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반ICE(이민세관단속국) 시위대는, ICE와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폭력적인 단속을 가하려 하자, 전 세계 전쟁 지역에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쓰여 온 비폭력 전략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집을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이주민 가족들에게 식료품 상자를 배달하고 있다. 메인주 포틀랜드에서는 거의 천 명이 모여 가칭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권리를 알아라(Know Your Rights)’ 교육 행사에 참여했다.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호루라기와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ICE가 거리로 나올 때 경고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전쟁 지역에서의 비폭력 운동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해외에서 일어난 운동과 최근 미국 전역에서 조직된 운동 사이에 많은 유사점을 본다. 내가 연구해 온 공동체들, 예를 들어 콜롬비아와 필리핀, 시리아 같은 곳에서는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미국인들도 지난 1년 동안 본능적으로 그런 교훈들을 발견해 왔다.
이런 경험들은 이웃을 보호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폭력은 두려움과 고립, 무기력감을 불러올 수 있지만, 단합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비폭력과 절제는 강력한 세력이 추가적인 확전과 피해를 빌미로 삼지 못하게 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비폭력 운동에 참여하다가 이웃을 보호하려던 미국인 르네 굿(Renée Good)과 알렉스 프레티(Alex Pretti)가 이민 단속 요원들에게 살해된 사건은, 이웃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는 위험이 따르며, 항상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보여 준다. 르네 굿은 2026년 1월 7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알렉스 프레티는 1월 24일 국경수비대 요원에 의해 총에 맞아 숨졌다.
이제까지 내가 연구한 사람들과 단체들로부터 배운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조직화가 첫 번째 단계다
공동체 조직화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의사결정 절차를 정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활동을 조율하는 행위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역 조직이 잘 갖춰진 공동체가 무장 세력 사이에서 폭력을 피하고 자신들을 지키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 이런 조직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참여를 넓혔다.
미국은 시민 문화가 강하고 조직화의 역사가 오래돼서, 시민권 운동 시기와 그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네소타는 사회적 결속력이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미네소타 주민들뿐 아니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도시의 미국인들이 이웃을 돕고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 조직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직 그 자체가 강력한 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전쟁 상황에서, 무력 충돌 속에서도 조직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연구하면서 이것을 깨달았다. 콜롬비아에서 인터뷰한 전직 반군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셰익스피어의 격언을 인용했다. “한 마리의 제비로는 여름을 만들 수 없다.” 이 말은 많이 모이면 안전하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그 자체로 무장 세력의 계산과 행동을 바꿀 수 있고, 이들을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적으로 더 많을 때 ICE 요원들이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여러 영상으로 남아 있다.
2. 비폭력 전략을 채택한다
조직화는 공동체가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책임성과 보호를 확보하는 비폭력적 방법을 채택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전략은 대체로 정치적이거나 당파적이지 않다. 안전을 증진해야 한다는 데에는 보통 광범위한 합의가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가 어렵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이민 정책을 둘러싼 여론조사는 여전히 당파적 분열을 보여 주지만, ICE는 광범위하게 인기가 없으며, 다수의 사람들은 그 공격적인 단속 방식에 반대한다.
미국인들은 이미 이런 비폭력 전략의 상당 부분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콩고민주공화국의 공동체들이 ‘주님의 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 반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같은 조기 경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호루라기를 사용하든 왓츠앱을 사용하든, 이런 보호자 네트워크는 서로 정보를 공유해 위협을 식별하고, 필요할 때 서로를 돕기 위해 움직인다.
ICE에 맞서 호루라기 키트를 나누는 행사를 하는 디트로이트 인민회의의 광고
3. 안전지대를 설정한다
필리핀과 같은 지역의 공동체들은 주민들에게서 폭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안전지대, 또는 ‘평화지대’를 설정해 왔다. 이는 이민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선언된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와 유사하다.
공동체는 무장한 가해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시위가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이지만, 대화 역시 가능하다. 압박은 설득의 형태를 띨 수도 있고, 부끄러움을 주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방아쇠를 쉽게 당기는 요원들이 자신의 행동을 다시 생각하고 자제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압박을 가하는 방식에서도 큰 창의성을 보여 왔다. 할머니들과 성직자들은 도덕적·영적 지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개구리 복장을 한 시위대처럼 유머와 풍자를 활용하는 방식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평판과 책임에 대한 우려는 괴롭히는 사람들에게조차 중요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ICE 요원들은 자신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시위대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폭력적 충돌에 대해 당국이 오해를 낳는 설명을 내놓는 일이 벌어진다.
메인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of Maine)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2026년 1월 23일 열린 ‘권리 알기(Know Your Rights)’ 교육 행사에 많은 사람이 참석했음을 전했다.
4. 사실을 확인한다
전쟁의 ‘안개’ 속에서는 강력한 세력이 사실을 왜곡하고 공동체와 개인을 오도·낙인찍어 더 큰 무력 사용의 명분을 만들려 할 수 있다.
콜롬비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무장 집단들이 개인을 적의 협력자로 거짓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는 비난받은 사람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수행했고, 이후 공동체 원로들이 그들의 결백을 보증함으로써 대응했다.
미국에서는 미국인들이 공식 발표의 거짓말, 예를 들어 국내 테러 혐의 같은 주장에 맞서기 위해 휴대전화 영상과 지역 증거를 기록·수집하고 있다. 이런 자료는 향후 책임을 묻는 노력에서도 활용될 것이다.
5. 타인을 위해 나선다
마지막으로, ‘동행(accompaniment)’이라고 알려진 행동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과테말라, 남수단 등의 공동체에는 국제 인도주의 단체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찾아가 무장 집단들에게 외부의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인권 옹호자들을 위해 비무장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에서도 자원봉사자, 시민,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위협받는 비시민권자들을 옹호하며, 때로는 이민 단속 요원과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몸을 위치시키며 보호했다. 전국 각지에서도 작전이 벌어지는 도시와 주로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신이 공격당할 가능성이 낮다고 여긴 사람들에게도 실제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25년 9월 19일, 시카고의 ICE 구금시설 앞에서 시위하던 한 성직자는 페퍼볼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은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 역시 힘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의 전쟁 지역에서 많은 공동체가 억압자보다 더 오래 버텨냈다. 미국인들도 전 세계 전쟁 지역의 민간인이 수십 년 동안 해 온 일을 배우며 실천하는 한편,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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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캐플런(Oliver Kaplan)은 덴버대학교 국제학 부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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