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충격, 노동자에게 떠넘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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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시아 전쟁으로 세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인도 정부는 여러 주의회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석유 제품의 국내 가격을 동결해 왔지만, 이제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이미 세 차례 가격을 올렸으며, 앞으로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이들이 모두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인도의 집권 우파 정당) 계열은 아닐지라도, 국제 유가 상승분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핵심은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격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 즉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요가 그에 비례해 감소하지 않는다. 석유 제품 사용자들은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출 항목에서 돈을 빼내 석유 제품 구매에 사용한다. 다시 말해 석유 제품 가격 상승은 그 제품 자체에 대한 수요 감소보다는 다른 상품들에 대한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는 경제 전체에 경기침체 효과를 가져온다. 석유 또는 석유 제품 공급 감소가 클수록, 수요를 감소한 공급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 폭도 더욱 커져야 한다. 그리고 소비 지출이 다른 부문에서 석유 제품으로 이동하게 되므로, 경제 전반의 경기침체도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가격 상승은 실제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대체로 그래왔듯이, 현재 전쟁 상황에서도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공급은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앞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제 가격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여기서는 공급 감소가 어느 정도 발생해 국제 유가를 상승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해 국내에서는 두 가지 정책 대응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석유 제품 가격과 이를 투입재로 사용하는 모든 상품의 국내 가격을 함께 상승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러면 가격 상승 효과와 경기침체 효과가 결합돼 수요가 감소하고, 결국 감소한 공급량에 맞춰지게 된다. 이 경우 경기침체는 단지 불가피한 결과일 뿐 아니라 석유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수단이 된다. 두 번째 대응은 석유 제품의 국내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국내 물가 수준도 상승하지 않는다. 대신 석유 제품 공급을 배급 방식으로 관리한다. 이렇게 하면 다른 부문으로부터 지출이 이동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며, 경기침체 가능성도 없다. 또한 배급은 석유 제품의 최종 소비만 줄이고, 그것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소비만 줄이는 방식으로 실시할 수 있다. 생산 투입재로 사용되는 석유 제품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두 번째 경우에는 석유 제품의 최종 소비가 배급에 의해 제한되므로 소비자들의 손에는 사용되지 않은 구매력이 남게 된다. 이 구매력은 다른 국내 생산 상품들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그러면 이들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생산과 고용도 확대된다. 따라서 첫 번째 방식이 경기침체와 실업을 초래하는 반면, 두 번째 방식은 오히려 고용과 생산 확대를 가져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 주장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세계 석유 생산 감소와 그에 따른 석유 수입 감소가 어떻게 한 국가의 고용과 생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가? 답은 감소한 석유 수입의 충격이 전적으로 최종 소비에만 미친다고 가정하는 데 있다. 그러면 사실상 수입 대체가 발생한다. 감소한 수입만큼 국내 생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경제 전체에 승수 효과를 일으킨다.

물론 국제 유가는 올랐는데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국내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에는 보조금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보조금이 재정 적자로 조달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를 우려할 이유는 없다. 가령 국제 유가가 20% 상승하고, 국내 석유 수입량은 10% 감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해외 산유국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달러 지출은 8% 증가하게 된다. 이 추가 외화를 어떻게든 조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이를 충당한다고 해보자. 첫 번째 경우, 즉 국내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에는 석유 제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루피화를 받아 외화를 구매하게 된다. 반면 두 번째 경우, 즉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들이 정부로부터 루피화 자금을 받게 된다.

석유 제품 가격을 고정한 채 재정 적자를 통해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중앙은행(외환 구매의 대가로)과 생산·유통 기업들의 손에 쥐여주는 것과 같다. 여기에는 공기업도 포함된다. 두 번째 경우에는 더 큰 재정 적자가 총수요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 따라서 경기침체를 막을 뿐 아니라 총고용과 총생산의 증가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배급제가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최종 소비를 겨냥하기 때문에, 석유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배급제를 실시할 경우 고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노동대중의 생활수준도 하락하지 않는다.

이 주장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석유 제품 배급 때문에 사용되지 않은 구매력이 다른 상품 구매에 쓰이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면(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저축이 된다면), 앞서 제시한 고용 확대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정부는 석유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재정 적자를 확대할 수 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 수요를 진작하면 고용과 생산도 증가할 수 있다. 둘째, 부유층의 최종 소비를 줄이기 위한 석유 제품 배급만으로는 국내 수요를 공급 감소 수준에 맞출 만큼 충분히 줄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위 논리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배급 대상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또 다른 대규모 소비 부문인 국방 부문의 석유 사용에도 적절한 논의를 거쳐 배급을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에는 국방 부문의 석유 제품 구매에 대한 배급 조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절약된 재정 자원은 다른 정부 지출로 돌려 수요와 생산을 확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적 정책은 바로 세계화된 금융 자본이 반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이런 정책이 배제된다. 석유 제품 배급, 노동대중의 생활수준 유지, 재정 적자는 모두 국제 금융 자본에게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들이다. 따라서 국제 금융 자본에 예속된 BJP 정부가 수백만 빈민과 노동자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석유 제품 가격을 계속 인상하고, 동시에 경제를 심각한 경기침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결합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도 정부뿐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의 다른 정부들도 1973~74년 첫 번째 오일쇼크 당시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당시 오일쇼크는 석유 가격의 급등을 의미했다. 그 결과 각국은 상승한 석유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비석유 소비재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총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석유 가격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발생했다. 그리고 금융 자본의 통념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언제나 긴축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인플레이션이 긴축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용 인상 형 인플레이션일 때조차 그렇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정반대의 정책을 택했다. 정부 지출을 줄인 것이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오일쇼크가 촉발한 대규모 인플레이션에 더해 1975년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다. 오늘날에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전 세계 노동대중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 가지 고통을 동시에 떠안게 만드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석유 제품의 최종 소비에 대한 배급이라는 발상이 인도에 완전히 낯선 것도 아니다. 베이징이나 파리 같은 도시에서는 평상시에도 특정 번호판 차량의 운행을 특정 요일에 제한하는 제도가 있다. 델리에서도 한동안 홀짝 번호판 제도가 시행된 적이 있다. 당시의 주된 목적은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었다. 물론 여러 예외 규정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연료 소비 절감 효과는 일부 있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배급 방식이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인도에서도 실제로 시행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경험을 발전시키고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BJP 정부는 반사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길을 택했다. 이러한 선택은 노동대중에게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출처Passing on Higher International Oil Price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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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긴축재정 고유가 BJP 석유제품 확대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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