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승모, 이제야 보낸다”…HL만도 중대재해 63일 만에 합의

HL만도 고 김승모 중대재해 49일째, 고용노동부는 답하라! 기자회견. 참세상 박도형.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작업 중 숨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승모 씨의 유가족과 노동조합, 대책위원회가 사고 발생 63일 만에 회사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에 합의했다. 유가족은 합의에 따라 22일 김 씨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다만 불법파견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와 사법 절차는 계속된다.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22HL만도와 유족 요구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722일 김 씨가 사망한 지 63, 유가족이 서울고용노동청에 빈소를 마련한 지 14일 만이다.

합의에는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조문을 포함한 만도 경영진의 사과,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 불법파견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유가족 배·보상 등이 담겼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합의는 21일 오후부터 22일 새벽까지 이어진 밤샘 협상 끝에 이뤄졌다.

협상 직전까지 양측의 갈등은 이어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HL만도는 21일 판교 본사에서 김 씨 사망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유가족과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채 추진하면서 유가족과 대책위가 항의했다. 이들이 연좌농성에 들어가면서 기자회견은 무산됐고, 이후 회사가 유가족에게 기자회견 추진에 대해 사과하면서 추석 전 합의를 목표로 협상에 들어갔다.

김 씨는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28세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지난 722일 작업 중 설비에 끼여 숨졌다. 사고 이후 유가족과 금속노조 등은 사고 원인과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규명하라며 대응을 이어왔다. 7월 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논의가 잇따라 결렬됐고, 8월에는 노동부와 경찰의 평택공장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수사기관도 관련자들을 입건했다. 대책위가 정리한 경과에 따르면 819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HL만도 법인과 평택공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3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사고 이후 불법파견 의혹도 제기해왔다. 이번 합의에는 회사가 불법파견 관련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합의 자체가 불법파견이나 중대재해 책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끝낸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는 합의는 당사자 간에 이뤄진 것이라며 불법파견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수사와 형사 절차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도 중대재해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 역시 장례 이후에도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정감사 대응과 불법파견·중대재해 관련 고소·고발에 따른 사법 대응, 만도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과 안전진단 등 후속 활동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실제 노동부는 지난 17일부터 원주공장과 익산공장에 대한 근로감독에 들어갔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번 사고를 하청 구조 속에서 안전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은 이제 시작이라며 합의 이후에도 HL만도 현장의 안전대책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추석 전에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뜻에 따라 이날 오후 6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김 씨의 노동·시민·사회장을 치른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예정됐던 영정행진과 낮 12시 시민사회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덧붙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