조성현 대표이사(8월 19일, 노동부 평택지청)와 원 · 하청 관계자 5명(경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까지다. 그룹 회장은 명단에 없다. 유족과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는 8월 24일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소 · 고발했다. 회사 스스로 회장이 “반드시 인지 or 의사결정 하실 내용”을 매일 추려 올렸다면, 안전에 관한 결정만 그 보고에서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류에서 지워진 이름, 일상에 남은 이름

참세상 보도에 따르면 HL만도가 2024년 만든 안전보건정책은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최고안전책임자(CSO)와 이사회’로 명시했는데, 2025년 2월 6일 개정에서 이사회 문구가 지워졌다. 이 개정 사실은 참세상 보도 외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정 회장은 HL만도 사내이사로 지난해 보수 38억2천만 원을 받았다. 입건된 대표이사의 세 배가 넘는다. 책임을 정한 서류에서는 이름이 빠져나가고, 보수 명세와 일일 보고 체계에는 이름이 남았다.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첫째, 고소장을 받은 노동부가 정 회장을 입건할지가 최대 분기점이다. 그룹 총수가 이 법으로 법정에 선 전례가 없지는 않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이 기소됐지만, 1심 법원은 지난 2월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매일의 보고와 결정을 요구한 이번 문건은 그 판례의 논리를 정면으로 시험하게 된다. 둘째, 대책위가 요구하는 HL만도 전사 특별근로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이 실제로 이뤄지는지다. 셋째, 이 사건의 결론은 위험을 하청에 떠넘긴 구조에서 형사책임이 어느 층까지 올라가는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HL만도 #정몽원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사내하청 #위험의외주화 #김승모
 
경찰이 ‘가장 큰 권력’이 되는 날까지 38일, 통제의 설계도는 백지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말했다. “앞으로 경찰이 국가기구 중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되는 데 따른 우리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 그리고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주문했다.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 개혁 기구에 대한 고민을 해달라.”(경향신문 보도 기준) 계기는 제주였다. 5월 12일 밤 숙소를 나선 여성이 사라졌고,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두 시간 반 만에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는 거짓 보고로 사건을 혼자 종결했다. 실종자는 104일 만인 8월 24일 숙소에서 400미터 떨어진 농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은 25일 당시 서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했다.

왜 하필 지금 이 말이 나왔나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경찰 수사를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게 해 두었던 보완수사권을 없앴다. 10월 2일 시행과 함께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대형 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38일 뒤부터 수사의 첫 단계는 사실상 경찰이 도맡는다. 조선일보는 실종 사건을 두고 수사권 재편을 사람 목숨으로 하는 실험에 빗대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통령의 답은 제도를 되돌리는 쪽이 아니었다. 권한 이양의 시간표는 이미 확정돼 있다. 통제의 시간표는 이제 ‘고민’에서 시작한다.

노동사건 수사는 누가 하나

같은 날 민주노총이 낸 성명의 제목은 “노동수사 독립, 검찰의 지휘만 없애면 끝인가”였다. 성명이 든 사례는 이렇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사내하청 약 1만 명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지만 검찰은 2년 뒤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2021년 대전노동청은 현대제철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고도 규정상 25일 안에 해야 할 입건을 28개월 미뤘다. 수사의 주인이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어도, 노동사건에는 늑장을 부리고 사용자에게는 관대했던 관성이 그대로라면 일하는 사람들이 기댈 곳은 더 좁아진다. 커진 경찰 권력이 치러야 할 시험에는 노동사건 수사도 들어 있다.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첫째, 총리실이 만들 개혁기구의 권한 범위다. 수사를 통제할 장치까지 다루는가, 조직 손질에 그치는가. 둘째,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의 형사소송법 재개정 공세다. 10월 2일 출범 준비가 이 공세에 흔들릴 수 있다. 셋째, 개혁 논의가 노동수사 독립 요구까지 담아내는가 하는 점이다.

#경찰개혁 #수사권 #형사소송법 #공소청 #제주실종사건 #노동수사 #민주노총
03
한 장의 세계
한 장의 세계
자료: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부(@Palestine_UN) X 게시, 2026.8.25 · 원문 보기 →
땅을 그리는 대신, 땅으로 그렸다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부가 8월 25일 화가 술리만 만수르(1947~2026)의 별세를 애도하며 올린 사진이다. 그의 곁에 세워진 그림은 예루살렘을 통째로 등에 진 짐꾼, 대표작 ‘자말 알마하멜’이다. “땅을 그리는 대신 땅으로 그리겠다”던 그의 화폭에서 팔레스타인은 지울 수 없는 땅으로 남았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폭염의 호텔 앞, 이번에는 노래가 먼저 도착한다

세종호텔 공대위가 8월 27일 저녁 7시 세종호텔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연다. 이번 무대는 노동가수 박준의 공연 하나로만 채워진다. “30년의 세월, 노동가수 박준의 노래와 투쟁에 얽힌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안내가 올라온 것은 지난주지만 문화제는 이틀 뒤 목요일 저녁에 열린다. 아직 늦지 않았다.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지목한 세 개의 사업장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9월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을 앞두고 동물권행동 카라, 좋은책신사고, 세종호텔을 “서울지역 3대 악덕사업장”으로 지목하고 연대 투쟁을 예고했다. 행진의 경로 위에 서울의 노동 분쟁 지도가 겹쳐 있다.

오늘의 논쟁
폐지하려던 조례 앞에서, 찬성 표는 나오지 않았다

2012년 만들어진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폐지가 의결되고 대법원 집행정지로 되살아나기를 거듭해 왔다. 8월 25일 서울시의회가 폐지조례안을 표결에 부쳤고, 경향신문 보도로는 재적 118명 중 찬성 0표, 반대 117표로 부결됐다. 폐지론은 조례를 교권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지만, 이날 그 주장에 표를 얹은 의원은 없었다. 지워질 뻔했던 것은 문서 한 장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학교에서 제 권리를 말할 때 기댈 언어가 함께 걸려 있었다.

임계점을 만든 힘과 임계점을 넘는 선택 사이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정권은 무너졌고, 핵을 쥔 북한은 살아남았다. 역사학자 비제이 프라샤드는 이 학습이 다섯 달째 공습과 제재 아래 있는 이란의 계산을 바꾸어, 이란을 핵 임계점 쪽으로 떠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제인민회의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란의 대응을 같은 저울에 놓는 “거짓 대칭”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떠밀린 경위를 지운 자리에는 이란 위협론만 남는다는 것이다.

오늘의 단어
교섭창구 단일화

한 사업장에 노조가 여럿일 때 대표노조 하나로 교섭 창구를 묶는 제도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 시행 반년, 이 절차 용어가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마주 앉으려면 먼저 원청이 ‘사용자’라는 판정을 받아야 하고, 판정을 받아도 교섭 단위마다 창구 단일화 절차가 다시 끼어들어 시간이 흘러간다. 공공운수노조는 8월 24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천막을 치고 정부 해석지침 폐기와 원청교섭 창구 단일화 폐지를 요구했다. “무엇을 교섭할 것인지는 정부나 노동위원회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가 교섭을 통해 정할 문제”라는 것이 농성장의 말이다. 현대모비스와의 원청교섭이 노동위원회 조정 문턱에서 막힌 금속노조도 같은 요구를 꺼냈다. 겉보기에는 절차 용어지만, 교섭 상대의 자격을 누가 정하고 그 판정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이 낱말 안에 들어 있다.

05
오늘의 주장

1.  HL만도 중대재해 사건에서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형사책임을 묻는 요구가 잇따랐다. 전국금속노조는 8월 25일 성명 “‘회장님 결정할 내용 보고해’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드러낸 만도 내부 지침”에서 내부 문건이 보여준 보고 체계를 근거로 정 회장의 즉각 입건과 결재 라인에 대한 강제수사를 요구했다. 노동당도 전날 “고용노동부는 정몽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라”는 논평에서 정 회장을 안전보건의 조직 · 인력 · 예산을 실질적으로 정하는 자리로 지목했다. 두 요구가 가리키는 곳은 같다. 위험은 회장실에서 결정되는데, 처벌은 지금까지 대표이사 선에서 멈춰 왔다는 것이다.

2.  용산에서는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해 지을 것인가’가 쟁점이 됐다. 녹색당은 8월 24일 “용산공원이 아니라, 용산정비창 부지에 100% 공공주택 공급하라”는 논평에서 서울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도심 녹지를 지키고 주택 공급은 정비창 부지의 공공주택으로 하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8월 25일 “정부는 용산공원 개발 빌미로 정비사업 규제완화 말아야”라는 논평으로 공원 개발이 재개발 · 재건축 규제완화의 지렛대로 쓰이는 흐름을 겨냥했다. 녹지를 지키자는 요구와 개발 이익의 공공성을 지키자는 요구가 같은 땅 위에서 만났다.

3.  무지개행동은 8월 25일 “국방부는 트랜스젠더의 군복무에 관한 논의에 앞장서라”는 성명을 냈다. 국방부가 수년간 비공개로 묶어 두었던 ‘성전환자 현역복무 관련 연구’가 공개된 것을 계기로, 논의를 미루는 침묵이 곧 배제라는 지적이다.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이후 5년이 지나도록 군은 트랜스젠더 복무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4.  한편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는 8월 24일 포스코의 파업 대체인력 투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포스코가 협력사 소속 노동자를 파업 현장에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는데, 이들은 앞서 포스코 불법파견의 피해자로 인정된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한 노조법 43조와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81조 위반으로 고소를 예고했다.

06
사설 · 칼럼 비평
주목권리가 재량이 되자 고용은 반으로 줄었다
「국민의 권리를 빼앗다」  프라바트 파트나익 참세상 · 08/25

‘일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 인도 농촌고용보장제(MGNREGA)가 폐지되고 재량형 제도로 대체된 지 한 달, 고용량은 1억5,330만 인일에서 7,670만 인일로 반토막 났다. 인일은 한 사람이 하루 일한 양을 세는 단위다. 파트나익은 이 숫자에서 전환의 실체를 읽는다. 권리가 재량이 되는 순간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은 90%에서 60%로 내려가고, 위험은 지방정부와 노동자에게 옮겨진다. 부유세와 상속세로 재정을 넓혀 고용을 되살리자는 대안까지 나아가는 이 글은, ‘보장’이라는 단어가 법전에서 지워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는지 먼 나라의 일로만 읽히지 않게 한다.

주목1,135번의 선전전을 세어 수신인을 좁힌 사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다룬 이 사설의 힘은 수치의 배치에 있다. 많은 시민이 기억하는 탑승 시위는 73번이지만 선전전 전체는 1,135번이었다는 것, 요구가 휠체어로 탈 수 있는 저상버스 100%와 폐지된 공공일자리 400명의 복원이라는 지극히 구체적인 목록이라는 것. 사설은 수신인으로 조례를 약속한 민주당 대신 예산을 쥔 오세훈 시장을 지목하면서, 중앙정부와 국회의 몫까지 호명한다. 시위가 멈춘 다음 날, 책임의 소재를 흐리지 않고 오히려 좁혀 놓은 논설이다.

비판책임자를 찾는 사설이 구조는 묻지 않는다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을 짚는 이 사설의 사실 열거는 충실하다. 담당 경찰관 혼자 사건을 종결하고 기록까지 지울 수 있었다는 것, 긴급체포가 요건 미달로 풀렸다는 것. 그런데 결론은 “수뇌부부터 책임 있는 모습”이라는 문책론에서 멈춘다. 한 사람이 사건을 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10월부터 수사의 첫 단추를 도맡을 조직에 어떤 통제 장치를 달지는 묻지 않는다. 책임자를 찾는 일은 필요하지만, 책임자만 찾는 사설은 다음 사건 앞에서 같은 문장을 반복하게 된다.

비판‘일시적 세수’라는 걱정은 왜 한쪽으로만 흐르나

반도체 호황의 세수로 미래대응기금과 각종 사업을 벌이면 호황이 끝난 뒤 감당할 수 없다는 경고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일 자체는 타당하다. 그런데 이 지면에서 ‘일시적 세수’ 걱정은 지출이 청년과 농어촌과 문화로 향할 때 소환되고, 종부세 완화와 감세를 주문할 때는 등장하지 않는다. 150조 기금에 대한 회의는 노동운동에도 있다. 민주노총은 같은 기금을 두고 노동자의 몫이 없다고 물었다. 씀씀이를 줄이라는 요구와 배분을 바꾸라는 요구 사이에서, 이 사설은 기금이 누구에게 흘러가는지는 끝내 세지 않는다.

논쟁“집 한 채 가진 것이 죄냐”는 물음 곁에 두어야 할 숫자

사설의 물음은 절실하게 들린다. 직장 이전과 부모 봉양으로 제 집에 못 사는 사람이 투기꾼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거주 기준의 설계가 거칠다는 지적에는 논쟁의 실익이 있다. 하지만 전국 주택 소유자 1,598만 명 중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3%, 1세대 1주택 납세자는 1% 안팎이라는 참여연대의 집계를 사설은 앞세우지 않는다. 예외의 사각지대를 근거로 ‘전면 재검토’로 건너뛰면, 도착지는 보유세 강화라는 방향 자체의 철회가 된다. 집 한 채의 세금을 죄라고 부르는 지면은, 집 없는 절반이 다달이 내는 주거비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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