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하나로 묶는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

뉴욕주의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법안 통과는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분노의 물결이 미국의 진보 성향 지역과 보수 성향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뉴욕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인스타그램(Instagram)/푸드 앤드 워터 워치(Food & Water Watch))

뉴욕주 의회(New York State Assembly)는 이달 미국 최초의 주() 단위 대형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가 될 수도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데이터센터와 그 막대한 사회적·환경적 영향에 맞서 싸우는 미국 전역의 활동가들은 이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욕 법안을 지지한 시민단체 푸드 앤드 워터 워치(Food & Water Watch)의 세스 글래드스톤(Seth Gladstone)미국 거의 모든 5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유예하고 이 산업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풀뿌리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너무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일단 멈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유일하게 적절한 대응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의 건설 유예 조치는 캐시 호컬(Kathy Hochul)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야 법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의회 통과 자체만으로도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풀뿌리 운동이 현실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운동은 인공지능(AI) 붐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했으며, 미국의 진보 성향 지역과 보수 성향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시와 카운티, 주 정부 차원의 대응을 이끌어냈다.

글래드스톤은 이 문제는 정파적인 사안이 아니다라며 데이터센터가 불러오는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누구도 전기요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더 내고 싶어 하지 않으며, 누구도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워치(Data Center Watch)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의 반대로 지난해에만 1,5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무산됐다. 이후 이 운동은 더욱 빠르게 확산했고, 환경과 사회 문제를 수십 년 동안 다뤄 온 단체들조차 그 속도에 놀랄 정도였다.

남부 산림 보호 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도그우드 얼라이언스(Dogwood Alliance)의 캠페인 책임자 미셸 르장드르(Michél Legendre)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사업 제안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사실상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결국 지역사회가 직접 초기 조직화 작업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주 의회의 사례처럼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승리도 있었다. 다른 성과들은 특히 지방정부 차원에서 비교적 조용히 이뤄졌지만, 그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았다.

글래드스톤은 이 싸움은 거대 기술기업(Big Tech)을 상대로 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승리

시민단체 350 시애틀(350 Seattle)의 벤 존스(Ben Jones)이곳 사람들은 이 문제에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무언가 행동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시애틀은 지역 활동가들이 수개월 동안 조직적인 활동을 펼친 끝에 최근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시행한 도시가 됐다. 지난해 가을 350 시애틀과 시애틀 트러블메이커스(Seattle Troublemakers), 미국민주사회주의자 시애틀 지부(Seattle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DSA) 등 여러 단체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시애틀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지역사회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자, 이들 단체는 이에 대응해 행사를 마련했다.

처음에 존스와 토론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미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직면한 워싱턴주 중부 지역사회를 지원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4월 들어 거대 기술기업 네 곳이 시애틀에 최소 다섯 곳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허가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디지털 리얼티가 컴퓨팅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에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짓는 계획이었다.

존스는 이 시설들이 사용할 전력은 시애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계획을 알게 되자마자 우리는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기반을 다져온 덕분에 시애틀의 데이터센터 반대 활동가들은 기존 조직망을 즉시 가동할 수 있었고, 시의회에 96,000건이 넘는 이메일을 보내는 성과를 거뒀다. 몇 주 만에 시 당국은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 초안을 마련했고, 시의회는 69일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존스는 그때쯤에는 시 지도부가 누가 먼저 건설 유예 조치를 실현할지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그들은 시민들이 보여준 엄청난 압력에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의 건설 유예 조치는 1년 동안 유지된다. 이 기간 시 지도부와 지역사회 단체들은 신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영구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할 기회를 얻게 된다.

기계학습 연구원이자 시애틀 DSA 활동가인 라지 미르푸리(Raj Mirpuri)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산업의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데이터센터 관련 규정에는 투명성과 에너지·수자원 보호, 지역사회 환원 조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은 미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시행한 대표적인 도시로는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파크, 메인주 스카버러, 노스캐롤라이나주 캔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등이 있다.

물론 이 운동이 항상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메인주 의회는 미국 최초의 주 단위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재닛 밀스(Janet Mills)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비슷한 입법은 다른 여러 주에서도 이미 추진되고 있으며, 뉴욕주가 가장 앞서 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버몬트 등에서도 주의회가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매우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현안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이제 양당 정치인들은 모두 커지는 시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예상 밖의 연대

4월 말 어느 토요일 아침, 디다 시드(Deeda Seed)는 유명 투자자이자 TV 프로그램 샤크 탱크(Shark Tank)’ 출연자인 케빈 오리어리(Kevin O’Leary)가 미국 남서부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가장 위협받는 생태계 가운데 하나인 그레이트솔트레이크 분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잠에서 깼다. 박스엘더 카운티(Box Elder County) 위원회는 그다음 월요일 이 사업의 승인 여부를 표결할 예정이었다.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생물다양성센터 활동가인 시드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시드와 다른 지역 활동가들은 곧바로 지역사회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표결 당일 아침 약 180명이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 카운티는 이러한 여론의 압박에 대응하듯 표결을 1주일 연기했다.

스트라토스 프로젝트(Stratos Project)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그 시간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우려를 결집하며 조직 활동을 확대했다. 유타주에서는 그레이트솔트레이크 인근을 포함해 여러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트라토스 프로젝트는 오리어리가 투자자로 참여했고, 생태적으로 민감한 로코모티브 스프링스 철새관리구역의 야생동물 서식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논란이 컸다.

시드는 이곳에서는 데이터센터 문제가 이미 폭발 직전까지 달아오른 상태였다스트라토스 프로젝트가 결국 뚜껑을 완전히 열어젖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를 예상한 박스엘더 카운티 위원회는 연기된 표결을 지역 박람회장에서 진행했고, 1,100명의 주민이 몰려 공간을 가득 메웠다. 위원들은 결국 스트라토스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일부 위원은 법적 요건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반대는 지속적인 영향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을 달래려는 시도로 보이듯 박스엘더 카운티는 6106개월간의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통과시켰다. 이 조치는 스트라토스 프로젝트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추가 데이터센터 건설은 막을 수 있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이 오랫동안 산업계 편에 섰던 지역에서조차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용수 소비에 지친 시민들의 압력에 정부가 굴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도그우드 얼라이언스의 르장드르는 미국 남부에서는 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지역사회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앞장서 왔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지지층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타주에서 환경단체와 윤리적 정부를 위한 모르몬 여성들(Mormon Women for Ethical Government) 같은 보수 성향 단체가 함께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것처럼, 미국 남부에서도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예상 밖의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가 천연가스 기업과 남부 산림을 훼손하는 산림 바이오매스 산업에 새로운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르장드르는 우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바이오매스 발전 계획을 확대하려는 제안들을 많이 봐왔다이렇게 되면 산림 바이오매스가 산업 운영에 더욱 깊이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자원 수요와 그로 인한 공공요금 상승, 에너지와 물 부족 문제는 다른 지역사회도 이 운동에 참여하도록 만들고 있다.

르장드르는 미국 남동부는 원래부터 자원 접근 문제를 많이 겪는 지역이라며 그런데 겨울 폭풍이나 또 다른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2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주민들이 공청회와 지방정부 회의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불과 짧은 기간 만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시드는 나는 올해 유타주의 모든 선출직 후보가 데이터센터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사람들은 후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운동

에너지 문제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일부 활동가들에게 데이터센터가 급속히 확산하는 모습은 새로운 기술이 전례 없는 개발 붐을 촉발했던 또 다른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2010년대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지를 개발하는 기술인 프래킹(fracking)’이 등장하면서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개발 열풍이 일었고, 그 영향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는 조직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여러 주와 지방정부에서 프래킹을 금지하는 다양한 규제를 끌어냈다.

350 시애틀의 존스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방식을 언급하며 데이터센터가 여기저기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 프래킹 붐을 지켜보던 때와 섬뜩할 정도로 비슷하다어느 날까지는 존재감이 없다가 다음 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등장한다고 말했다.

프래킹은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지를 보유한 주에서만 이뤄지지만 데이터센터는 거의 어디에나 건설할 수 있다. 또한 프래킹은 널리 필수 자원으로 여겨지는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인공지능(AI) 붐이 일반 시민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는 훨씬 불분명하다. 이러한 점까지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쏟아지는 상황은 프래킹보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푸드 앤드 워터 워치(Food & Water Watch)의 에밀리 워스(Emily Wurth)611일 데이터센터 반대 전국 연합 출범을 알리는 대규모 온라인 회의에서 오랫동안 조직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 운동이 이렇게 빠르게 힘을 얻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는 미국 전역에서 수백 명의 활동가가 참여했다.

워스에 따르면 새로 출범한 데이터센터 반대 연합(Stop Data Centers Coalition)에는 이미 47개 주에서 5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했다. 주요 참여 단체로는 푸드 앤드 워터 워치, 아워 레볼루션, 그린라티노스(GreenLatinos), 서드 액트(Third Act),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들(Physicians for Social Responsibility) 등이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일부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지만, 연합 출범 회의에서 제시된 수치는 실제 진전이 언론 보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디애나주에 있는 시민행동네트워크(Citizens Action Network)의 벤 인스킵(Ben Inskeep)은 인디애나주에서 이미 13개 카운티 정부가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환경정의네트워크의 라니아 마스리(Rania Masri)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25개 지방정부와 부족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애틀이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 조치를 통과시킨 바로 그날 워싱턴주 활동가들은 다음 회기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들을 일괄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주 단위 연합을 출범시켰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 운동은 인공지능 산업과 그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미국 역사에서도 거의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시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우려는 이전까지 어떤 사회적 사안에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 사람들까지 행동에 나서게 만들고 있다사람들은 이 문제만큼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히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The Data Center Backlash Uniting America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닉 엥겔프리드(Nick Engelfried)는 미국 태평양 북서부에서 활동하는 환경 전문 작가이자 교육자, 환경운동가다. 저서로는 『무브먼트 메이커스: 젊은 활동가들은 기후변화 정치를 어떻게 뒤바꿨는가(Movement Makers)』가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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