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노협이 결의한 노동운동사 30년 만에 발간
노동자역사 한내가 2026년 5월 13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한국노동운동사⟫ 책담회를 열었다.
양규헌 한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전노협이 해산할 당시 백서와 운동사를 내자고 결의했고 노동자역사 한내가 산별노조, 단위노조, 투쟁 현장의 역사를 정리해왔지만, 운동사 발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는데 30년이 지나 그 일을 해냈다”며 “다만 이것은 시작일 뿐 변혁적 노동운동, 평등사회 건설을 내걸었던 전노협운동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한다”라며 책담회 시작을 알렸다.
“토론·논쟁거리 제공하는 책이자 날카로운 격문”
축사에서 단병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발간사, 서문, 목차만 보고도 글쓴이 김태연 동지가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운동의 입장, 견해, 즉 변혁적 노동운동이라는 관점에서 ⟪한국노동운동사⟫를 편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1987년 이후 힘차게 달려온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변혁 지향성은 엷어지고 그 자리에 실리적 노동운동이 확장해가고 있는 시점에 역사를 돌아보면서 다시 반추해보는 것은 매우 뜻깊다”라고 의미를 두었다. “상당한 토론과 논쟁거리를 제공하는 책인 만큼 이 책이 누군가의 서고에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독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우리 운동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도 축사에 나서 “운동이 고립되고 노동자 정치 존재감이 사라진 이 시대에 저자는 이 방대한 기록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우리가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근거를 담았을 거라 믿는다. 저자는 학습된 패배주의를 깨야 한다, 거대 담론의 승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승리를 통해서 뭉치면 우리가 해낼 수 있구나, 우리는 그런 집단이구나, 우리는 노동자계급이구나, 그런 내용을 담았을 것이다. 낡은 노선투쟁에 대한 우리 사진을 돌아보는 시간도 적혀 있을 것이다”라며 책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현시기에 이 책 3권의 마지막 장이 결코 끝은 아닐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가 써 내려가야 할 서문이자 운동판에 던지는 날카로운 격문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동운동 전체 포괄하고 평가와 전략 담아내”
저자 김태연과 이야기 손님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저자는 1980년 5월에 한국노동운동의 주요 과제가 제기됐다고 봤다. “1970년대 민주노조운동으로부터 임금, 노동시간, 노동안전 등이 기본과제의 하나로 제기됐고, 2천여 명이 모여 노동법 개정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법개정 운동이 또 하나의 기본과제로 제시됐다. 당시 운동 주체들이 정한 과제였다. 여기에 덧붙여 민주적 자주적 노동조합의 전국조직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의 정치조직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실천이 시작됐다. 그것이 3대 대전환 과제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우리 운동이 지난 시기 이 과제를 어떻게 찾고 만들어가고 실패하고 쟁취하며 왔는지, 어디쯤에 있는지, 못 이룬 것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돈문 사회공공연구소 이사장은 ⟪전노협백서⟫나 ⟪민주노총 30년사⟫와 달리 ⟪한국노동운동사⟫는 노조로 포괄되지 않는 노동운동단체, 활동가들을 담아냈다는 점과 평가가 각 부분에 녹아 있고 마지막에는 전망과 전략을 이야기하며 토론거리와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또 “현재 진보진영의 상태가 암울하기도 한데 김태연 동지가 긍정적 톤으로 써 줘서 고맙다. 특히 운동의 한복판에 있던 당사자로서 반성도 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반성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사회변혁의 중심이었던 민주노동운동이 시민운동에 자리를 내준 상황, 주변화되고 고립화된 상황에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념적 순수성을 지켜 훌륭하다 자평하면서도 전체 운동으로 볼 때는 왜소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필자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혀 운동의 현 상태를 성찰했다. 그러면서도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안으로 우리가 연대하고 투쟁할 지점을 찾으신 것 같다. 서로 이질적이지만 힘을 모을 수 있는 공통분모로 사회주의적 가치를 제기했고 동의할 수 있겠다. 기왕 화두를 던졌으니 AI, 기본소득, 정치세력화 등 전망과 전략을 좀 더 고민할 후속 작업까지 슬쩍 제안해보시면 좋겠다”고 덧붙여 이후 토론을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신자유주의 아래 모든 것이 계급운동”
저자는 IMF 외환위기 시기를 ‘통한의 1998년’이라 표현했다. 그로부터 시작된 비정규 노동운동의 주체인 비정규직이제그만 차헌호(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지회) 활동가는 “50년 역사에 30년을 차지한 게 비정규 노동운동인데, 그 시작점이 ‘노동운동의 패배’였다는 게 참으로 아프다”고 운을 뗐다. “그때부터 사회적 합의가 시작됐고 놀랍게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민주노조운동이 가장 휘청거렸다”면서 기간제 2년 허용, 파견제 확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탄력근로시간 확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반노동정책이 현장에 적용돼 온 현실을 이야기했다. 특히 “문제는 이 상황이 현재도, 올해 노동절에서도 재연됐듯 역사 속 아픔이 여전히 현재 운동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운동의 주체로서 현장투쟁을 강조했다.
미류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상임활동가는 “책에 인권운동이 연대운동을 주도하게 됐다는 표현이 있던데, 희망버스, 세월호 투쟁인권운동이 더 진전하게 된 시기가 있었던 것은 맞다. 이것은 어떤 가능성의 실마리고, 그 가능성은 노동운동이 그 모든 것이 노동운동이라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만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변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여전히 사회적 연대투쟁의 자리가 노동운동으로부터 어디쯤 있는지를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후 우리 운동이 여기에 답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운동이 변혁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은 억압받는 민중을 대표하는 보편자로서 노동자계급이 계급적 요구를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 위기도 고민하고 신당역 지하철 여성노동자 사망 사건도 계급적 요구로 여겨야 할 때다. 그리하여 3권에서 서술한 운동이 연대투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싸워나가야 하는 ‘노동운동사 자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라며 노동자계급운동을 주문했다. 아울러 “변혁을 지향하는 운동 세력이 왜 대중투쟁의 힘을 만드는 데 실패했는지를 더 평가해야 한다, 그 평가를 같이하는 것이 이후 역사를 써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현장투쟁 기반으로 운동의 전망 만들어가자”
저자는 “노동자역사 한내로부터 요청받기도 했지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해 4년이 지났다”며 그 시기 글을 쓰지 못하던 때도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저자는 “특히 2002년, 2003년 발전 파업 후 시기를 서술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나도 책임 당사자였던 4.2 총파업 철회는 IMF 외환위기 후 정리해고로 고통받으며 투쟁해온 현장을 살릴 기회를 무너뜨렸다는 점, 이후 대중투쟁이 실종에 가깝게 힘을 잃었다는 점, 사회적 교섭에 매달리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계속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고 반성했다.
책담회와 함께 자본의 세상에 맞선 민주노조, 노동자정당, 현장조직, 사회운동조직과 활동가들의 승리와 패배, 진군과 후퇴를 가감없이 남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이 ‘정파’를 떠나 매 시기 투쟁에 나섰던 이들의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불러올 수 있다면 운동의 전망은 밝을 것이다. 현장과 지역 곳곳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공부 모임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책 속 주요 투쟁에 함께해 온 저자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책담회에서 3권 6부로 구성된 책의 핵심 대목을 박성희, 나영선, 유흥희, 이백윤, 강철, 박경득 동지가 낭독했다. 이어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 책을 쓰면서 일관되게 유지한 관점을 적은 서문의 한 단락을 참가자 60여 명이 함께 읽으며 책담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노동자계급의 투쟁 중심은 현장이었다. 이는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라는 원칙론적 언사가 아니다. 노동현장 곳곳에서 치열한 투쟁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노동조합 상급조직과 정당조직이 흔들리고 후퇴할 때도 노동현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든 현장조직이든 조직을 만들어 자본과 정권에 맞섰다. 한국노동운동사의 출발점은 현장투쟁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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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역사 한내와 참세상이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