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할 때 일식이 일어나는 기하학적 원리를 보여 주는 그림이다. 출처: 프롬보르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박물관
일식을 예측하는 일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천문현상을 넘어선다. 이는 수학이 우주를 기술하는 힘을 보여 주는 증거다.
삼각법(trigonometry)은 천체의 겉보기 크기와 위치를 측정하고, 천체역학(celestial mechanics)의 법칙은 중력의 작용을 받는 천체의 운동을 계산하며, 마지막으로 기하학(geometry)은 그림자가 형성되는 과정과 지표면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설명한다.
이러한 학문을 결합하면 일식이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일어나는지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다. 그 결과 자연이 빚어내는 장관인 일식은 천문학에서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된다.
페트루스 아피아누스(Petrus Apianus)가 1540년에 제작한 《아스트로노미쿰 카이사레움》(Astronomicum Caesareum)의 회전식 원반(volvelle)이다.
일식과 월식은 언제 일어나는가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기 위한 첫 번째 기하학적 조건은 태양과 달, 지구라는 세 천체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것이다.
각 천체의 거리와 운동을 고려하면 태양은 항상 한쪽 끝에 위치한다. 태양이 가운데에 있다면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경우는 두 가지뿐이다. 지구가 반대쪽 끝에 있고 달이 가운데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일식이 일어나며, 지구가 가운데에 있고 달이 반대쪽 끝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월식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시간과 관련된 첫 번째 조건이 추가된다. 일식이 일어나려면 달이 반드시 삭(new moon), 즉 우리 눈에 달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 있어야 하며, 월식이 일어나려면 망(full moon)에 있어야 한다.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 현상의 장관을 보다 잘 보여 주기 위해 이 글에서는 일부 기술적인 내용을 단순화하고 일식만 다룬다.
겉보기 지름과 우연한 우주의 일치
개기일식이 일어나기 위한 두 번째 기하학적 조건은 두 천체의 겉보기 지름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체의 겉보기 지름은 천체의 실제 지름을 관측자까지의 거리로 나눈 값으로 정의한다. 그 결과는 각도로 나타내며 라디안(radian) 단위로 표현한다. 태양과 달의 겉보기 지름을 라디안으로 나타내면 두 값이 거의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놀라운 우연의 일치 덕분에 우리는 일식이라는 독특한 장관을 볼 수 있다.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면 달이 태양을 가리고 지구에는 원뿔 모양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달이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으면 달의 겉보기 지름이 더 작아지면서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태양과 달의 겉보기 지름이 같다는 것은 기하학적으로 삼각형 ABC와 삼각형 ADE가 서로 닮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모든 천체가 움직인다
문제를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다시 말해 현실에 더 가깝게 만들어 보자.
세 천체는 모두 움직이며, 행성운동법칙이 이들의 위치를 결정한다. 케플러(Kepler)가 1609년에 정립한 세 가지 법칙은 천체의 타원 궤도를 기술하며, 뉴턴(Newton)이 1687년에 정립한 만유인력의 법칙 F=GmM/r²은 이러한 운동이 일어나는 물리적 원인을 설명한다.
이 힘 F를 뉴턴의 운동 제2법칙 F=ma와 같다고 놓고, 가속도(a)가 위치(r)를 시간에 대해 두 번 미분한 값이라는 사실을 적용하면 연립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이 방정식을 풀면 물체 m(지구)이 물체 M(태양) 주위를 도는 궤적을 구할 수 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케플러가 제1법칙에서 이미 밝혔듯 행성의 궤도는 태양을 한 초점에 둔 타원이다. 식에서 G는 뉴턴이 도입한 만유인력상수다. 케플러의 이론과 뉴턴의 이론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지, 그리고 수학이 어떻게 두 이론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되는지는 매우 흥미롭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를 포함하는 가상의 평면을 황도면(ecliptic plane)이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달의 궤도면을 생각하면 두 궤도면은 서로 약 5° 기울어져 있다. 이러한 경사 때문에 달의 궤도는 황도면과 두 지점에서 교차하며, 이 두 지점을 교점(nod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궤도 경사 때문에 매달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달이 삭이나 망에 있을 때에도 황도면보다 위쪽이나 아래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식이 일어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에 이르렀으며, 이 조건은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앞서 살펴봤듯 달이 삭에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바로 그때 달이 교점 가운데 하나에 위치해야 한다. 바로 이 순간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고 달이 태양을 가린다. NASA는 이러한 현상을 영상으로 재현했다.
지구와 달의 궤도, 교점, 달의 위상을 나타낸 그림이다.
수학을 이용하면 이처럼 정밀한 조건을 모두 계산할 수 있다. 계산에 따르면 지구에서는 매년 어딘가에서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 부분일식을 포함해 2~5차례의 일식이 일어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의 그림자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동시에 자전하며, 달이 만드는 원뿔 모양의 그림자는 지표면의 좁고 긴 띠를 따라 이동한다. 이 경로를 계산할 때는 구면좌표와 구면삼각법, 행렬, 좌표계 변환을 이용한다.
그 결과 일식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개기식 경로가 어디를 지나며, 어디에서 끝나는지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일식이 일어나는 정확한 시각까지 나타낸 정밀한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참고로 달 그림자의 평균 이동 속도는 약 2,000km/h다. 어떤 일식은 불과 몇 초 동안 지속하지만, 가장 긴 일식은 7분을 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지구상의 임의의 한 지점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주기가 평균 373±7년에 한 번꼴이라고 추정했다.
태양과 지구, 달이라는 천체의 거대한 운동을 지배하는 방정식에는 놀라운 주기성도 존재하며, 이를 사로스 주기(Saros cycle)라고 부른다.
18년 11일 8시간이 지나면 세 천체는 거의 같은 위치 관계로 돌아온다. 고대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기원전 6~4세기에 이미 이러한 주기성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일식을 비롯한 천문력 현상을 정확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일식이 다시 일어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 약 8시간이라는 시간 차이가 생기는 동안 지구는 경도 방향으로 약 120° 회전하므로, 같은 사로스 계열의 다음 일식은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관측할 수 있다.
일식의 아름다움 뒤에는 수세기에 걸친 관측과 지적 탐구, 수학적 지식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자연이 보여 주는 가장 놀라운 현상 가운데 하나를 바라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설렘과 경이로움도 함께 담겨 있다.
수학은 별과 행성이 춤을 펼칠 때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언어다.
일식에 관한 주요 정보를 정리한 포스터다. 원출처: 스페인 국립천문대
[출처] Eclipse: el poder de las matemáticas para describir el universo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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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호세 미아나 산스(Pedro José Miana Sanz)는 사라고사대학교(Universidad de Zaragoza) 수학과 수학해석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