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의 형성 과정은 천문학과 행성 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다.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태양계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우주를 해독하는 데 필수적이다. 과학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행성 형성의 모든 세부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휴화산 마우나케아 꼭대기에 있는 NASA의 적외선 망원경 Jenly Chen/Flickr, CC BY-SA
이론과 천문 관측에 따르면, 행성은 젊은 별 주위를 둘러싼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에서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도 태양의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은 약 45억 년 전에 일어났다.
그러나 행성 형성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단계 중 하나는 먼지가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어떻게 축적되어 행성의 기본 구성 요소인 미행성체(planetesimal)를 형성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고전적인 모델에서는 미세한 먼지 입자들이 충돌을 통해 점진적으로 뭉쳐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큰 입자로 성장하여 결국 행성 크기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먼지 입자들이 충돌하면서 점차 커져 킬로미터급 천체로 발전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실험실 연구 결과, 이러한 모델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지 입자들은 특정 크기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충돌을 통해 성장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예를 들어, 먼지 입자가 서브밀리미터 크기에서 킬로미터 크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돌만으로는 충분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확인되었다.
새로운 이론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행성체는 매우 높은 밀도를 가진 먼지구름이 자체 중력에 의해 뭉쳐지면서 형성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는 "스트리밍 불안정"으로 불리는 이론으로, 현재 행성 과학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이론은 대형 소행성과 해왕성 너머 천체(trans-Neptunian object, TNO)의 크기 분포를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이 예측하는 미행성체의 크기 분포가 어디까지 확장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즉, 이 과정이 작은 미행성체도 많이 생성하는지, 아니면 일정 크기 이상의 천체만 형성되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여러 연구에서 미행성체의 전형적인 크기가 약 100km 직경임을 발견했다. 이는 작은 먼지 응집체(aggregate)가 반드시 작은 미행성체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작은 먼짓덩어리들은 원시 행성계 원반 내부의 가스 난류로 인해 쉽게 흩어지며, 미행성체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행성체는 거시적 규모에서 형성된 것일까, 아니면 미시적 규모에서 점진적으로 성장한 것일까?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생존한 미행성체를 찾아서
나는 "오리진스(Origins)"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 국립연구청(ANR)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연구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활용해, 현재 소행성대 내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미행성체를 식별하고 그 크기 분포를 측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 미행성체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평균 거리(1AU)를 기준으로, 2.1~2.5AU 범위에 위치한 내부 소행성대(inner asteroid belt)에서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미행성체 형성 모델에 대한 엄격한 관측상 제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은 소행성이 행성 형성 시대의 잔재라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모든 소행성이 원시 태양계 시기의 생존자라고 볼 수는 없다. 연구 결과, 많은 소행성이 더 큰 모천체(parent body)가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충돌은 태양계 역사 전반에 걸쳐 계속 발생해왔다.
이러한 충돌로 인해 생성된 소행성 파편의 나이는, 해당 충돌이 발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비록 이 파편들은 원래 모천체의 화학적 조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크기와 형태만으로는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미행성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방법은 원래 미행성체로 형성된 소행성과 충돌로 인해 생성된 소행성 파편을 효과적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태양계의 현재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동역학적 사건(dynamical events)도 연구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로 인해 생성된 가장 오래된 소행성군(families of fragments)의 위치와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했다. 소행성군의 개별 구성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데, 이는 야르코프스키 효과(Yarkovsky effect)라고 불리는 비중력적인 열력(non-gravitational thermal force) 때문이다.
이 효과는 소행성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작은 소행성이 큰 소행성보다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한다. 우리 연구팀은 소행성 크기와 거리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가장 오래된 소행성군의 형태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던 미션(Dawn Mission) 아트 시리즈의 소행성대 아티스트 그래픽. 출처: NASA/McREL
30~45억 년 된 소행성들
이 기술 덕분에 연구팀은 네 개의 중요한 소행성 가족을 발견했다. 이들은 가장 널리 퍼진 소행성 계열 중 하나로, 약 0.5천문단위(AU)에 걸쳐 분포하며 소행성대의 비교적 내부 영역에 있다. 이들의 형성 시기는 약 30억 년에서 45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새로운 소행성 가족 식별 방법은 여전히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는 가족에 속한 각 소행성의 회전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고대 소행성(Ancient Asteroids)’이라는 국제 관측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문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소행성들의 광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광도곡선(빛의 곡선) 데이터를 수집했고, 광도곡선 역산 기법을 활용해 소행성의 3차원 공간적 방향과 회전 방향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이론적 예측과 일치하게 역행하는 소행성들은 가족의 중심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었고, 순행하는 소행성들은 가족 중심의 바깥쪽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 여러 소행성이 연구팀이 확인한 고대 소행성 가족에 속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소행성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천체들을 확인한 후, 과학자들은 이들의 구성 성분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졌다. 이에 따라 ANR Origins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은 다시 망원경을 이용해 이 천체들을 분광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소행성대 내부에 위치한 미행성(planetesimal)들은 주로 규산염(silicate)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거의 모든 종류의 소행성 스펙트럼 유형이 존재했으며, 유일한 예외는 감람석(olivine) 함량이 높은 소행성들이었다. 이들의 부재는 거대 소행성들 중 감람석이 풍부한 유형이 희귀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일부 소행성 유형은 매우 희귀하다
그렇다면 감람석이 풍부한 소행성이 왜 이렇게 드문 것일까? 이론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소행성들이 감람석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 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인해 천체가 층상 구조를 이루는 분화 과정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밀도와 조성이 다른 층들이 형성되면서 감람석이 특정 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처음으로 감람석이 풍부한 소행성 파편들로 이루어진 가족을 발견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분화된 모천체가 파괴되면서 생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감람석이 풍부한 천체 자체가 파괴된 결과일 수도 있으며, 그 기원이 완전히 분화된 미행성의 맨틀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태양계의 다른 지역에서 형성된 후 역학적 과정을 통해 소행성대(main belt)에 자리 잡았을 수 있다.
실제로 소행성이 소행성대로 동적 과정에 의해 옮겨졌을 가능성은 지난 수십 년간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그중 하나로 거대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궤도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된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거대 행성은 현재 위치보다 훨씬 가까운 궤도에서 형성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미행성들과 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태양계 원시 환경에서 천체들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발생한 시기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학적 과제다. 이는 작은 천체 집단의 구조 변화, 지구형 행성(telluric planet) 궤도의 교란, 그리고 행성의 진화 과정에서 이 현상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출처] Comment les planètes naissent-elles ? La réponse pourrait se trouver dans les astéroïde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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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델보(Marco Delbo)는 프랑스 국립 코트다쥐르 대학교(Université Côte d’Azur), 코트다쥐르 천문대와 CNRS(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소속인 라그랑주 연구소(Laboratoire Lagrange) 선임 연구원이다. 먼지 알갱이가 합쳐져 형성된 원시 생명체인 행성체를 연구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