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을 함께 검색하면 인공지능이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많은 글이 나온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에 비해 인공지능이 그런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사실은 없으며, 실제로 인공지능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현재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 개발은 ‘뭐든지 클수록 좋다’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런 개발 방식은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추정에 따르면, OpenAI의 GPT-3은 학습과정에서만 약 1287㎿h 전력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55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한다. 2019년 구글이 만든 최초의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 BERT가 학습과정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652kg인 것과 비교하면 3년만에 배출량이 1000배로 늘어났다.
인공지능은 사용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가 입력한 문장을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하는 데 복잡한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인공지능 도입 이후 구글의 전체 전력 사용량 중 15%가 인공지능 작동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뛰어넘는 게 ChatGPT다. 한번의 검색을 기준으로 구글은 0.3Wh를, ChatGPT는 2.9Wh의 전력을 사용한다.
출처 : Unsplash, Jas Min
인공지능 사용에 필요한 자원에는 물도 포함된다.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가능하게 하는 AI용 칩은 많은 열을 내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기존의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현재 ChatGPT는 한 번의 대화를 기준으로 500ml의 물을 사용한다. 기후위기의 상황 속에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작년 7월 구글은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우루과이에 하루 769만ℓ의 냉각수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공지능 모델의 효과가 검증되면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개발 비용 같은 다른 모든 고려 사항을 희생해서라도 보다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전기’다. 현재 생산되는 전력으로는 인공지능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족한 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는 게 소형모듈원전(SMR)이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테슬라·아마존 같은 기업과 정부가 투자했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2038년까지의 ‘전력 수급 계획 실무안’을 통해 소형모듈원전 도입을 발표했다.
거대 테크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앞으로 전기가 부족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투자한 원전을 직접 지어서 자신들의 데이터센터 옆에 두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 소형모듈원전이 아직 한번도 상용화된 적 없는 신기술이라는데 있다. 원자력산업계에서는 입을 모아 안전하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작은 원전이다. 핵폐기물 문제가 여전히 있고 실제로 진짜 안전한지,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빌 게이츠의 원전회사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 실증단지(제품을 상용화하기 전에 다양한 조건에서 제품을 시험하는 장소)에 건설 비용 절반을 투자했다. 이미 미국은 소형모듈원전을 국가에너지전략으로 생각하고 돈을 붓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현재 엄청난 지구적 비용을 들이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그만큼의 실질적인 혜택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회 환경적 비용 대비 유용한가? "GPT 같은 거 만들면 안된다, 사용하지 말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을 통해 그림을 생성할 때, 실제로 누군가는 식수 접근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천연 자원이 점점 더 부족해지고 전기와 식수에 대한 접근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맥락에서 인공지능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
전통적 테크기업에 비해 인공지능 기업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OpenAI의 GPT가 얼마만큼의 전기와 물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지 같은 데이터는 공개된 적 없다. 우회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와 타 기업들의 공개 데이터 등을 통해 연구진들이 추정한 결과값들이 대부분이다. 인공지능이 전력 사용과 탄소 배출을 감내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려면, 개발 단계에서부터 전체 수명주기까지 얼만큼의 물과 전기와 돈을 사용했고 또 앞으로 얼만큼 사용할 것인지, 감축을 위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을 묻고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에게는 더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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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