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성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나라,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운 나라,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꿈꾸는 페미니스트입니다."
'광장의 힘'으로 펼쳐진 조기 대선, 각 후보의 공약은 지난겨울 그 춥고도 어두운 광장을 지키고 밝혀온 여성과 성소수자들의 현실에 얼마나 뿌리 내리고 있을까. "여성과 성소수자를 지우는 거대 양당" 이재명·김문수 후보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10대 공약으로 내건 이준석 후보와는 다르게 '페미니스트'를 자임하고 성평등 공약을 전면에 내건 후보가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13일, 자신은 페미니스트라 선언하고 "성평등을 모든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밝히며 성평등과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12일, 여성 유권자 대선 토론회에 참석한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제공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일곱명의 후보 중 페미니스트를 자임한 것도, 10대 공약에 성평등·여성 관련 공약을 명시한 것도, 관련 공약을 별도로 무게 있게 발표한 것도 모두 권영국 후보가 유일하다. 권 후보는 12일 공개된 10대 공약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 없는 나라, 여성과 소수자들이 혐오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세 번째로 제시한 바 있다.
권 후보는 이날 "윤석열 정부가 파괴한 성평등 정책을 재건하겠다"면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서 성평등부 장관을 성평등부총리를 겸임하게 하고,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 추진 방향에 성평등 정책 기조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차별과 혐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성별, 장애, 인종, 나이, 학력, 성적 지향, 고용 형태,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나아가 <시민동반자법>, <혼인평등법>, <비혼출산법> 등을 지원하여 가족형태로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권 후보는 "1997년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2006년 노무현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했던 차별금지법, 이제는 제정하겠다"면서 "더 이상 ‘나중에’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날 권영국 후보가 발표한 성평등·여성 관련 공약들은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시민동반자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법 지원 △비동의강간죄와 낙태죄 대체 입법 추진 △여성 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응 강화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기 △임금격차 해소·돌봄지원 확대 등으로 유리천장 없는 성평등 노동을 실현 △포괄적 성교육 도입 △여성 후보 공천 비율 의무화 등이다.
권영국 후보는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반여성주의 포퓰리즘으로 탄생했고, 정치가 나서서 쌓은 혐오와 배제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더 많은 폭력과 차별로 몰아갔다"고 짚고는 "광장을 채운 응원봉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빛이었다"면서 "국회로, 여의도로, 남태령으로, 한남동으로, 거통고지회와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으로 달려와 준 2030 여성들이 민주주의를 지켰다.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환기했다.
권 후보는 이어서 "그런데 막상 대선이 시작되자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있다"면서 "이재명 후보는 광장의 주역이 여성이라는 말을 애써 회피하고, 김문수 후보의 여성 공약은 군복무희망제 하나뿐이며,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을 따라 ‘여성가족부 폐지’를 또 들고 나왔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광장을 함께 지켰던 페미니스트 후보 권영국이 성평등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권영국 후보는 지난달 23일, 전국 49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참여하는 무지개행동이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발표한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을 모두 적극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대선 후보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여성신문과 한국YWCA,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주최하는 '여성 유권자, 21대 대선을 말하다' 토론회에도 대선 후보 중 홀로 참여하여, 별도의 발언 없이 토론 내용을 경청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동덕여대 재학생이 참여하는 '우리가 광장이다: 싸우는 대학생들' 간담회를 갖고, 동덕여대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