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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ing Terrible Amer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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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주현 |
등록일 : 2006. 12. 07 |
조회수 : 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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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학살하는 Fucking Terrible America
김 주 현 / 관악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교육정책팀장
IMF라는 자본의 태풍이 민중의 삶을 헤집어 놓은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자본의 이익을 위한 광폭한 구조조정의 칼날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쫓아냈다. 도시의 밤거리는 노숙자로 뒤덮이고 카드의 남발로 신용불량자가 넘쳐났다. 수출은 증가하고 주가는 폭등하지만 민중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가고 있다. IMF가 남긴 가볍지 않은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그 고통에 익숙해져갈 즈음 이번에는 한미FTA라는 쓰나미가 태평양을 넘어 한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IMF는 경제위기에 있는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채무기간 동안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고, 그 조건은 경제구조에 대한 것에 한정되었으며 채무를 상환함과 동시에 그 조건에 대한 의무는 사라지는 것이다. IMF는 당시 우리나라가 처해있던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고, 빌린 돈만 갚으면 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FTA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대외의존도가 70% 이상인 수출중심의 산업구조이기에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선점해 대미 수출을 늘리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FTA는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하게 체결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현재도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수출의 증대가 아닌 내수시장의 활성화에 있다는 것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또한 세계 최강국으로서 서비스업, 농업을 비롯해 전 제조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과 협상력을 가진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생각해봐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FTA가 단순히 관세를 낮추어 교역을 활발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FTAA, MAI 등 다자간협정에 실패하자 전세계적으로 국가대 국가의 양자간협정을 경쟁적으로 체결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한국과의 FTA는 그 시범케이스인 것이다. 그렇게 추진되는 FTA의 취지는 관세장벽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당사국간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장벽을 철폐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나라의 법과 제도, 관행 등을 모두 미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바꿀 것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한 수많은 위험요소들에 대해서는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기에 이 글에서는 이것이 우리 장애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집중하기로 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FTA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이므로 장애인들에게 있어서도 특정 부분이 아닌 삶의 전반에 걸친 위협이 가해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공공서비스 부분, 그중에서도 복지와 의료의 부분이다.
현재 정부에서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복지혜택 중의 하나가 대중교통이나 공공요금, 세금 등의 할인이나 면제일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이나 사회적약자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해당 공기업의 적자분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한미FTA가 체결되게 되면 그러한 공기업들의 민영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전기나 수도, 가스, 우편요금 등이 대부분 저소득층인 장애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등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영화되지 않더라도 한미FTA에서 제시되고 있는 투자자-정부제소권에 의하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기업과 동일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그러한 지원이 미국기업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만약 이렇게 제소되어 패하게 되면 그러한 지원을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FTA를 체결한 멕시코나 캐나다의 정부를 상대로 미국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단 한번도 미국기업이 패한 적이 없다는 전례를 볼 때 정부는 그러한 제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이는 장애인에 대한 할인이나 면제 혜택의 폐지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부분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의료서비스나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FTA로 인한 지적재산권 보호조치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기간의 연장으로 저가의 복제 의약품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되어 약가 상승이 불가피하게 된다.
또한 미국의 고급 병원들이 들어오고 한해 보험료가 1000만원이 넘는 미국의 보험기업들이 들어오게 되면 부유층들은 건강보험을 탈퇴하고 미국 보험에 가입하여 고급의료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의 재원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다주게 되고 보험료의 지속적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어 고소득 가입자의 이탈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종국에 건강보험체계는 붕괴된다.
이는 전 국민의 14%가 아무런 의료보험이 없고, 평균수명이 감소되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의 의료체계가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재현되는 것이다. 보험료도 병원비도, 약값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 특히나 장애인들은 아파도 참아야 하고 치료약을 두고도 돈이 없어 죽어가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세계최고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기부문화가 발달하여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민간지원이 가능한 미국이 그 정도니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더욱 참혹할 것이다.
그럼에도 FTA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미국식으로 변화한다면 미국의 좋은 사회제도들이 도입되어 좋은 측면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ADA와 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같은 의료제도들의 도입이 쉬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한미FTA를 통해 변화하는 법과 제도, 관행들은 미국기업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지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다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기업의 이익에 하등의 관계가 없는,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에 걸림돌이 될 만한 제도들을 한국에 도입하라 요구할리는 만무하며, 한국 스스로 그것을 도입하기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즉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좋은 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초국적 자본과 친미, 공미주의자들에게만 유리한 추악한 제도들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으로 볼 때, 한미FTA는 한국이 나라를 통째로 미국에 바치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보다 더욱 굴욕적인 협상이다. 다시 말해 이건 매국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대규모 살상을 가져올 파국협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복지나 의료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한미FTA 체결 이후의 장애인의 삶을 예상해 볼 때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 신자유주의의 완전한 승리로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급격하게 퇴보할 것이고, 시장주의적 무한경쟁체제에서 인권은 사라질 것이며, 자본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은 또다시 격리되거나 홀로코스트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곧 4차, 5차 협상이 진행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 한다.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돈으로 수도, 전기, 가스를 끊고, 돈으로 대중교통의 발을 묶고, 돈으로 병을 치료할 약을 끊으며 악랄하게 자행되는 초국적 자본의 학살을 운명인양 조용히 앉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전 민중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한미FTA 반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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