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 두서트(Ross Douthat)는 지난주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과 좋은 대담을 했다. 퍼먼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클린턴 대통령의 최고 고문으로도 일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퍼먼은 주로 현재 주식시장과 경제가 AI 거품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의 기술주 거품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했다.
퍼먼은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이미 지적했던 대부분의 요점을 짚었다. 전체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대부분의 기준에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우량 기업의 주식이 마치 신생기업처럼 높은 주가수익비율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기업에 이런 평가가 합리적으로 보이긴 어렵다.
그러나 퍼먼은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거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그의 ‘양쪽 모두 보기’ 접근은 주식 가치평가 측면에 집중돼 있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Fed 의장)이 유명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발언을 했던 1996년 여름에 S&P 500 지수를 보유했던 사람들이 2000~2002년의 폭락 이후에도 여전히 좋은 수익을 거두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사실이다. 다만 2000년 정점 부근에서 주식을 산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거품이 아니다’는 시나리오에는 생산성과 경제 성장의 이야기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실질 GDP 성장률은 1995년 2분기부터 2001년 1분기까지 평균 3.9%를 넘었다. 거품이 터지며 불황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랬다.
이 시기 동안의 기준 성장률 전망치는 2.6%였다. 즉 6년 동안 실제 경제성장은 예상보다 약 8% 더 컸다는 뜻이다. 오늘날 경제 규모로 보면 GDP의 8%는 연간 2조 4천억 달러에 해당한다. 이는 가구당 연간 약 2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다. 생산성 성장률 또한 1995~2005년 동안 이전 예측치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 점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다. 만약 2030년에 GDP가 현재 의회예산처(CBO)와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8% 높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부유해질 것이다. 적어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물론 그 부가 일론 머스크와 그의 친구들에게만 갈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은 제쳐두자).
이제 정부 부채 문제를 보자. 우리는 2030년 부채가 GDP의 140%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에 겁을 먹고, 연간 1조 3천억 달러 이상의 이자를 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경제가 예상보다 8% 더 크다면 왜 그토록 걱정해야 하는가? (빠른 성장은 적자와 부채를 줄일 것이지만, 일단 그 사실은 무시하자.)
워싱턴에는 ‘재정적자 매파’ 산업이 있다. 이들은 적자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며 꽤 높은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정직하다면, 그들의 논리는 적자가 성장을 훼손하고 미래의 생활수준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AI 호황으로 인한 성장 폭발이 일어난다면, 큰 적자에서 비롯된 약간의 성장 둔화 따위는 걱정할 이유가 거의 없다. (사실 성장 둔화는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이 정도 양보는 해주겠다.)
이 논리는 우리가 계속해서 경고받는 인구구조 위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돌볼 노동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보장신탁위원회(Social Security Trustees)는 2035년에 은퇴자 한 명당 노동자가 2.3명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늘날의 2.7명에서 줄어드는 것이다.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만약 2035년의 노동자 한 명이 지금 예상보다 10%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지게 되고, 그 생산성 향상이 임금에 반영된다면, 사회보장세를 4%포인트나 올리더라도(실제로 필요한 수준보다 훨씬 많다) 세후 임금 기준으로 2035년 노동자는 세금 인상도 없는 현재 예상치보다 6% 더 나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다.
물론 큰 폭의 세금 인상은 정치적으로 끔찍한 문제다. 하지만 트럼프는 엄청난 수입세를 부과하고도 잘 버티지 않았는가. 세대 간 문제를 논하려면 초점을 ‘생활수준’에 맞춰야지, 사람들이 무엇을 불평하는가에 맞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 주가 수준을 정당화할 만큼의 경제 호황이 온다면, 우리 아이들과 손자 세대의 생활수준이 우리보다 나빠질까 봐 걱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물론 지구온난화가 행성을 파괴할 걱정은 여전히 남지만, 그것도 지금은 제쳐두자).
어쨌든 여기서 기본적인 요점은 단순하다. 만약 현재 주식시장 평가가 실제로 합리적이고 거품이 아니라면, 미래는 지금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예산 적자나 부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많은 사람들이 퍼뜨리는 인구 공포 이야기는 완전한 허구다.
나는 이런 종류의 경제 호황이 실제로 올 것이라고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수학적으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주가 수준이 합리적이려면 경제성장이 급격히 상승해야 하고, 만약 그런 상승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가까운 미래의 경제와 사회는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출처] What the AI Bubble Means for the Econom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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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