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W. 부시와 그의 팀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명분은 대량살상무기였다. 이는 베네수엘라에서의 ‘마약’ 명분과 비슷하다. 당시 그들은 이라크가 석유 수입으로 자국의 재건 비용을 스스로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군, 이른바 ‘지상군’이 꽃다발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거의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라크에는 여전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선언한 이후에도 미군 병사 3천 명 이상이 이라크에서 사망했고, 수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쟁과 그 뒤를 이은 점령에 들어간 비용은 현재 가치로 1조 달러를 넘는다.
트럼프는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은 똑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내세우는 지능의 증거는 치매 검사를 세 차례나 통과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가 세 번이나 치매 검사를 받아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을 그다지 안심시키지는 못한다. 설령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트럼프는 역사를 잘 모를 만큼 나이가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이거나 독재적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이 결코 쉽거나 즐겁지 않았던 수많은 사례를 기억한다. 이라크뿐 아니라 이웃 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리비아에서 카다피를 축출한 일도 민주주의와 인권, 심지어 석유 생산 측면에서조차 위대한 승리가 아니었다. 카다피 축출 직후 석유 생산은 급락했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카다피 집권 시기보다 약 2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어쨌든 2003년 당시 이라크와 베네수엘라를 비교해 보면, 석유 수입에 기반한 ‘전환’ 가능성 측면에서 이라크가 훨씬 더 나은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베네수엘라는 매장량이 훨씬 많지만, 그 대부분은 채굴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중질유다.
침공 직전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거의 300만 배럴에 달했다. 대규모 국내 혼란만 없었다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이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규모 혼란이 발생했고, 이는 생산 회복과 확대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었다.
이에 비해 베네수엘라의 현재 생산량은 하루 90만 배럴 수준이다. 장비 판매를 막았던 제재를 해제하고 제한적인 투자를 하면 단기간에 수십만 배럴 정도를 늘리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생산 증대를 위해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투자는 정치적 환경이 훨씬 더 안정되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는다.
유가 전망 역시 2003년의 이라크가 훨씬 나았다. 물가를 반영해 보면 2003년의 국제 유가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등해 다음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앞으로 유가가 비슷하게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녹색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신규 판매 차량의 60%가 이미 전기차이며, 이 비중은 향후 몇 년 안에 더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비중이 더 높다. 중국이 고품질 저가 전기차를 세계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석유 생산 능력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가는 오르기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과 수출 전망을 고려하면, 이라크가 자국 재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약속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관련 주장보다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인다. 이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기 전의 이야기다.
마두로가 축출될 당시 인기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담 후세인도 마찬가지였다. 두 나라 모두에서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을 원하는 지지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그런 정권을 세우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말하고 행동한 것을 보면,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통치하겠다는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그의 대통령직 운영 방식을 보면, 트럼프 자신도 뚜렷한 구상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해 보이는 한가지는, 이 모든 일이 미국 납세자들에게 상당한 비용을 안길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주권 국가를 허위 명분으로 침공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우려해야 할 문제다.
[출처] Venezuela Will Pay for Its Own Reconstruct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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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