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다시 광장을 밝혔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의 바다' 이후 8년 만이다. 어두운 밤,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질서 파괴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4일 저녁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참세상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계엄을 생각했다는 것 그 자체, 국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하고 총칼을 들이댈 것이라고 생각한 그 자체, 그것이야말로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을 "반국가단체의 수괴, 범죄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장 내쫓아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법자 윤석열은 대통령 참칭 행위를 중단하라", "죄인 윤석열은 대통령실 무단 점거를 중단하라"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저항하고 맞서고 싸우고 투쟁했던 사람들의 힘으로 겨우 나아왔다"면서, 용산으로 행진해 "내란죄 범죄자 윤석열을 형행범으로 체포한다"고 전하자고 발언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노동자와 대학생, 시민(왼쪽부터 김형수, 김채원, 이미현). 참세상
"거제에서 배 만드는 하청 노동자"로 자신을 소개한 김형수 씨는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며, 투쟁에 나섰던 조선하청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470억이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중형을 구형했다면서 "온 국민들을 불안에 떨어놓고 밤잠 설치게 한 윤석열에게는 도대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서 우리 시민들이 함께 "차별의 문제, 노동 현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형수 씨는 조선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에 맞서 15일째 단식을 이어가며 국회 앞 농성 중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회에 나왔다는 김채원 씨는 윤석열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권력은 전부 국민의 것"이라 지적하고, "국민에게 받는 권력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내려놓고, 정당한 죗값을 치르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두 명의 쌍둥이 아들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 이미현 씨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 씨는 "대통령 윤석열과 김건희 아니 이 윤석열 놈은 고작 5년짜리 임기이면서 대한민국이 자기 것인 줄 알고 불법 계엄을 선포하며 군대에 보낸 우리 귀한 아들들을 앞장세워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면서 "윤석열을 자리에서 끌어낼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에게 투표했다는 조진영 씨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조 씨는 "윤석열을 탄핵하기 위해 하나되어 앞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청소년, 활동가, 대학생 (왼쪽 부터 유원우, 몽실, 신재현). 참세상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 유원우 씨는 "대한민국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구류된 삼권분립 국가이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된다고 배웠다"면서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되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몽실 활동가는 "차별과 혐오로 대통령이 되었던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서 우리 민주시민들은 차별과 혐오가 없는 집회문화와 민주적 시민의 자세로서 윤석열을 퇴진시키는 운동에 함께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재현 씨는 윤석열은 "노동자 혐오,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 장사로 대통령이 된 인물"로 "끝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면서, "반역자(윤석열)를 끌어내라"고 외쳤다.
광화문에서 용산을 향해, 행진에 나선 시민들. 참세상
1시간 30분 가량 집회를 진행한 참여자들은 오후 7시 30분경부터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에 나섰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집회에 모인 5천 명의 시민들이 행진을 이어가면서 2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서울역을 거쳐 용산을 향해 1시간 40분 가량 약 4.4km를 함께 행진했다. 퇴근길 버스에 몸을 실은 또 다른 시민들도 행진 대열을 향해 손인사를 건네며 호응했다.
행진 참여자들은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죄 범법자,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함께 소리 높여 외쳤다.
2만 명의 행진 물결. 참세상
참여자들은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경찰은 남영역 사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시민들은 경찰에 항의하다 오후 9시 10분경 자진 해산하고 다음날 다시 광화문에 모여 집회와 행진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 바리케이드로 가로막힌 행진. 참세상
바리케이드 앞 항의하는 시민들. 참세상
이날 서울 광화문뿐만 아니라, 광주, 전남과 전북, 충남과 충북, 대전, 부산, 대구, 경남과 경북, 울산, 강원, 제주 등 전국 30여 곳에서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이날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야권은 늦어도 7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의 힘은 같은날 본회의 직전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본회의에도 불참했다.
한겨레의 4일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혼란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예상되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밖, 일과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은 저항의 물결을 이어간다.
민주노총은 4일 오전부터 전 사업장 총파업을 선포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노동자들은 5일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은 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5일 오전 11시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탄핵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여의도 국민의 힘 당사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오후 4시에는 '내란범 윤석열퇴진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집회를 갖고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까지 행진한다.
오후 6시에는 다시 동화면세점에서 '내란범 윤석열퇴진 시민대회(범국민대회)'가 계획되어 있다. 집회 후에는 남영역사거리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까지 매일, 평일에는 저녁에, 주말에는 한낮에 광화문에서 광장을 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