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선호도는 흔히 중산층이라는 획일적인 렌즈를 통해 논의된다. 그러나 경험적 데이터에 따르면 계급은 투표 패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계급의식이 높아질수록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가 계급의식보다 노동자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다. 출처 : Unsplash, Markus Spiske

칼 마르크스의 가장 심오한 통찰은 상품 자체에 대한 집착인 상품 물신주의가 노동자의 노동이 대부분의 상품을 형성하고 자본가들이 경쟁하는 이윤, 즉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쟁은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핵심적인 원동력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대부분의 주류 정당은 일종의 정치적 물신주의에 빠져 있다. 이러한 정당은 다수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과 후보를 내세워 일반 시민에 의해 구성되고 일반 시민을 대변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의 집권 주류 정당이 다수의 요구에는 최소한의 대응만 하면서 주로 정치 엘리트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입법하고 자원을 배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정책과 자원 배분을 형성하는 전략적 정치적 관계는 대부분의 유권자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근대 국가가 부르주아지의 집행 기관에 불과하다는 마르크스의 초기 견해는 이후 국가 내부와 국가에 대한 계급 관계에 대한 보다 복잡한 이해로 발전했다. 대량 생산의 도래와 함께 산업 노동자 계급은 영국의 차티스트와 1828년 미국에서 창당한 세계 최초의 노동당 등 자체 조직을 결성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규모를 확보했다. 이 정당들은 노동계급의 의제를 직접적으로 추구했다. 많은 좌파들은 민주적 계급 투쟁이 사회주의로의 정치적 변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약 2세기 동안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자본주의 국가는 특히 고도로 조직화된 노동운동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있는 곳에서 고용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권리를 보장했다. 그럼에도 물신화된 자본주의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광고하고 홍보하는 데 막대한 자원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 변혁 운동이 힘을 가진 몇몇 사례는 기업 자본가와 그 동맹자들의 이념적이고 강압적인 힘에 의해 우회되거나 약화되었다.

계급의식의 숨겨진 수준

좌파와 우파의 연구자와 전문가들은 현재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이 선진 자본주의에서 정치적 이슈에 무관심할 정도로 약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실제 계급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당이 계급 이슈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형성할 유권자가 없거나, 기존 정당이 계급 이슈를 회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급의식을 발전시키고 표현할 대중적 포럼이 없다. 따라서 계급의식과 정당 선호도 사이의 실제 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객관적인 계급 위치 또는 계급 정체성과 정당 선호도 사이의 연관성이 미미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선진 자본주의에서 고용 계급 구조는 소유주, 관리자, 비관리직 직원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산업 노동자가 줄어들고 전문직 노동자(또는 '지식 노동자')가 늘어난다. 중산층의 정체성은 대량 상품 소비와 부유층 및 빈곤층의 눈에 띄는 증가로 인해 더욱 널리 퍼졌다. 그러나 계급 의식에 대한 대부분의 실증적 연구는 가장 강력한 기업 자본가와 고위 관리자, 통합 관리자와 전문직 직원을 무시하고 주로 문화적으로 헤게모니적인 중산층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계급과 계급의식 사이의 관계가 매우 미미해 보인다.

우리는 계급의식의 숨겨진 두 가지 수준, 즉 대항 의식(oppositional consciousness)과 계급에 기반한 사회 비전을 구분할 수 있다. 대항 의식은 주로 친자본 또는 친노동과 같이 다른 계급에 반대되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갖는 것을 포함한다. 계급 기반 의식은 계급적 이익에 부합하는 사회 비전, 주로 이윤 중심의 경영 주도 경제라는 패권적 자본주의 비전이나 노동자가 스스로 경영하는 비영리 경제라는 혁명적 노동 비전을 보유하는 것을 포함한다.

현재 많은 좌파 지식인들은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지배적인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모순적인 대항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진정한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질문을 다룬 몇 가지 국가 설문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 진보적 친노동 대항 의식(파업권을 무조건 지지하고 이윤 극대화에 반대)을 가진 사람이 친자본 계급의식(파업권을 무조건 반대하고 이윤 극대화에 찬성)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많으며, 친노동 지지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혁명적 노동 의식(친노동 대항 의식과 비영리 경제 및 노동자 자주 관리의 비전을 결합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성장하는 그룹을 구성한다. 이 그룹은 기존 자본주의 조건을 옹호하는 비전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현재 모든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친노동 대항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소수이며, 혁명적 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모든 곳에서 20% 미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는 큰 것이며 현재의 생태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 속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계급의식을 가진 자본주의 옹호자보다 훨씬 더 많다.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의 재생산은 계급의식을 가진 옹호자보다는 실용적 계급의식을 가진 노동자, 즉 특정 조건하에서 이윤 극대화를 수용하거나 특정 상황에서 파업권을 지지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인식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일관된 진보적 비전과 지속적인 비폭력 정치 행동에 대한 의지를 가진 소규모 그룹은 지난 세기 동안 많은 이슈에서 변화를 위한 정치 운동을 주도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핵심적인 질문이 남아 있다. 계급의식은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 및 정당에 대한 지지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계급의식과 정치

빈곤을 감소시키는 문제는 역사적으로 많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매우 분열적인 이슈였다. 부유한 사람들은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경제 상황을 지적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부의 편중과 빈곤의 가시화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빈곤 감소에 대한 지원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1982년과 2016년 캐나다의 광범위한 형태의 계급의식과 빈곤층에 대한 지원 정서 사이의 관계는 아래에 요약된 바와 같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빈곤 지원 대책의 필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동의는 3분의 2에서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약 2%에 해당하는 소수의 소수 집단은 계급 구조의 상위 계층에 속하며 이윤 추구가 정당하다고 믿었지만, 잠재적 고용 노동력 간의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에 저항했다. 반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훨씬 더 큰 그룹은 다양한 정도의 동정적, 반대적 또는 혁명적 노동 의식을 가지고 빈곤층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을 더 많이 지지했다.

1980년대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몇 가지 관련 설문조사 데이터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서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긴축 조치는 헤게모니적 자본주의 관점을 가진 소수의 선호와 선출된 정치인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에 따라 우세했다.

최근 캐나다에서 지구 온난화라는 시급한 문제에 대한 계급의식의 패턴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2016년에 캐나다인의 대다수가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삶에 위협이 된다는 데 동의했으며, 친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었다. 반대로 패권적 자본주의 계급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위협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구시대적인 엘리트 계급 사고방식이다.

요약하면, 상위 계급의식과 널리 논의되는 정치적 이슈 사이의 관계는 조사에 따르면 친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적 정치 의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친자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가장 강력한 반대를 표명하는 반면, 실용주의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역학 관계는 아니지만 놀라운 것은 아니다. 패권적 자본주의의 시각과 대중의 의견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계급의식과 전체 유권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형성하기 위해 현재 선출된 조직인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 사이의 연관성은 어떨까?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일부 데이터는 1980년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이 민주당 지미 카터를 이긴 대통령 선거에서 실시된 에릭 올린 라이트의 설문조사에서 나온 것이다. 친자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친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보다 공화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4배나 높았지만, 후자 그룹의 거의 절반은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을 선택했다.

1982년 캐나다 설문조사는 피에르 트뤼도의 자유당이 다수당으로 복귀한 1980년 연방 선거 직후에 실시되었다. 친자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친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보다 보수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았다. 친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약 20%를 득표한 사회민주주의 신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4배 높았다.

2004년 캐나다 연방 총선 당시 폴 마틴의 자유당 정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설문조사 분석결과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준다. 친노동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친자본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주류 자유당이나 보수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절반에 불과했다. 그 대신 거의 3분의 2가 사회민주당이나 기타 정당을 지지하거나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계급의식의 형태에 따라 정당 선호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제한적인 증거이다. 이는 친노동 의식을 가진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류 자본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현재 우리는 체계적인 생태계 파괴, 경제적 불평등, 잠재적인 핵 위기, 기존 정치 제도에 대한 광범위한 신뢰 부족 등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의 주요 정치적 결과는 전례 없는 수준의 사회적, 환경적 항의였다. 주류 자본주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으로 제한된 정치적 제스처로 이해되며, 종종 냉소적으로 접근하거나 아예 기피하는 경우가 많고, 정당들이 이러한 긴급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다.

이번 선거 주기에서 조 바이든의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진보적인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지만 너무 큰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 두 정당 모두 대부분의 선출직 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 엘리트들에 도전하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하다. 보다 민주적인 정책과 자원 프로그램을 통해 더 민주적인 사회적 기반 위에서 많은 정당이 구성되거나 재구성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외국인 혐오에 대한 불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극우 운동의 부상은 이러한 광범위한 사회 및 환경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적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주류 정당의 집권 실패를 반영한다. 트럼프의 공화당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 대선 슬로건) 반동 세력이 두드러진 것은 기성 정당이 포용적인 민주주의 조직과 얼마나 멀어졌는지, 그리고 편협하고 포퓰리즘적인 권위주의적 호소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진보적인 정치 활동가들은 이제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정당과 성장하는 사회 운동 모두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노동조합, 인종 및 성 평등 단체, 환경 운동 단체, 기타 관심 있는 시민 단체 간의 지속 가능한 연대의 잠재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2024년에 치러질 수많은 총선의 즉각적인 결과가 무엇이든, 진보적인 계급의식은 지속되고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적인 연구자들은 숨겨진 계급의식 수준을 설명하고 좁은 투표 패턴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정치 정보를 널리 공유하면 기존 정당 조직 안팎의 민주적 활동에 귀중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The Effect of Class Consciousness on Political Preference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D. W. 리빙스턴(D. W. Livingstone)은 ‘고급 자본주의의 티핑 포인트: 지식 경제에서의 계급, 계급 의식 및 활동’(Tipping Point for Advanced Capitalism: Class, Class Consciousness and Activism in the “Knowledge Economy”)와 ‘지식 경제에서의 전문 권력과 기술 사용: 계급 분석’(Professional Power and Skill Use in the “Knowledge Economy”: A Class Analysis)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