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Lanju Fotografie, Unsplash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침체로 향하는 내재적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 경향은 두 가지 요인의 작용으로 발생한다. 첫 번째는 끊임없이 심화하는 소득 불평등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소득을 소비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소득을 저축(즉, 소비하지 않음)하기 때문에, 소비 수요, 나아가 전체 총수요가 생산할 수 있는 산출량의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실업과 유휴 생산능력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하강하게 된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의 지속적인 증가는 자본이 국가 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임금은 제3세계의 막대한 노동 잉여 인구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 재배치는 제3세계의 노동 잉여 인구 규모를 줄이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자영업과 농업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면서 이들 분야의 생산자들이 생계를 위해 도시로 이주하고, 이에 따라 일자리를 찾는 인구가 늘어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 자유화로 인해 모든 국가가 새로운 생산 공정과 제품을 도입하게 되면서 노동 생산성의 증가율이 높아지고, 이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전 세계 실질 임금은 노동 생산성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각국과 전 세계의 생산물에서 경제적 잉여의 몫이 늘어나게 된다. 관찰되는 소득 불평등 증가는 이러한 현상의 실증적 표현이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아래에서 침체 경향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이 된다.
두 번째 요인은 총수요가 생산할 수 있는 산출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국가가 개입해도 시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세기의 대표적 부르주아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러한 국가 개입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국가 개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부 지출이 증가해야 하고, 이는 재정적자를 통해서든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통해서든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노동계층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지출하는 방식은 이들이 대부분의 소득을 소비하기 때문에 총수요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 모두 세계화된 금융 자본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서 생산 초과로 인한 침체 경향은 정상적인 조건에서 효과적인 대응 수단을 찾기 어렵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버블'이다. 자산이나 자산에 대한 권리에 대한 투기 활동은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이는 해당 부문에서의 투자 증가(자금 조달이 쉬워지기 때문에)와 자산 보유자들의 소비 증가(부자가 되었다는 착각 속에서 더 많이 소비함)를 유도한다. 비록 자산 가격 버블은 주로 금융 현상이지만, 실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버블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침체 경향에 일시적인 반작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버블은 침체 경향을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하고, 장기적인 성장 추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버블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성장 추세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파동을 만들어낸 뒤 사라진다. 버블이 상승 국면일 때 실제 경제의 성과는 다소 개선되지만, 버블이 붕괴하고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경제는 타격을 입는다. 물론 버블은 완전히 무에서 생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어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또는 공정)의 도입과 관련해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열광이 버블로 이어지고, 이 버블은 결국 투기 현상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때 초점은 기술이 가져올 실질적 가치보다도 다른 투기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데 맞춰진다.
오스트리아계 미국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기술이 이러한 파동을 통해 도입된다는 점을 정확히 봤지만, 총수요 부족과 그로 인한 과잉생산의 경향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 이는 기술 도입이 가져오는 파동이 경제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이다. 그 결과 슘페터는 경제가 항상 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는 환상을 가졌고, 기술 도입 후 파동이 끝나고 상황이 안정되면 노동자들이 노동 생산성 향상 덕분에 더 높은 임금을 받아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낙관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그림은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이 점의 중요성은 곧 드러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침체 경향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해준 버블은 이전에 미국에서 두 차례 발생했다. 1990년대의 닷컴 버블과 그 직후 발생한 주택 버블이 그것이다. 특히 주택 버블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면도 있었다. 주택 버블이 붕괴한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적인 침체에 빠졌고, 그 초기 단계에서는 버블 붕괴의 여파로 인해 그 침체가 더욱 심화했다. 당연하게도, 2012년부터 2021년까지(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하락이 회복된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이전의 세 시기(1982~1991, 1992~2001, 2002~2011)에 비해 낮았으며, 이 세 시기조차 전후 복구기의 성장률보다는 낮았다.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버블이 침체 경향을 단순히 완화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금융적 측면에서 AI 버블의 규모는 상당하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AI 버블이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두 가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미국 내 실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매우 미미하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ur Statistics)에 따르면, 2025년 7월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10.8%로 나타났으며, 이는 자체적으로도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2024년 7월의 9.8%보다 상승한 것이다. 즉, 현재 AI 버블이 실제 경제의 활동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청년 실업률을 낮출 정도로 유의미하지 않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이 버블이 결국 붕괴할 것이고, 그 결과로 미국의 실업률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버블 붕괴 자체의 영향(또는 투기 버블이 없더라도 기술 도입이 일으키는 파동의 쇠퇴)으로 인해 고용이 경기순환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둘째, AI 자체가 평상시에도 고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 감소 속에서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전체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총수요를 줄이며 경제 활동 수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승수 효과'). 이 세 가지 중 첫 번째 요인의 영향이 사라진 이후에도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은 계속 작용할 것이고, 그 결과 AI 도입의 장기적 효과는 실업률의 영구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결국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침체 경향을 더 심화시킨다.
자본주의가 생산 방식으로서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그리고 사회주의가 그것보다 얼마나 우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AI 도입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기술적 돌파구가 모두의 여가 시간을 늘리고 실질 임금의 하락 없이 흡수되며, 동시에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기술 진보가 고용을 줄이고 실질 임금을 감소시키며, 이 두 가지 감소는 총수요 감소를 통해 더 심화한다.
[출처] “Bubbles” and Neo-Liberal Capitalism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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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