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깃발 아래, 성소수자 시민들도 광장에 나섰다. 13일 오전, 성소수자들은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평등의 가치와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해온 윤석열 정권에 맞서 "그들이 박탈하고자 했던, 바로 우리의 모습 그대로,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라 외쳤다. 성소수자와 앨라이의 이름으로 "지금 당장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공범 빠짐없이 처벌하라", "내란공범 자처하는 국민의힘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시국선언문 발표 기자회견'.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13일 오전 10시,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은 광화문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성소수자 및 앨라이(ally,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들) 개인 4,286명, 단체 216곳(12일 13시 기준)이 참여했다.
47개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5일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공동행동은 6일부터 무지개 깃발을 들고 촛불행진에 참여하여 윤석열 정권 퇴진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광장에서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시국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소연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가는 "여성 성소수자들은 비상계엄 이전부터 매일같이 안티 페미니즘 정치, 제도적 부재, 대중매체에서의 비가시화 속에서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이런 현실을 더 악화시키며, 여성과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우리의 권리를 한층 더 위협해왔다"고 지적했다.
소연 활동가는 "여성 성소수자들이 우리의 힘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성소수자 차별도, 여성에 대한 폭력도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소리 높였다.
견우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활동가는 "밖은 무섭고 세상은 흉흉하고 내가 혼자인 것만 같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때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혼자서 집회에 나가보면 저 어딘가에 무지개 깃발이 보이고 응원봉을 든 사람들이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고 있고, 다정한 사람들은 방한용품을 나눠주기도 하고, 윤석열은 외면했지만 사라질 리 없는 다양한 권리들이 삶들이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견우 활동가는 "우리는 이 마음들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것이다. 윤석열을 탄핵시키고 그의 내란범죄에 동조한 자들도 심판받게 할 것이다. 그 과정에 성소수자들은 시민으로서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무지개 깃발 아래서 꿋꿋이 자리를 지킨 동료 시민으로 기억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안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활동가는 "소수자의 삶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기득권 정치와 혐오정서로 쌓아올린 윤석열 정권 속에서 우리의 인권은 자리도, 목소리도 잃는다. 함께한 친구, 가족을 잃는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차별과 고통이 남고, 그마저 국가는 알지도 못한다"고 분노했다. 이안 활동가는 "우리는 결코 싸우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함께 외칠 때 더 강해지는 것을 안다"고 힘 주어 말했다.
"성소수자 차별도, 윤석열도 없는 사회로".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시국선언 참여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1993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전개된 이래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순간마다 성소수자들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면서 "2016년 겨울, 거리에서 무지개를 펼치고 행진하며 새로운 사회를 열망했던 것처럼 다시 성소수자들은 광장을 다양한 목소리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내란수괴인 윤석열과 그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반드시 몰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시민들을 모욕하고 인권을 짓밟는 이들에 대한 치가 떨리는 분노에도, 춤추고 노래하며 광장으로 나선다. 그들이 박탈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 그대로 행복할 자유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모습 그대로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은 오는 14일 국회 앞 촛불행진에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참여한다. 이들은 이날 행진에서 '무지개존'을 열어 "성소수자 차별도, 윤석열도 없는 사회"를 향한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광장을 넓힐 계획이다.