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종전 선택과 "조건 강요" 문제

우리는 처음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평화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실제로블라디미르 푸틴이 원하는 방식의 평화즉 지속 가능한 갈등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대신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적대 행위의 중단만이 이루어지고러시아의 적들이 숨을 고른 뒤 다시 전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그 경우 설령 본격적인 전면전으로 재발하지 않더라도 덜 격렬한 방식으로 적대 행위가 계속될 것이다.

이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를 곧 살펴보겠다그러나 만약 이 전망이 맞다면러시아가 보안 측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특히 영토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덜 나쁜 선택지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우리는 모스크바 기반 분석가 마크 슬레보다(Mark Sleboda)의 견해에 동의한다그는 처음에는 이 입장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했지만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러시아를 증오하는 서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그 지역을 러시아 국경에 위치한 반데라주의(Banderite, 우크라이나 내 극우 민족주의자나 반러시아적 이념을 가진 정치세력영토로 남겨두고나토가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무장시키도록 두는 것은 더 나쁜 선택이라는 것이다슬레보다가 우리가 선호하는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우리는 이 강경한 영토 회복주의 지역들을 전력 공급이 차단된 지역(de-electrified zones)으로 만드는 방안을 선호한다그렇게 하면 인구 밀도가 대폭 감소하여 점령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건을 강요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겠다이는 나를 포함한 일부 논평가들이 사용해온 표현이지만실제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협상"이 성과를 낼 수 없는 이유

짧게 요약하자면협상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이는 곧 협상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사실푸틴과 주요 관료들이 일관되게 밝혀온 바를 고려하면설령 트럼프와 푸틴이 직접 만난다고 해도 "대화"는 기껏해야 사전 탐색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알렉산더 메르쿠리스(Alexander Mercouris)에 따르면(그 당시까지는 Dima at Military Summary를 통해서만 전해진 소문이었지만), 트럼프가 푸틴과 광범위한 안보 문제를 논의하려 할 수도 있다고 한다그러나 푸틴을 움직일 만한 요소가 충분하지 않다특히 러시아 국경에서 지속적으로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트럼프는 푸틴이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유럽 안보 체계를 재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이야말로 푸틴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제안이라고 본다이는 단기적인 갈등 해소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의 입장은 2024년 6월 14일에 명확히 밝혀졌으며이후 푸틴과 여러 관료들에 의해 반복되었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절대 나토에 가입하지 않으며나토와 협력하여 군사 훈련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을 요구한다또한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네 개의 주(oblast)에서 모든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이는 러시아가 현재 통제하지 않은 지역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포함한다.

러시아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요구한다푸틴은 2022년 봄 이스탄불 회담에서 논의되었던 무기 수준 조정 협상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나치화"를 요구했다이는 반데라주의 정당과 상징을 불법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러시아가 이미 점령하지 않은 지역까지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지만더 나아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트럼프는 이러한 사항을 보장할 수 없다그는 나토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다나토는 합의 기반 조직이기 때문이다그는 심지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하겠다는 신뢰할 만한 약속조차 할 수 없다차기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또한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과 로베르트 피코(Robert Fico)를 제외한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트럼프와 협력하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으며덴마크의 그린란드에 대한 그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트럼프는 우크라이나조차 통제할 수 없다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하던 시기에도우크라이나는 자금 제공자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방어선을 구축하지 않는 부패 행위(쿠르스크 주변 방어선 미구축), 테러 행위미국이 철수를 권장한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병력과 무기를 투입하는 행동 등을 통해 이를 보여주었다이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버릴 의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그가 가진 협상력은 더욱 미미하다.

우리는 또한 모든 전쟁이 협상이나 의미 있는 합의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뉴 스테이츠맨>에서 로렌스 프리드먼(Lawrence Freedman)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널리 퍼져 있지만이는 사실이 아니다모든 전쟁이 협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일부 전쟁은 항복으로 끝났다(1945년 독일과 일본의 경우). 일부는 정권 교체로 끝났다(1943년 이탈리아의 경우). 일부는 정전(ceasefire)으로 끝나지만 근본적인 분쟁은 해결되지 않는다(1953년 한국전쟁의 경우). 심지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진행될 때도 종종 실패로 돌아간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타협점을 찾는 것은커녕 이를 합의하고 조약 형태로 확정하는 일조차 훨씬 더 어려워진다이는 어떠한 모호성도 나중에 악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특정한 문구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교전국 간의 신뢰는 전쟁 이전보다 더욱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전쟁을 촉발한 분쟁 자체를 해결하는 협상으로 끝나는 전쟁은 극히 드물다.

이러한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다시 말해푸틴은 2007년부터 "새로운 유럽 안보 체계"를 요구해왔다이는 최소한 우크라이나가 영구적으로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포함하며더 나아가 러시아 국경에서 일정 거리 내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요구한다푸틴은 2022년 3~4월 이스탄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데 거의 합의했었다그러나 당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이 미국과 나토를 대신하여 이 협상을 무산시켰다이는 이 전쟁이 본질적으로 대리전(proxy war)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프리드먼의 기사 전체를 읽어볼 가치가 있다특히 협상을 통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마지막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그러한 요소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덜 나쁜 선택지는 폴란드 국경까지 진격하는 것인가?

나는 한동안 러시아의 최우선 목표가 안보 확보라면서부 우크라이나에 잔존 국가를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이 지역은 반데라주의자들의 근거지였으며그 주민들 중 다수(대부분?)는 강한 반()러시아 감정을 품고 있었다만약 이 지역이 러시아의 통제 하에 놓이지 않는다면유럽의 반감 어린 세력들이 교활한 영국의 도움을 받아 이 지역을 사실상 나토의 일부로 만들고러시아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다그리고 만약 2028년 미국 대선에서 J.D. 밴스가 패배한다면미국도 다시 무기 지원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러시아가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도 있다예를 들어서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데 드는 경제적·정치적 비용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처럼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을 관리하면서 반데라주의자들을 색출하여 축출하거나 제거하고남은 인구를 충분히 재교육한 후 나중에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있다.

러시아는 국내 여론뿐만 아니라 경제 동맹국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차지하는 모습을 그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만약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계속 러시아의 안보 요구를 무시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그들은 오히려 푸틴보다 더 강력하게 러시아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존 헬머(John Helmer)는 한동안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보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전쟁 초기헬머는 총참모부가 광범위한 비전력화 지역(de-electrified zone)/비무장 지대(demilitarized zone)’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이 전략의 장점은 러시아가 원하는 곳에 일방적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독자들은 내가 마크 슬레보다(Mark Sleboda)의 견해를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내가 접한 영어권 논평가들 중에서 그는 가장 정확하게 전쟁의 진행 속도를 예측해왔다이는 곧 그가 다른 전문가들보다 훨씬 더 긴 전쟁 기간을 예상했다는 뜻이다예를 들어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해왔다그러나 슬레보다는 러시아가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몰아내는 데 2025년 말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두 개의 핵심 도시슬라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를 점령해야 한다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주요 방어선 상에 있다또한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네 개의 주를 온전히 확보하려면 드네프르 강 연안에 위치한 자포리자(Zaporizhzhia, 2024년 인구 추정치 79만 6천 명)와 헤르손(Kherson, 2024년 인구 추정치 32만 명)을 점령해야 한다러시아가 이 정도 규모의 도시를 점령한 사례는 지금까지 마리우폴(Mariupol, 당시 인구 42만 명)밖에 없다따라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단기간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낮다.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불과 몇 달 전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최대 6개월 내에 병력을 소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으며이후 다른 소식통들은 이 기간이 10~12개월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슬레보다는 러시아 국방부가 병력 충원에 대한 내부 추정을 했다고 전했다우크라이나가 징집 연령을 1년씩 낮출 때마다 추가로 10만 명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물론국외 탈출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이 숫자가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마지막으로 최소 20만 명 규모의 병력을 추가로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러시아 언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고 보도했다그러나 현재까지 징집 연령을 변경하겠다는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징집 연령을 낮추도록 압박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면, <파이낸셜 타임스>의 새로운 기사에서 그러한 의문을 불식시켰다. "트럼프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추도록 압박할 예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차기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월츠는 ABC 인터뷰에서 차기 행정부의 첫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하는 것과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선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단순히 군수품이나 탄약을 더 보내고 수표를 발행하는 것만이 아니다우리는 전선이 안정되는 것을 보아야 하며그래야 어떤 형태로든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갈등에서 완전히 손을 떼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아마도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투 강도를 다소 높이는 것만으로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전쟁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이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망상이다.차선책으로트럼프 팀이 젤렌스키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일부러 내놓고그가 이를 거부하면 이를 핑계로 지원을 축소하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러시아 언론은 젤렌스키가 이미 미국의 요구에 굴복했거나곧 굴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슬레보다는 최근 논평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모든 무기가 전장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러시아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당한 양의 무기가 예비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 국방부도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승인 무기 지원금이 아직 38억 달러 상당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따라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군수품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아직 완전히 고갈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22분 50초부터 시작되는 부분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슬레보다이 전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나는 러시아가 서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했다그곳 사람들은 대체로 정말로 러시아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토마스그래서 러시아도 그 지역 전체를 차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슬레보다하지만 그 지역은 결국 러시아에 맞서는 무기로 활용될 것이다그곳 전체 인구는 서방이 몇 년 안에 다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서구 전사 계급"으로 길러질 것이다서방은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훈련시킬 것이다.

나는 이제 점령과 그에 따른 서부 우크라이나에서의 게릴라 전쟁이 초래할 끔찍한 비용이서방이 러시아에 대항하는 무기로 계속 활용할 반데라주의자들의 잔존국(Banderite statelet)을 남기는 비용보다 오히려 더 낮다고 본다그리고 나는 이것이 미국의 계획 일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그들의 초기 계획은 아니었겠지만계획 또는 계획 수준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계속 진격하도록 놔두자우리는 러시아와 공식적인 협정을 체결하지도 않을 것이고우리가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러시아가 한 뼘 한 뼘 전진하는 동안우리가 그것을 이용해 그들을 질식시키도록 하자.“

나는 이 점을 너무 강조하고 싶지는 않지만존 헬머는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전쟁을 훨씬 더 빠르게 종결할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조기에 파괴하는 것을 원했으나 푸틴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했다러시아는 원한다면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무력화(prostrate)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렇다면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규모 인도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이다만약 러시아가 전면적인 전력망 파괴를 실행했다면이는 가자에서 벌어진 것보다 10배는 더 큰 위기를 초래했을 것이다물론 건물 자체를 폭격하는 것은 아니지만러시아는 국제적으로 완전한 '추방국'이 되었을 것이다또한러시아는 필연적으로 이에 대한 구호 책임을 떠안게 되었을 것이며그 규모의 구호 작업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

미국과 나토(에게 개입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만약 우크라이나의 필수적인 서비스가 완전히 붕괴되었다면미국과 나토는 대규모 무장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명분을 얻었을 것이다그들은 구호 물자를 공급하고의료 지원을 제공하며공공 질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것은 러시아가 원하는 마지막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가 체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점진적으로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은우크라이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음에도 전쟁 보도에서 거의 '배경 소음'처럼 다뤄지고 있다이는 러시아가 국제적 비난을 덜 받으면서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경제 동맹국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대부분의 러시아 경제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이웃 국가의 영토를 점령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물론그들은 미국과 나토가 이스탄불 협상을 무산시켰고그로 인해 러시아가 안보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 영토 확보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전쟁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점점 더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유엔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결의안 표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따라서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목표가 서방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러시아는 천천히점진적으로 새로운 현실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조건 강요문제

나는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 현 정권을 패배시킬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며그 후에는 "조건을 강요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가끔 사용해 왔다그러나클라우제비츠(Clausewitz)의 이론을 따른다면이는 불완전한 정의이다클라우제비츠는 "승리란 단순히 전장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적의 물리적·심리적 전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안툴리오 J. 에체바리아 II(Antulio J. Echevarria II)의 국방 분석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정의했다적의 군사력을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하는 것적국을 점령하는 것적의 전쟁 의지를 꺾는 것설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러시아의 진정한 상대는 미국과 나토이다.

설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위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러시아의 진정한 상대는 미국과 나토이다미국이 이번 전쟁에 대한 지원을 철회한다고 해도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을 지속하려 할 것이다.

나토의 전쟁 의지는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으며비록 예산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그것이 전쟁 지속 의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또한최근 <애틀랜틱>에 실린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핵심 인물인 "어둠의 왕자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의 장문의 기사에서도 그가 여전히 러시아와의 대결을 지속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그와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보다 실질적인 수준에서 보면만약 우크라이나군이 "붕괴"한다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군사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우크라이나군이 무너질 경우 시리아 내전에서처럼 병사들이 대규모로 전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이런 경우명령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또는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고 핵심 지휘 센터를 장악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신뢰할 만한 항복 문서가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일부 독자들은 이러한 형식적인 문제를 사소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소유권이 법의 90%"라는 격언이 있듯이법적 형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간 계약에서도 계약서에 결함이나 모순이 있으면 그 자체가 거래의 문제점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예를 들어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작성된 계약은 당사자 간의 신뢰 부족을 의미할 수 있으며궁극적으로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계약을 체결하는 주체가 신뢰할 수 없는 당사자(재정적 자원이 부족한 주체)라면이는 사기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따라서전쟁이 끝난 후 신뢰할 만한 항복 문서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다이는 전쟁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확정짓고이후의 정치적·외교적 상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프랑스의 1940년 항복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협정을 보면누가 어디에서 문서에 서명하는지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이 확인된다예를 들어독일 측 문서는 처음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서명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다그러나 이후 주요 군 지휘관들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수정되었으며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다심지어 독일의 항복 협정에서도아이젠하워가 동의한 이후에도 러시아 측이 추가적인 조항을 삽입하여 서명이 지연되었다.

시리아의 경우내가 확인할 수 있는 한시리아 정부와의 항복 협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바샤르 알 아사드는 도망쳤으며그의 군 지휘부 누구도 항복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아사드 정부를 대신하여 항복을 인정하는 공식적인 대표는 없었다러시아는 이러한 형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이다이는 자신들의 체면뿐만 아니라동맹국들에게 보여지는 외교적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따라서 러시아가 시리아처럼 형식 없이 전쟁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가 신뢰할 만한 항복 협정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방해할 것이다그들은 망명 정부를 수립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만약 쇠약해진 젤렌스키가 탈출하지 못한다면서방은 보다 나은 대체 지도자를 준비해 둘 것이다그 대안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우크라이나 전직 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Valerii Zaluzhny)이다잘루즈니는 현재 런던에 대사로 주재 중이며이미 안전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또한그는 강경한 반데라주의자로그의 키이우 사무실에는 스테판 반데라 동상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을 정도이다.

설령 망명 정부 수립이 혼란스럽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서 신뢰할 만한 대표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젤렌스키가 살아서 항복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이미 반데라주의자들은 젤렌스키가 협상을 시도할 경우 그를 살해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한 바 있다따라서 러시아가 젤렌스키의 신변을 보장해야 할 수도 있다그러나 그렇게 되면 젤렌스키는 러시아로 망명해야 하며이는 서방이 그가 '강압에 의해 서명했다'고 주장할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실이지만일반적인 강압과는 차이가 있다.) 같은 논리가 현재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General Syrsky)에게도 적용될 것이다결국러시아가 항복 문서를 서명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이는 서방이 러시아의 승리를 부정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서 신뢰할 만한 항복 협정을 얻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그 결과우크라이나 측 대표는 군 또는 정치 지도부의 최상층에 속하지 않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상황은 서방이 항복 협정을 부정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될 것이다서방은 이를 이용하여 러시아가 '조건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고 점령/행정 단계로 전환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문서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오히려그러한 합의의 결함이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최종적인 해결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핵심이다전쟁이 2026년까지 계속된다고 해도유럽 국가들이 이를 지속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최근 영상에서 존 미어샤이머는 서방이 러시아와의 저강도(low-level)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그중 하나는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싼 충돌 가능성이었다또한미국 내에는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이들은 설령 트럼프가 미국의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데 성공하더라도미국이 결국 다시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는 희망을 유지할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유럽 전역에서 정권 교체또는 최소한 정권 방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오늘 코너가 자세히 설명한 바와 같이트럼프의 전략은 전통적인 미국 개입 방식과 유사하다그러나과거 미국의 개입 사례를 보면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하기보다는 역효과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따라서트럼프의 전략이 예상한 대로 전개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로렌스 프리드먼이 <뉴 스테이츠맨기사에서 요약한 바와 같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 반드시 끝나야 한다는 믿음과 달리실제로는 거의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출처Russia’s Difficult Ukraine End Game Choices and the Issue of “Imposing Terms”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이브 스미스(Yves Smith)는 미국의 경제 및 금융 블로거이자 저술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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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 종전 트럼프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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