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노동자들, “안전한 일터, 안전한 공항”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죽음의 공항을 멈추는”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공항 노동자들의 안전은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며 고된 투쟁을 이어온 공항 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무기한 전면 파업과 집중교섭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의 입장 변화가 없자, 곡기를 끊고 생을 건 분투를 시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7일부터 지도부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이 결성한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소속으로 환경미화, 시설 운영, 보안 등 공항 운영의 일상을 지탱해 온 공항 현장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연속 야간 근무를 강요하는 교대근무제 개편 △인력 충원 △저임금 불평등 체계를 고착화하는 낙찰률 제도 및 결원율 정산 제도 개선 등을 핵심 요구로 내걸고 지난달 19일 하루 파업에 나선데 이어 10월 1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펼쳤다. 이후 전국공항노조는 4일부터 현장에 복귀하는 한편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3일부터 간부 파업으로 전환해 사측과 집중교섭을 이어왔다.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노동조합이 성실히 대화에 임하며 사태 해결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자회사의 모회사 눈치 보기, 모회사의 책임회피는 변함이 없었다”면서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0월 25일, 27일, 29일 간부 지명 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27일(월)부터 지도부 단식 투쟁에 돌입”하며 “전국공항노동조합은 29일(수) 0시를 기점으로 무기한 전면 파업에 재차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한 “29일(수) 전국 15개 공항 동시다발 선전전이 진행되며, 김해공항에서는 15시에 집중 결의대회가 열릴 계획”임을 알렸다.

이날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한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12일간의 전면 파업과 2주간 집중 교섭에도 불구하고 공항 공사의 자회사들은 모회사 핑계만 대고 있고, 모회사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절실한 요구들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결국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현재 정안석 지부장과 박대성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통합지회장, 이자형 설비지회장이 단식을 하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정 지부장은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는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라, 모회사와 자회사 노동자들 사이의 차별적 대우를 개선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모회사 노동자들은 이미 4조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나, 자회사 노동자들은 이틀 연속 야간노동을 강제하는 3조 2교대 근무제하에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실제 많은 산재 사고도 겪고 있다”고 환기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자회사 노동자 5명이 야간근무 중 목숨을 잃었고, 2명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정 지부장은 “자회사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4조 2교대제로의 전환은 이미 지난 2020년과 2022년 사측과 노동조합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사측이 노동자들과 약속한 것조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대제 개편과 인력 충원 모회사와의 계약에 근거하는 사항이라 모회사 공항공사가 책임 있게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고, 노조법 개정으로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구조가 열렸음에도 “단 한 차례도 자회사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원청 공항공사의 무책임을 규탄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현재 매일 자회사와 교섭을 이어가고, 모회사에도 수 차례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내는 한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대통령실 등을 통해 모회사와의 대화 창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정안석 지부장은 “인천공항의 경우 3곳의 자회사에 약 일 만명 정도의 노동자가 일을 하고, 이들 중 6~7천여 명 정도가 이틀 연속 야간 노동을 해야 하는 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다”며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공항에서 야간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틀간 통째로 날밤을 새워야 하는 현재 교대제 구조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이는 결국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25일, "공항 파업 장기화 정부 책임 촉구!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현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공항 파업 장기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짚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발표된 투쟁 결의문을 통해 거듭되는 공항 노동자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구조적 살인”이라고 지적하고, “3조 2교대로 인한 연속야간노동, 만성적인 인력부족, 저임금 강요 불공정 계약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공항 현장 노동자들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안전한 공항을 위해 저임금의 굴레를 깨기 위해 파업에” 나섰으나 “모회사는 자회사의 문제라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4조 2교대 도입, 불공정 계약 개선 약속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서부터 노조법 2조 개정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두고볼 참인가”, “대통령의 산재와의 전쟁 선포는 그저 말뿐이었단 말인가”라고 묻고는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한다”, “노조법 2조를 공공기관에서부터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 “원청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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