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프레 소네벨트(Fré Sonneveld)
미국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싸움 속에서, 뉴욕 시민들은 2019년과 2023년에 두 건의 중요한 입법 성과를 끌어냈다. 지금 이 역사적인 법안의 실현 여부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해당 입법 약속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되살아난 트럼프 행정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굴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2019년, 청년 주도의 기후 운동이 정점을 찍던 해에, 뉴욕은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해 7개 주와 함께 100% 청정에너지 목표를 설정했다. 당시 통과된 ‘기후 리더십 및 지역사회 보호법(The Climate Leadership and Community Protection Act)’은 뉴욕주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70% 달성, 2040년까지 배출 제로 에너지 전환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지역사회 활동가들과 환경 정의 단체들, 그리고 민주당 소속 주의원들이 힘을 모아 ‘공공전력 뉴욕(Public Power NY)’ 연대를 결성했고, 그들의 해법으로 ‘공공재생에너지 구축법(Build Public Renewables Act, 이하 BPRA)’을 제안했다.
공공재생에너지 구축법이란?
BPRA는 뉴욕이 지닌 독특한 공공기관인 뉴욕 전력청(New York Power Authority, 이하 NYPA)을 활용하는 법안이었다. NYPA는 1931년 당시 주지사였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가 창설한 공공전력 회사로, 캐나다 국경에 두 개의 주요 댐을 건설했고, 이 댐들은 현재 뉴욕 전력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다. 루스벨트는 공공전력 기관이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는 이윤 중심의 기업들을 견제하고, 뉴욕 시민들에게 더 저렴한 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BPRA는 NYPA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저장 설비를 건설하고 보유할 권한을 부여했고, 이를 통해 2019년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저소득층에게 청정에너지 크레딧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노조 노동자를 통한 공사 의무화, 그리고 여름철 피크 시기에 흑인과 라틴계 지역사회를 오염시키는 고배출 화력 발전소(피커 플랜트)의 폐쇄 조항도 포함했다. 여러 면에서 BPRA는 주 차원의 ‘그린 뉴딜’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주 상원의원 줄리아 살라자르(Julia Salazar)와 주 하원의원 사라하나 슈레스타(Sarahana Shrestha)는 이렇게 밝혔다.
“루스벨트의 비전과 뉴욕 시민들의 투쟁 정신 덕분에, 우리는 모두를 위한 공공전력의 새 시대를 열 준비를 갖추었다. NYPA를 통해 우리는 100% 재생에너지, 풍부한 노조 일자리, 저렴한 전기요금, 그리고 더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를 갖춘 진정한 녹색 뉴욕을 만들 수 있다.”
공공전력 뉴욕 연대는 BPRA 통과를 위해 4년 동안 캠페인을 벌였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영리 전력회사가 도시와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리기 위해 주 전역에서 설명회와 시위를 조직했다. 예컨대 콘에디슨(Con Edison)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부과하면서도, 재생에너지에 반대하고 에너지 시장 규제를 완화하려고 로비하는 미국 가스 협회(American Gas Association)에 연간 140만 달러의 회비를 내고 있었다.
이러한 시민 압박에 대응해,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는 BPRA를 2023~2024년도 주 예산에 포함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원안에서는 NYPA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건설할 권한을 갖는 수준이 아니라, 민간 시장이 2019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NYPA가 직접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무까지 부여되었다. 그러나 예산안에 포함된 ‘BPRA 라이트’ 버전에서는 NYPA가 시장의 진척 상황을 평가할 의무는 있지만, 목표 미달 시 이를 보완할 법적 책임은 없다.
당시 공공전력 지지자들은 이러한 개정안이 NYPA에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슈레스타 의원은 2023년 <프로스펙트>(Prospect)와의 인터뷰에서 “그(호컬 주지사)의 법안은 실패하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공공전력의 현재
현재 뉴욕의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분의 1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수십 년 전 NYPA가 건설한 수력발전소에서 나온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뉴욕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도 채 오르지 않았다.
2024년 6월, 공공전력 뉴욕은 NYPA가 2030년까지 15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1,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 발표된 NYPA의 초안은 고작 3.5GW 규모의 프로젝트만 포함했고, 이에 따라 캠페인 측은 5,300건의 시민 의견서를 제출해 전체 15GW 계획을 요구했다.
공공의 압박에 대응해 NYPA는 2025년 7월, 태양광 발전소 17기와 풍력 발전소 3기를 추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용량을 7GW로 끌어올렸다.
공공전력 뉴욕 공동의장이자 세인 에너지 프로젝트(Sane Energy Project) 부이사인 마이클 폴슨(Michael Paulson)은 최근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030년까지 최소 15GW 규모의 공공 재생에너지를 건설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래야 인종차별적 피커 플랜트를 줄이고, 뉴욕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녹색 노조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후 목표를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다. 15GW를 달성하면 2만 5천 개의 노조 일자리, 고배출 발전소의 5년 앞당긴 폐쇄, 그리고 현 계획의 두 배에 달하는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따라온다. 안 할 이유가 없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70% 달성이라는 법적 목표는 단지 시간과의 싸움만은 아니다. BPRA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활용하기 위한 입법 도구였다. 이 법은 재생에너지 건설을 위한 세액공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재임 첫날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이 법을 폐기 대상으로 삼았다.
IRA 세금 혜택의 종료는 2025년 7월에 트럼프가 서명한 법안 H.R.1,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을 통해 이뤄졌다. 이 법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IRA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026년 7월 이전에 착공하거나, 2027년 말까지 서비스를 개시해야 한다.
슈레스타 의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IRA를 해체하고 재생에너지에 공격을 가하는 상황은 오히려 우리가 더 과감하게 공공전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NYPA는 IRA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NYPA 대변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연방 차원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9월에 열린 미국 기후 연합(U.S. Climate Alliance) 회의에서 호컬 주지사는 NYPA가 재생에너지를 건설하면서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도록 주 예산에서 2억 달러를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초, 호컬 주지사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뉴욕이 2019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그는 최근 가스 파이프라인 부활과 1GW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대체 에너지 프로젝트들을 승인하고 지지하고 있다.
뉴욕 에너지의 상반된 미래
8월 초, 호컬 주지사는 이전에 뉴욕 규제 당국이 거부했던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NESE 프로젝트(Northeast Supply Enhancement)’를 부활시켜 100개가 넘는 기후 단체로부터 비판받았다.
주지사는 어떠한 거래도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가해진 중단 명령을 해제하는 대가로 NESE 파이프라인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뉴욕 곳곳에서는 이 파이프라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NESE 외에도 트럼프와 호컬은 다른 에너지 계획들도 논의했다. 호컬 주지사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줄 것을 트럼프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6월, 호컬 주지사는 NYPA가 뉴욕 북부에 1GW 규모의 첨단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뉴욕주 법에 따르면 원자력은 재생에너지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발전소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70%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않는다.
NYPA 이사회가 7월에 개최한 회의에서 부사장 알렉시스 할리(Alexis Harley)는, 새로운 원자력 시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감당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호컬 주지사는 뉴욕 북부를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 산업 중심지로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다.
전국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매우 높아, 기존 화력 발전소의 폐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 하나는 10만 가구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고, 컴퓨터 냉각을 위해 수십억 갤런의 물을 사용한다.
할리 부사장은 이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원자력은 연방 정부의 우선순위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전력 지지자들은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가 재생에너지 목표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돌리게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폴슨은 이렇게 말했다.
“캐시 호컬은 공공전력을 외면하고, 기술 재벌, 가스회사 CEO,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짠 에너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를 마구 소비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AI 데이터센터 중심 경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윌리엄스 NESE 파이프라인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사실상 ‘트럼프-호컬 파이프라인’이라 불러도 무방하고, 이는 뉴욕 시민들의 에너지 비용을 더 높이는 길이다.”
공공전력 뉴욕은 2030년까지 15GW 재생에너지 건설을 위해 NYPA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9월 말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를 포함한 연방 하원의원 6명이 NYPA CEO 저스틴 드리스콜(Justin Driscoll)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이 목표를 지지했다.
3월에는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가 뉴욕 환경보전청과 호컬 주지사를 상대로, 2024년 1월까지 발표되었어야 할 기후 규제를 내놓지 않은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행동연대(Citizen Action of New York) 정책연구 국장 밥 코헨(Bob Cohen)은 이렇게 밝혔다.
“호컬 주지사와 환경보전청이 우리 기후법의 명확한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서, 뉴욕 시민들은 더 잦은 폭풍과 극단적인 기상 현상, 심각한 대기오염, 살기 어려운 미래를 떠안게 됐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때다.”
트럼프 행정부, 호컬 주지사, 공공전력 뉴욕 연대는 분명 서로 다른 에너지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뉴욕은 2019년에 법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미래를 약속했다. NYPA와 2023~2024년 주 예산에 포함된 BPRA 법안을 활용하면,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주들에도 모범이 될 수 있다.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뉴욕 시민들이 싸워 얻은 공공전력에 대해 호컬 주지사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것인지에 달려 있다.
[출처] New York’s Bold Fight for Public Power - CounterPunch.or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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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셰퍼드(Sophie Shepherd)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청년 주도의 기후 정의 단체인 플래닛 오버 프로핏(Planet Over Profit, POP)의 조직가다. 2024년 스크립스 칼리지(Scripps College)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환경 분석과 글쓰기 및 수사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