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면, 탈레반을 탈레반으로 대체하는 데 20년, 수조 달러, 그리고 4명의 미국 대통령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노먼 핀켈스타인(Norman Finkelstein)
위 인용문은 수정이 필요하다. 미국과 서방의 꼭두각시들에게 있어 그러한 행동들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 같은 나라를 파괴하고 그들의 국민을 학살하는 데 헌신한 20년은 주요 금융 기관과 군산복합체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2007-08년 금융 위기로 처음 큰 경련을 겪은 체제의 붕괴를 지연시키기 위한 중요한 지정학적·이념적 지렛대를 제공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군사적 공세와 현재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리전쟁의 결정적 동력은 공포와 부정에서 비롯되었다. 즉, 패권을 잃어가는 강대국들이, 빚에 의존하는 과도한 금융 중심 자본주의의 한계를 직시할 의지가 없었다. 집단적 서방이 아직 타락의 잠재력을 다 소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밑바닥을 쳤다.
그렇다면 2025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가? 확실한 것은, 미래가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어 우리가 처한 곤경에서 벗어날 길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모든 '사건'은 경제 데이터부터 조작된 작전까지, 위기 자본주의의 착취적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세계는 점점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빚, 금융, 제국주의적 집착, 경제 침체, 이념적 조작이 서로 악순환을 이루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의 비판적 사고를 흐리고 상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자신의 치명적 병폐를 직시할 수 없는 서방은 편리한 적들을 지정학적 지렛대로 이용하며 분노를 퍼붓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민주주의 수출”이나 “인권 수호”와 같은 도덕적 명분으로 이 범죄 전략을 위장하려는 진지한 노력조차 없다. 폭력은 이제 항상 그랬던 대로 드러나고 있다. 즉, 자신들의 쇠퇴와 유한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공격적인 문명의 무분별한 잔혹성이다. 이는 축제 기간에도 계속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학살로 확실하게 확인되었으며, 이는 우리의 정치 계급의 지지와 공모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질문은 새로운 글로벌 긴급 사태가 발생할지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빨리 발생할 것인지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이란은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 에너지 부족, 실업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로, 다음 위기의 명백한 후보로 보인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해체는 한때 이라크가 분열되었듯, 시리아처럼 중요한 목표로 보인다. 전쟁을 밀어붙이는 것은 체제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방어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는 서방이 과도한 금융화와 부채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경제 체제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또한,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시온주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함께 테헤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BRICS 동맹의 일원인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탈달러화 과정을 지연시키고(따라서 미국의 치솟는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보호하며), 동시에 국제 경제 위기를 촉발하여 금융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통화 확장과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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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엘리트들이 전쟁과 맺는 긴밀한 관계는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일명 노르웨이의 토니 블레어)의 궤적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노르웨이 총리를 역임하고, 글로벌 백신 배포를 촉진하기 위해 빌 게이츠의 자금 지원을 받은 가비 연합(Gavi Alliance)을 이끌었으며, NATO 사무총장을 지냈고, 현재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정치, 산업, 금융, 미디어, 학계, 군사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은밀한 조직인 빌더버그 그룹(Bilderberg Group)의 공동 의장으로 임명되었다. 빌더버그의 모임은 회의록이 기록되지 않고, 언론 발표도 없으며, 보고서도 발행되지 않는 만큼 극도로 비밀스럽다.
스톨텐베르그의 화려한 관료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서구의 권력 구조는 음흉한 회전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는 비효율적이고 신뢰를 잃은 기술 관료들이 여러 기관과 직책을 돌아가며 맡는 구조를 말한다. 스톨텐베르그, 마리오 드라기, 혹은 카야 칼라스와 같은 꼭두각시 같은 인물들은 그들의 “전문성”에 기반하여 권력의 판 위에서 체스의 졸처럼 움직인다. 에스토니아 총리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하의 부위원장 역할로 전환한 칼라스도 그중 하나다. 스톨텐베르그는 대서양 횡단 전략(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갈등과 관련하여)의 전문가로 간주되며, 이는 빌더버그 그룹의 배후 엘리트들이 군사적 개입, 잠재적으로 NATO와 관련된 은밀한 작전을 우선순위에 둘 의도가 있음을 암시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미 정보기관과 연계된 AI 거대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의 CEO 알렉스 카프가 빌더버그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로 뒷받침될 것 같다. 팔란티어의 공동 설립자이자 주요 주주인 피터 틸과 마찬가지로, 카프는 스스로를 선견지명 있는 철학자로 여긴다. 그는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에서 대부분의 타겟팅을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크리스마스 당일 <가디언>은 스톨텐베르그의 빌더버그 공동 의장 임명을 “음모론”적 관점으로 다룬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빌더버그는 오랫동안 글로벌 사건을 형성하는 힘의 정도에 관한 음모론의 주제였다’고 서술하면서도, 이를 명백히 음모론적 어조로 확증했다. 빌더버그와 군산복합체 간의 역사적 연결 고리에 대한 심층 분석 후, 특히 “공산주의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현재는 “독재자의 축”(중국, 러시아, 북한)에 맞서기 위해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스톨텐베르그의 빌더버그에 초대받는 금융계 거물들은 군사 및 방위 투자에 대한 강력한 설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스톨텐베르그가 대서양 횡단 무대에서 네트워킹과 사교 활동을 시작할 때다. 전쟁을 지속시키고 동맹을 강화하며 군사 기술 자금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빌더버그 회의에서의 은밀한 로비 활동을 넘어, 지정학적 갈등은 테슬라 같은 주식 거품으로 부풀려진 과잉 금융 시장의 문제로 봐야 한다. 테슬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투기 거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거품에 의해 2024년에만 57번이나 월가가 기록적 고점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현재 체제의 왜곡된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도로 과대 평가된 기술 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면서 자동화와 “일자리 없는 성장”(대규모 생산적 임금 노동 없는 성장)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국가들이 재정적 수단을 초과하는 지출을 감당하게 될 때,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통화를 창출하는 가장 신속한 방법이 된다. 이 통화는 내재적 가치는 없지만 고통을 연장하고 불가피한 결과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금융 자본이 행사하는 엄청난 권력은 단순히 주관적 탐욕과 부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물론 이러한 요소도 기여하지만), 특히 ‘선진’ 서구 세계 전반에서 두드러지는 ‘일노동사회’(work society)의 붕괴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금융 자본을 “허구적”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금융 자본이 미래 소득을 현재의 재산권(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으로 전환하는 데 기반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금융 자본의 허구적 성격은 그 우울한 특성과 함께 삶의 모든 영역에 퍼지고 지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산업, 노동, 정치, 문화 같은 생산과 사회적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신체, 자연까지 토큰화(Tokenization)하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디지털 무법지대에서 살고 있다. 예컨대, 방귀코인(Fartcoin)과 같은 암호화폐는 출시 몇 달 만에 15억 달러라는 “폭발적인” 시장 가치를 달성했다. 방귀코인은 말 그대로 방귀를 토큰으로 만든 것으로, 방귀에 기반한 농담용 암호화폐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방귀 소리 효과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사례만으로도 카지노 자본주의가 한 단계 더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또는 선출될 대통령)의 주도로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있다. 방귀코인은 표면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에서 밀려난 젊은 세대가 분산 금융(DeFi)의 환상 속에서 허무주의적 경제 모험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방귀코인을 통해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암호화폐를 주류화하려는 움직임과 은행 규제 완화가 전체 시스템을 완전한 토큰화의 글로벌 감시 체제로 연결하려는 의도에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구적 투기 자본은 점차 역사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는 기만적인 시간 구조을 지닌다. 예상했듯이, 이 시스템은 실현되지 않았고 대체로 달성하기도 어려운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재산으로 바꾸는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이런 속임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사회를 유지하는 이야기는 무의식적인 신념에 의존한다. 이는 과거-현재-미래가 순서대로 진행된다는 현대적 믿음이 아니라, 미래를 허구적인 자본으로 끊임없이 바꾸는 '미래를 현재로 만드는' 믿음에 기반한다. 결국, 미래의 투자 가능성은 그것이 즉시 부로 바뀔 수 있을 때만 중요하며, 이는 더 많은 투자와 현 상태 유지를 위해 쓰인다. 이러한 압축된 시간성 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로 말하자면, 아르케인(시작)과 프라테인(완료)이라는 행위의 뚜렷한 순간들이 뒤섞여 불안을 낳고 주체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요컨대, 금융 자본은 끊임없이 미래로부터 빌리며, 실질적으로 미래를 고갈시키고 “말라붙게”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금융 자본은 주체가 시간의 원래적 구성에 투자하는 것을 방해하며, 이로 인해 행동 자체(프락시스)가 모든 장기적인 인간 노력과 계획을 형성하는 의미 있는 사회적 구성의 근본적 환상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기 유지에만 몰두하는 동안, 미래의 위험을 인식하는 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현재의 경제적 풍경과 다가올 시나리오들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월스트리트를 고향으로 하는 미국은 (세계 주식 시장 “가치”의 약 60%와 국내총생산(GDP)의 20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36조 달러에 이르는 연방 부채에 직면해 있다. 이는 미국 경제 규모를 훨씬 초과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4.6%로 급등했는데, 이는 경제학 101에서 예상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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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재적으로 재앙적 부채 함정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대중에게 대체 현실을 제공하는 것이 편리해 보인다. 이를테면 “스스로 암호화폐의 왕 혹은 여왕이 되라”는 메시지에서부터 뉴올리언스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새해 첫날 발생한 사건들이 보여주는 “이슬람 테러리즘”의 예상 가능한 부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진실은 이 체제가 또 하나의 “긴급 양적 완화(QE)”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것을 빠르게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예상치 못한” 위기는 연방준비제도와 그 동조자들이 불가항력에 의해 추가적인 통화 확장을 실행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그리고 체제적 엔트로피와 예측 불가능성을 위한 여지가 항상 남아 있기는 하지만, 돈 찍어내는 기계에 가까이 앉아 있는 권력층이 대부분의 불쾌한 결과를 피할 것이라는 가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 대신, 결국 최종적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바로 나와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주식 시장은 여전히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이는 곧 물가 상승과 생활 수준 저하를 의미한다. 억제된 금리 구조는 현금을 주식 및 파생상품과 같은 고위험 자산으로 유도하도록 설계되었다. 2025년에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론적으로는 주식 시장의 높은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부가 상위 1%에게 더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동시에, 채권이나 부채 시장에서 큰 폭락이 일어날 가능성에 늘 위협받고 있다. 이런 일은 부채를 발행하고 사들이는 중앙은행들이 정한 시점과 조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생산적 노동의 집중적 고용을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제공했던 노동사회는 이제 전통적인 계급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원자화된 “정글 사회”로 증발하고 있다. 정치경제에 대한 좌파 비판은 교묘한 문화주의로 해체되었고, 사회적 갈등은 기업 소유의 미디어에 의해 흡수되고 재포장되어 대중 인식을 형성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권력은 더 이상 단순히 “생산 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계급”에 한정되지 않으며, 금융 자본의 흐름, 전쟁 관련 긴급 상황, 코로나19 스타일의 심리작전(psy-ops), 그리고 점점 더 불필요해지고 있는 인구의 삶을 통제하는 엘리트들에게 귀속된다.
우리는 노동이 사회적 매개체로서 무효화된 새로운 자본주의적 인간혐오의 최전선에 도달했다. 이는 노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전례 없는 수준의 착취와 조작에 노출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은 매우 명료하다. 우리가 깨어나 이 파괴적인 경로에 맞설 방법을 찾느냐, 아니면 그것에 압도당하느냐의 문제다.
[출처] Wargames and Fartcoins: Brace Yourselves for an Explosive Start to 2025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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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오 비기(Fabio Vighi)는 영국 카디프대학교(Cardiff University)에서 비판 이론 및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 교수다. 그의 최근 저서로는 ⟪비판 이론과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Critical Theory and the Crisis of Contemporary Capitalism, 블룸즈버리 2015, 하이코 펠드너와 공동 저술)와 ⟪가치의 위기: 라캉, 마르크스와 노동 사회의 황혼⟫(Crisi di valore: Lacan, Marx e il crepuscolo della società del lavoro, 미메시스 2018)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