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 위기의 원인은 고령화가 아니라 소득 불평등이다

출처: Unsplash, John Moeses Bauan

이 나라(미국)에서는 부유층이 거의 전적으로 여론을 좌우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사회보장제도의 미래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이다.

이 논쟁은 교묘하게도 인구구조 문제로 틀이 짜여 있다. 은퇴 후 오래 사는 사람이 너무 많고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이는 너무 적다는 이야기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이런 기본적인 상황은 오래전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다. 기대수명부터 보자. 실제로는 1982, 사회보장제도를 마지막으로 대대적으로 개혁했을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다소 나쁘다. 물론 제도의 재정만 놓고 보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당시 전망에서는 남성이 65세 이후 평균 16.6년을 더 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망은 평균 18.2년으로 다소 늘어났다. 하지만 여성은 1982년 예상보다 훨씬 낮다. 당시에는 65세 이후 평균 22.6년을 더 살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 전망은 20.7년에 그친다. 따라서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살아서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출산율은 당시 전망보다 더 낮아졌고, 이는 사회보장 재정을 악화시켰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임금 상승률이 1982년 전망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실질임금, 즉 임금 상승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가 앞으로도 매년 1.8%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 전망은 노동자 전체의 평균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며, 임금 분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심화한 불평등이 사회보장 재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질임금이 당시 예상대로 증가했다면 1982년 이후 지금까지 120% 이상 올랐어야 한다. 그러나 중위임금은 30%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생산성 증가율이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같은 기간 소득이 대규모로 상위 계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임금이 생산성 증가 속도를 따라갔다면 지금보다 60% 이상 높았을 것이다.

이 문제는 두 가지 이유에서 사회보장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임금소득 가운데 사회보장세 부과 상한(일정 소득까지만 사회보장세를 부과하고, 그 이상의 임금에는 사회보장세를 부과하지 않는 제도)을 초과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 상한은 일반 노동자의 임금이 아니라 평균임금에 맞춰 올라간다. 따라서 월가 금융인, 최고경영자, 다른 고위 임원,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 상위 계층에게 임금소득이 집중될수록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는 임금 비중도 커진다. 1982년에는 전체 임금소득의 10%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18%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기업 이윤 역시 사회보장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임금이 더 빠르게 상승했다면 세수는 연금 급여보다 더 빠르게 늘었을 것이다. 은퇴 후 지급되는 사회보장 급여는 물가에 연동된다. 따라서 임금이 물가보다 더 빨리 오르면 급여에 비해 세수가 더 많이 증가한다. 사회보장 신탁기금 관리위원회는 실질임금의 연간 증가율이 0.1%P 높아질 경우 사회보장세율을 0.2%P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계산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실질임금이 매년 약 1.0%P 더 빠르게 증가했고, 앞으로도 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면, 현재 전망되는 신탁기금 부족분 대부분은 사라졌을 것이다.

임금 불평등이 가져온 간접적인 영향

불평등 심화가 사회보장 재정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만으로도 재정 격차의 절반 이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간접적인 영향도 매우 중요하다.

1960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보장세율은 6.0%였다. 이후 1990년에는 12.4%로 올라 30년 동안 6.4%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35년 동안 사회보장세율은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실질임금 상승이 부진하고 소득이 대규모로 상위 계층에 집중된 상황에서 사회보장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더 올리자는 주장에 강한 저항이 나타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실질임금이 생산성 증가를 따라갔고,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다른 초고소득층에게 소득이 대규모로 집중되는 일이 없었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경제학자이지 정치 컨설턴트는 아니다. 하지만 실질임금이 지금보다 60% 이상 높았다면, 대부분의 노동자는 자신과 자녀의 사회보장을 지키기 위해 세율을 1~2%P 정도 올리는 데 기꺼이 동의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1960년부터 1990년까지 노동자들은 그보다 훨씬 큰 폭의 사회보장세 인상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소득을 위로 재분배했다. 저절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 이야기에서 모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은 소득이 상위 계층으로 재분배된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가장 분명한 사례는 정부가 특허와 저작권 독점권을 부여한 것이다. 정부가 보장한 이런 독점 덕분에 래리 엘리슨과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와 동시에 자유시장이라면 훨씬 저렴했을 처방약과 의료장비 가격은 크게 올랐다.

정부는 금융산업도 구제금융, 세제, 파산법을 통해 보호해 왔다. 이런 제도 덕분에 사모펀드 거물들과 월가 금융 재벌들은 우리 나머지 사람들의 부담 위에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만약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을 만들었다면 금융산업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을 것이고, 억만장자의 수도 줄었으며 그들이 가진 재산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노동법 역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만들고 집행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노동조합의 대표를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활동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계약을 금지한 것이다. 이런 계약은 대부분의 주에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노동자가 경쟁업체로 이직하지 못하도록 막는 계약은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

이처럼 소득을 상위 계층으로 이전하도록 설계된 정책들은 의도한 효과를 그대로 거두었다. 우리 대다수의 소득을 빼앗아 부유층과 초부유층에 넘겨준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벌여 온 소득의 상향 재분배가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을 약화하자, 이번에는 사회보장제도 자체를 삭감하려 한다. 사람들은 이런 거짓 주장에 맞서야 한다. 문제는 사회보장 급여가 지나치게 후해서가 아니라, 부유층이 우리 몫의 소득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갔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핵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돈을 가져간 것은 사회보장 급여를 받는 은퇴자들이 아니라 부유층이었다.

[출처Social Security is a Problem of Income Distribution, Not Demographic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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