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붕괴와 농작물 및 가축 가격 폭락으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 농부들을 위해 104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구호 패키지를 승인했다. 그러나 인종 형평성을 위한 행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지원금의 절반 정도가 '사회적 약자' 농부 또는 인종적 또는 민족적 편견의 대상이 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위한 부채 탕감에 배정되었다.
1990년대부터 사회적 약자인 농부와 목축업자를 위한 연방 정부의 지원이 있었지만, 그 양이 적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2020년의 인종 정의 시위(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 그룹은 "농업 분야의 역사적 차별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특히 흑인 농부들은 과거 짐 크로우(Jim Crow) 시대의 토지 강탈, 농무부 대출 거부와 같은 차별을 겪었다고 옹호자들은 지적했다. 톰 빌색(Tom Vilsack) 농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여러 세대 동안 사회적 약자인 농부들은 체계적인 차별과 부채의 악순환으로 인해 성공할 수 없었다"며 인종 대상 농장 지원금 포함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진보주의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배상이긴 하지만 그 이상입니다. 역사적인 사건입니다"라고 한 비영리 단체의 이사는 말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순간은 순식간에 법적 수렁으로 변했다. 법안 제정 이후, 부채 탕감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는 여러 주의 백인 농부들이 프로그램에서 제외된 것이 인종 차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는 스티븐 밀러의 아메리카 퍼스트 리걸(America First Legal)과 같은 우파 단체의 지원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소송이 시작된 지 몇 달 후, 연방 판사는 프로그램의 시행을 중단시켰다. 이듬해 개정된 법안에서는 논란이 되었던 인종 기준이 삭제되어 부채 탕감 대상자가 미국 농민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백인 농민으로 확대되었지만, 가용 자금도 줄어들어 지원금이 크게 줄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프로그램은 흑인과 백인 농부들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게 만들었다는 한 가지 측면에서만 성공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출처 : Unsplash, Tim Mossholder
이 프로그램의 초기, 인종에 따른 제한은 당연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인 농부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잘못된 시행으로 인해 부채 탕감을 기대했던 흑인 농부들은 부채 탕감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약속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회신했는데 그들은 모든 조치를 폐지했습니다. 저는 이를 깨진 약속으로 봅니다"라고 전국흑인농민협회(National Black Farmers Association) 회장인 존 보이드 주니어(John Boyd Jr.)가 2022년에 말했다. 그와 다른 세 명의 흑인 농부들은 프로그램 중단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달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약속된 지원을 받지 못한 다른 흑인 농부들은 11월에 조 바이든을 처벌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지아주의 한 농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잘했다"고 신문에 말하기도 했다.
반인종차별주의 정책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실패와 법적 분쟁으로 인한 정치적 후유증은 교훈을 준다. 흑인 농부들에게 부채 탕감을 제공한 원동력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진정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된 '인종 차별 반대'라는 이론은 결국 재앙을 초래했다.
왼쪽, 전국흑인농민협회(National Black Farmers Association) 회장인 존 보이드 주니어(John Boyd Jr.) 출처 : John Boyd Jr. 블로그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인종을 겨냥한 농장 지원에 대한 불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정의의 비전은 분열과 분노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인종의 사람들을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넣은 광범위한 경제 시스템을 모호하게 만들고 심지어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가 부채의 경우, 인종에 따른 제한을 통해 역사적 차별을 해결하려는 입법자들의 시도는 결국 모든 인종의 독립 농부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어려움의 상황을 가리는 결과를 낳았다. 1980년대 이후 기업들이 농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소수의 거대 농업 기업이 대두, 옥수수, 가축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반면 수천 개의 소규모 농장은 재정적 파탄에 내몰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혹독한 날씨와 멕시코 및 중국과의 지속적인 무역 분쟁으로 인해 이미 열악한 환경이 더욱 악화되었고, 2019년에는 기록적인 수의 농가가 파산 신청을 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는 10만 개 이상의 농장이 사라졌고, 그중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만 1만 2천 개가 사라졌다“며 "농가 부채는 4,16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라고 타임지가 지적했다. 미국농촌보건협회(National Rural Health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농민의 자살률은 다른 유사 직종에 비해 3.5배나 높다.
경제적 부족과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는 특성을 근거로 한 집단 또는 다른 집단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은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정치적 재앙을 피하려면 진보적 정책 결정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자유주의 정부 이론을 거부해야 한다. 첫째, 과거의 차별은 현재의 차별에 의해서만 시정될 수 있다는 제로섬 이론을 거부해야 한다. 비록 그 차별이 반인종주의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둘째, 특정 인종 집단이 불균형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만 추구할 뿐, 그 어려움 자체를 없애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격차주의’의 논리를 거부해야 한다.
공동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단순히 흑인 농부 집단이 과거의 차별에 대한 보상을 받는지 여부가 아니라 모든 농부들이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이는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평등주의 경제 질서를 조성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한 보편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좌파는 흑인과 백인 농민 간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인종 차별 정책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주요 농업 기업의 힘을 축소하고 그들이 축적한 막대한 부를 어려움을 겪는 농촌 지역에 재분배하는 정책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인종적 형평성'이라는 미명하에 농부들을 대립시키는 것은 우파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그러나 농업 독점을 해체하고,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수익금을 흑인과 백인 농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은 농민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진보적인 의제를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농촌 정치 연합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The Dead End of “Anti-Racist Discrimination”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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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과스텔라(Dustin Guastella)는 필라델피아 팀스터스 로컬 623의 운영 책임자이고, 제니퍼 C. 팬(Jennifer C. Pan)은 The Jacobin Show의 공동 진행자이며 New Republic, Dissent, Nation 및 기타 출판물에 기고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